가족으로, 만족 못했던 소년
반지하 생활의 어려움 중 하나는 냄새다. 이사한 날부터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천정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 눅눅한 장판에서부터 올라오는 향이 옷에 배는 느낌이었다. 폭우가 지나간 날. 맑게 갠 하늘을 보면서 공기가 좋다는 친구의 말이 괜히 야속했다. 들이치고, 새면서 침투된 빗방울로 집 전체가 오래된 신문지가 된 느낌이었으니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배수구 문제 때문에 자주 역류가 되었다. 화장실과 세탁기 드럼통에 밀물과 썰물처럼 이물질이 다녀갔다. 옷을 빨아도 깨끗해지지 않은 느낌. 냄새가 나지 않음에도, 액취증 환자처럼 나만 향을 못 맡는 건 아닐까 불안해했다.
“너 옷 빨았니?”
함께 일하는 형님의 질문이 아팠다. 대학생 때부터 직장생활까지. 1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막역한 사이였다. 편하게 칠 수 있는 장난이었다. 다만, 나에게는 조심했으면 하는 물음이었다. 코를 막는 형님의 짓궂음에 얼굴이 굳었다. 당황스러움과 부끄러움은 부모를 향한 원망으로 번졌다. 경제적으로 무너진 당신들이 미웠다. 미움은 예민함을 만든다. 그날 저녁, 암내보다도 고약한 말들을 어머니에게 퍼부었다.
저녁이 왜 준비가 안 되었냐. 밥이 이제 막 된 거냐. 너무 뜨겁다. 냉동실에 넣어서 식혀야겠다. 언제 먹냐. 배고픈 것 모르냐. 잔소리하지 말아라. 내 마음대로 밥도 못 먹냐. 숟가락으로 밥을 좀 누를 수도 있지 않냐. 밥도 제대로 못 해주면서 왜 나에게 뭐라고 하냐. 부모로서 해 준 게 뭐가 있냐. 옷은 제대로 빨아주는 거냐. 내가 오늘 무슨 소리를 들은 줄 아냐. 옷은 빨았냐는 말을 들었다. 이 모멸감을 어떻게 할 거냐!
집에 오자마자 까칠함이 폭발하는 아들이 얼마나 황당했을까. 밥 먹을 때 몇 마디 했다고 해 준 게 없는 부모가 되는 게 얼마나 억울했을까. 소리를 지르는 아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어머니는 그저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나에게 말했다.
엄마도 사랑이 필요해.
부모에게 사랑을 받기만 했지, 줄 줄은 몰랐다. 어머니의 토로에도 사랑한다는 말이 낯간지러웠다. 그래서, 결혼 후에 잘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데 힘썼다. 특별히, 세탁은 전담으로 맡을 정도로 열심이었다. 말보다 행동으로 사랑을 보이겠다는 기세. 결혼 전의 꿉꿉한 냄새까지 날려버리겠다는 마음으로. 어느 여름, 빨래가 끝난 세탁물을 꺼냈다. 여느 때와 다르게 청바지에서 퀴퀴한 냄새가 났다. 아내가 툭 던지는 말에 한동안 멍해졌다.
“여름이라서 그렇지. 뭐.”
결혼을 하기 전, 반지하에 살았기 때문에 냄새가 난 것이 아니었다. 여름이면 으레 날 수 있는 사람의 땀 냄새가 쌓인 것뿐이었다. 나는 그저 화를 낼 구실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사랑이 필요했던 어머니는 아들의 분노를 묵묵히 껴안았다. 건조기의 먼지통을 털어내며 어머니의 정성을 생각한다. 혹여 아들의 출근길 복장에 냄새가 날까 봐 한여름에도 온풍기를 틀어 셔츠를 뽀송하게 말렸다. 기계로 손쉽게 빨래를 말리는 지금의 호사가 죄송스러웠다. 자녀의 사랑이 필요했던 당신은 사랑 그 자체였다. 때마침 건조기에서 알림음이 들린다. 아이의 속옷과 잠옷이 다 돌아갔다. 어머니의 마음을 이어받는다. 사랑 그 자체가 되겠다고 다짐하며 빨래를 갠다. 아이의 여름 잠옷이 바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