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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san Apr 28. 2023

인생이 레몬을 주면, 레몬 파스타를 만듭니다.

<비건 레시피> 레몬 치즈 파스타

고소하고 새콤한 별미. 레시피는 글 아래 있다.


엘버트 허버드라는 미국의 작가가 말했다.


When life gives you lemon, Make lemonade. 

인생이 레몬을 주면,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말이라고 한다. 신 레몬이 역경이라면 달고 맛있는 레모네이드는 역경을 이겨낼 긍정성을 의미한다나 뭐래나. 


긍정성이 필요한 순간도 있지만, 성찰과 질문 없는 긍정성은 무분별함으로 이어지기 쉽다. 하지만 역경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으니, 그걸 어떻게 수용할지 생각하긴 해야 한다. 


얼마 전 6학년 학생 두 명이 참여하는 수업에서는 철학적 질문들을 같이 고민하고 답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인간이 진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거짓말은 항상 나쁠까요?”

“모두가 유전자 조작으로 좋은 지적 능력과 외모를 갖추고 태어날 수 있는 세상은, 더 좋은 세상이 될 수 있을까요?”


같은 질문인데, 기본적으로 지적 호기심이 있는 친구들이라 즐겁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오랜만에 이 직업이 주는 보람을 느꼈다.


두 학생 모두 각 질문에 비슷한 대답을 적었다. 



먼저 첫 번째 질문, 인간은 진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인간은 자유로울 수 없다. 학생들이 답했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항상 할 수 없고, 다른 사람과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이 부분을 제약인 동시에 중립적인 인간의 숙명처럼 받아들였다. 때로는 이처럼 학생들의 태도나 생각에서 배울 점을 찾기도 한다. 삶이 가진 이중성을 무조건 나쁘게 볼 필요도, 긍정으로 이겨낼 필요도 없이, 그냥 그렇구나, 받아들이는 마음을 잊고 지냈다.



두 번째 질문, 거짓말은 항상 나쁠까요?


거짓말이 옳은 건 아니지만 거짓말은 인간의 특성이기 때문에 존재할 수밖에 없다. 흥미로운 의견이었다. 다른 학생은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한 순간도 있으니 항상 나쁘다고 볼 순 없다는 답을 내놨다. 우리는 결국 진실하기 위한 노력은 중요하지만, 거짓말이 가지는 양면성을 받아들이기로 결론을 내렸다. 



세 번째 질문, 모두가 유전자 조작으로 좋은 지적 능력과 외모를 갖추고 태어날 수 있는 세상은, 더 좋은 세상이 될 수 있을까요?


더 좋은 세상이 될 수 없고, 인간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닐 것이며 “삶”이 무의미해질 거라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학생들은 완벽성은 인간의 본질적 특성이 아니라고 말했다. 학생들 말에 의하면 “완벽한 것은 삶이 아니다.”. 


인간을 그토록 괴롭히는 인간의 불완전성은 어떻게 보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중요한 특징이다. 이를 간과한 채, 나의 불완전성을 미워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채워 넣으려는 노력이 나를 더 불행하게 했다. 원래 어느 정도 알던 사실이기는 하지만, 어떤 말들은 남에게서 다시 한번 들을 때 더 강한 울림이 있다. 



학생들과 이 세 가지 질문의 답을 찾아가며 느낀 건, 우리 삶이 필연적인 불완전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적어도 학생들과 나의 생각은 그렇다. 인간에게는 어쩔 수 없는 결함이 있다는 말로 바꿀 수도 있겠다. 나와 학생들의 차이점은 그 불완전성을 바라보는 태도에 있었다. 이들은 불완전성을 집요하게 메우려는 것보다 이 불완전성을 일단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는 교훈을 내게 남겨줬다. 


사교육 시장에서 일한다는 사실이 항상 껄끄럽지만, 이 날처럼 학생들에게서 뭔가를 배우고 발견하는 순간, 또 그들의 지식이 넓어지는 순간을 목격한다는 게 6년이나 이 일을 하게 만들었다. 



수업을 마무리하고 있는데 허기가 졌다. 지치고 우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기에 집으로 돌아와 감자나 쪄먹을 계획이었는데, 집에 굴러다니는 레몬 생각이 번쩍 났다. 처음에는 레몬 타히니 소스를 만들어 감자에 찍어먹을까 싶었다. 그러나 그보다 레몬의 존재감이 강한 요리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레몬을 토핑처럼 쓰지 않고, 레모네이드처럼 굳이 단 걸 만들 필요도 없다. 레몬을 최대한 레몬으로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레몬은 일단 레몬으로 바라봐야 한다. 인생의 불완전성이나 역경, 시련 등을 “극복”하는 것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일은 “이해”다. 지금 나는 말할 수 있는 시련과 말 못 할 역경을 겪고 있다. 그리고 내가 그것들을 제대로 바라보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레몬의 맛이 강하게 나면서도 맛있고 만족스러운 요리가 하나 있다. 바로 레몬버터파스타다. 친구가 뉴욕에서 먹었던 요리를 그리워하며 몇 번이나 설명해 준 덕분에 직접 만들어 본 적은 없지만 친구의 말에 의지해 비건 버전 레시피를 만들었다. 당연히 비건 버터를 사용하는 레시피다.


그런데 역시 인생은 크고 작은 역경이 지천에 널려있는지라 집에 남은 비건 버터가 없었다. 다행히 비건 체다 치즈가 있어서 버터 대신 썼다. 결과는 대만족. 별다른 토핑이 없어도 고소하고 새콤하게 맛있지만, 샐러드에 넣으려고 했던 아스파라거스와 적양파가 집에 있어 부재료로 사용했다.



<재료>


스파게티 1인분

비건 체다 치즈 1장 (바이오라이프 사용)

올리브 오일

레몬 1/3 (레몬즙 용)

레몬 얇은 1조각 

유기농 설탕 1 작은술

소금 적당량

후추


(옵션)

아스파라거스 (이제 아스파라거스 철이다!)

양파 1/3

비건 파마산 (인테이크 제품 사용)

페페론치노 가루



<레시피>


1. 가열한 팬 위에 올리브 오일을 적당히 더하고 양파를 캐러멜라이즈한다. 중불에 양파를 저어가며 볶으면 된다. 양파가 어느 정도 캐러멜라이즈되면 아스파라거스를 넣고 소금 조금, 레몬에서 짜낸 레몬즙을 넣고 5분 정도 굽는다.

2. 냄비에 물과 소금을 넣고 파스타 삶을 물을 준비하고 파스타를 삶는다. 파스타 삶은 물에 소금은 넉넉하게 넣어주는 게 좋다. 

3. 팬에 설탕을 더하고 면수도 3큰술 정도 더한 뒤 불을 줄인다. (플레이팅을 잘하고 싶으면 양파와 아스파라거스를 잠시 접시에 덜어둔다.)

4. 파스타는 평소보다 1분 정도 덜 삶고 물기를 제거한 뒤 팬에 올리고 비건 치즈를 넣어 잘 섞는다. 간을 보고 소금과 후추를 더한다.

5. 접시에 올린 뒤 비건 파마산과 페페론치노 가루 등을 더한다. 따뜻할 때 바로 먹는다. 



*만약 토핑 없이 만든다면, 파스타 면 삶는 걸 먼저 시작하고, 가열한 팬 위에 올리브 오일, 레몬즙, 설탕과 소금을 넣고 면수를 좀 더 넣어가며 소스를 준비하면 된다.

*이런 종류의 파스타는 좀 짭짤한 게 맛있지만, 입맛이 다 다르기 때문에 간은 계속 확인해 주는 게 좋다. 

*신 맛이 좀 센 것 같으면 설탕을 더 넣거나 양파의 양을 늘려 단 맛을 끌어올리면 균형을 맞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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