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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틀P Dec 20. 2023

평범한 와이프 변호사 만들기

과연 가능 할까요?



2015년 가을, 난 평범한 아내와 결혼을 했다.


당시 직장을 다니던 아내는 결혼 후, 일과 대학원 공부를


병행하며 생활을 했었고, 나 역시 평범한 직장을 다니며


무난한 결혼생활을 영위했었다.


아내는 법대 출신이다.


법학과 재학시절, 당시에는 사법고시 시스템이 존재했던


시기였다. 법학과 다니는 학생이라면 한 번쯤은 꿈꾸는


사법고시 도전을 아내는 실제 실행으로 옮겼고


2년이란 시간을 투자한 결과는 물론 좋지 않았다.


그 후 졸업한 뒤, 전공과는 무관한 직무를 맡아


사회생활을 하다 나를 만나 결혼에 이른,


주위에 흔하디 흔한 평범한 케이스다.




결혼 후 1년이 좀 더 지났을까? 당시,


32세였던 아내는 로스쿨에 진학을 하기 위해 필요한


'리트'라는 시험공부를 해보면 어떨까..라는 막연한


동의를 나에게 구하던 시점이 있었다.


나는 그 얘기를 듣고 일말의 생각도 없이


"그래, 해봐!"라는 답변을 '그냥' 내 던졌다.


앞뒤 생각 안 했고, 말 그대로 '그냥'이었다.


나라는 사람 자체가 본래 긍정적인 면도 있겠지만


권유나 동의를 구하는 의사표현에는


거의 예스맨으로 일관하는 편이다;;;



그런데 그 시점이 뱃속에 아이가 5개월이 되었을까?


배가 조금씩 불러오던 터라 얼마나 집중해서


공부에 힘이 쏟아부어질지도 미지수였다.


그렇게 무거운 몸을 이끌고 주간엔 일과 학업을,


밤과 주말에는 도서관을 가는;; 임산부의 주경야독이


시작되었다.


아내는 첫째 아이가 나올 시점에서 2주 정도 전까지 그


빡빡했던 스케줄을 다 소화하면서 출근하다


배를 움켜쥐고 응급실에 실려간 적도 있었다;;;


그렇게 첫째 아이가 세상으로 나왔고,


와이프가 공부를 해야 할 분위기와 상황은


더 안 좋게 돌아갔다;;


출산과 동시에 와이프는 일을 그만두게 되었고


한동안은 아기를 돌보느라 다른 일은 절대 할 수가 없는,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에게는 굉장히


곤란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그러던 중 시간이 흘러 아기는 100일의 기적을 선사했고,


우리는 스케줄을 정해 나름 효율적인 생활패턴을


만들어 나갔다.


평일에는 아내가 아기를 전적으로 맡아 케어하고


주말에는 내가 책임지기로 했다.


내가 휴일이었던 주말에는 아침 7시에 아기를 포함해


전 가족이 차를 타고 아내를 도서관에 라이드 해주고,


그렇게 하루의 공부를 마친 아내는 버스를 타고 저녁 무렵


귀가를 했다.


그렇게 1년이란 시간이 흘렀을까?


아내의 리트시험이 있던 날이었다.


아기의 컨디션상 아내가 시험장으로 가는 길은


대중교통을 이용했고, 아내가 시험을 마친 시점에는


아기와 내가 같이 마중을 나갔다.


시험장을 나오는 사람들 중에 울면서 나오는


사람들이 종종 보여서 마음이 너무 안쓰럽고


혹여, 아내가 시험을 망치지는 않았을까


동시에 걱정도 되었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보이는 아내의 얼굴은


여전히 평범했다.


아쉬움도 걱정도 기쁨도 느껴지지 않는


무미건조한 표정이었지만, 이내 얼굴을 마주한


아내는 한숨을 내쉬며 잘 못 본 것 같다는


표현에 나 역시 현실감에 별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포기가 빠른 타입이랄까??


큰 기대가 없었던 탓도 있지만


설마?라는 심정도 동시에 존재했었기에


적당하게 평균으로  버무려진 심정만이 존재했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채점이 끝난 최종의 심난한 리트 점수를 잡아들고,


점수마저도 평균을 밑도는 정말 평범했던,


기대를 가질 수도 없는 그런 상황에 놓였었다.


아무튼 시험은 치러서 점수는 나왔고,


원서접수의 시간은 다가왔다.


다음 해를 노려보려 했으나 그냥 한번 해보자는,


경험의 느낌으로 시도를 해 보았다.


평균을 밑도는 리트 점수로는


당연히 수도권의 로스쿨은 꿈도 못 꿨고,


지방에 위치한 로스쿨 중에 연고조차 전혀


고려할 수도 없고, 아무 생각도 없이


그래! 만약에 혹시라도 1차 합격을 하고 면접을


보더라도, 그냥 전국 여행 한번 하는 거지 뭐~


라는 김칫국 마시는 마음으로 원서를 넣었다.


두 군데였나?? 두 군데를 같은 곳에 쓸 수도 있었고


다른 곳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우리는 말도 안 되게 정말 합격이라도 될 것 마냥


거처부터 시작해서 나의 직장은 어떻게 언제


그만두어야 할지 아니면, 내가 아기와 함께 지내며


와이프만 학교근처에 원룸을 얻어 생활해야 할지...


이런 말도 안 되는 터무니없는 인생의 플랜 B를


나름 진지하게 짜고 앉아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각기 다르게 썼던 두 개의 원서들 중!!!!



한 곳에서 1차 서류전형 합격이라는


해괴한 소식이 들려왔다;;;


아니,,,, 이 무슨... 왜???!!


라는 좋기는커녕 복잡 복잡한 심경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래, 여행이나 다녀오지 뭐'


라는 심정으로 아무 생각 없이 평소와 같은 나날을


지내고 있던 나는 잠결에 무언가를 보았다....


아내가 미친 듯이 책상에 앉아


면접 연습을 하고 있던 모습을;;;;;




순간 너무 무서웠다...


진짜 로스쿨을 가려고 그러나??


그럼 나는 어쩌지??? 일은 누가 하지????


등등등;;; 해결해야 될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다;;;


이 마저도 김칫국이었지만 난 나름대로


그 현실이 심각했었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면접날이 도래하여 우리 가족은


차로 세 시간이 넘는 거리를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돌이 지난 아기의 컨디션을 생각해 면접 전날


숙소를 미리 구해 이동을 하던 터였다.


.

.

.




그런데... 당시..


우리는 세 가족이 아니라...


뱃속의 둘째까지 네 가족이 된 상태였다...;;;







지금 변호사시험을 20일 정도 앞둔 아내를 보며


글로 지난날을 그려 보았습니다! 길어질 것 같기도 하고


변시 재수생인 아내가 이번에 또 어떤 결과를 낼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카테고리의 글을


'그냥' 이어가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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