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정치(政治)'라 함은, 나라를 다스리는 행위로, 국민들이 보다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국민으로부터 받은 권력을 올바르게 행사하고, 사회 질서를 다잡는 행위를 뜻한다.
어느 평범한 점심시간, 식사에 열중하던 조대리는 누군가의 '선언'에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는 이제 회사 구성원 전원과 일대일로 점심을 먹겠습니다
꽤 오래전의 일인지라, 그날 먹었던 메뉴와 그날 누군가가 말했던 정확한 워딩까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날의 분위기는 아직도 생생하다.
아무튼 이게 무슨 자다가, 아니 밥 먹다 봉창 두드리는 소리지? 직급, 나이, 성별 불문하고 회사 구성원들과 매일 점심을 일대일로 먹으며, 서로를 알아가겠다는 저 다짐을 하게 된 근원이 무엇인지 조대리는 몹시 궁금했(지만 궁금하지 않았)다.
어디 시의원 출마하세요?
라고 묻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말이랍시고 꺼내봤자 본전도 못 건질 것이 분명했기에, 조대리는 밥 한 숟갈을 꿀떡 삼키며, 저 말도 같이 삼켜버렸다.
회사에서 시키는 일, 해야 할 일은 뒷전이고, 주변에서 돌아가는 상황이며 사람들 사이의 관계성 등에 레이다를 바짝 세우고 회사 내에서의 자신의 위상과 개인적인 이득을 추구하는 자들을 보통 '(사내) 정치에 능하다'라고 한다. 경외심을 가지고 우러러보는 느낌보다는, 비하 내지는 폄하의 의미를 담았다는 편이 맞겠다.
어쩌다 TV 뉴스를 통해 보이는 진짜 정치인들의 행각을 보면 한숨이 나올 뿐인데, 눈앞에서 대놓고 '정치질'을 하는 동료나 선후배가 있다면, 생방송으로 거슬리니 얼마나 더 피곤하겠는가?
특히나 규격에 맞춰 생산되는 공산품이 아닌, '영화'라는 상품은 지표를 통한 객관성을 확보한다고는 하지만, 결국 누군가의 주관적인 판단과 취향에 의해 결과물이 도출된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정쟁'이란 여느 다른 업종의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이런저런 기싸움의 형태로 발현된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결과가 창대한 경우, 곁눈으로 거들떠도 안 보던 자들이 너도나도 숟가락을 갖다 꽂는다던가, 애초부터 모두의(특히 윗선에서의) 관심이 쏠린 프로젝트는 누가 누가 선점해 담당자 자리를 꿰찰 것인가, 빛나는 프로젝트가 기대했던, 혹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창출할 경우, 누가 보고의 센터를 차지할 것인가 등등.
정당하게 자신의 판단력과 재능에 의해 얻어진 결과에 뿌듯해하는 '비(非) 정치인'들도 많지만, 약삭빠르게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불리해진다 싶으면 냅다 줄행랑치면서도, 아래보다는 위를 더 신경 쓰며 자신의 위상을 다지는 '정치인'들이 득세한다면, 건강한 조직이 유지될 수 있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
그래서, 회사 구성원들과 일대일로 점심 식사를 하겠다던 그이의 계획은 성공했을까? (그랬을 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