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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대리 Oct 09. 2024

일 잘하는 사람 vs 일 못하는 사람?!!

조대리는 한때 '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쓰는 사람과 일한 적이 있다. 


생각해 보자. 자신의 기준이 무엇이든 함께 일하는 다른 사람들을 '일 잘하는 사람'과 '일 못하는 사람'으로 구분 짓는 사람이 자기 자신을 '일 못하는 사람'으로 분류할까? 


아니다. 일단 자신은 '일 잘하는 사람'으로 결정한 다음, 다른 사람을 평가한다.



그렇다면, '일 잘하는 사람'이란 어떻게 일하는 사람이어야 하는 걸까?


① 맡게 된 업무를 마감시간 내에 더 이상 손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해내는 사람

② 100가지 업무를 맡더라도 다른 사람이 볼 때엔 한두 가지 일만 하는 것처럼 쉽게 뚝딱 해내는 사람

③ 잘 모르는 내용은 선배이든 사수에게 물은 후, 그 내용을 자기 것으로 흡수해 ①번과 같이 해내는 사람

④ 한 가지를 알려주면 열 가지를 이해하고, 1인 다역의 역할을 해내는 사람


조대리의 머릿속에 일단 떠오른 '일 잘하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일해야 할지 꼽아보자면, 대략 시간도 잘 지키고 결과물의 완성도도 높게 처리하면 대체적으로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인정받을만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개념을 조금 확장해 보자. 위의 네 가지 경우에 모두 해당하는 '참일꾼, 참인재'로 평가받는 데 부족함이 없는 어떤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 사람에게 없는 것이 하나 있다면?


① 싸가지

② 시간 개념

③ 눈치

④ ①②③ 모두


일처리는 매우 똑 부러지는데, 싸가지가 없어서 주변에서 함께 일하기 꺼려한다거나, 시간 개념은 국에 말아먹어서 업무가 배정되면 도대체 언제 결과물이 나올지 모르겠거나, 눈치라고는 한 톨도 쓸 데가 없어서 군소리가 많거나, 아니면 그 세 가지를 모두 겸비했다면 그 사람을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일 잘하는 사람'을 입에 달고 사는 상사라면 어떨까? 조대리의 경우에는 자신도 '일 잘하는 사람'으로 평가받고,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안간힘을 쓰기도 했다. 마감 시한보다 이르게 업무를 처리하고, 여러 번 꼼꼼하게 검토하고, 잘 모르는 것은 그것을 잘 알만한 사람에게 물어서 확인하고,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해야 하지만 마치 한두 가지 일만 맡은 것처럼 가볍게 일하는(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스스로를 '일 못하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속도가 더디다거나, 업무 폭주에 한숨부터 내쉬는 타입의 사람을 보면 의례히 일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라고 평가부터 했다. 본의든 아니든 몹시 안 좋은 습관이 생겨버렸고, 그 습관을 떨쳐내기 위해 후에 그만큼의 노력을 해야 했다.



시간이 한참 흐른 후, 조대리는 '일 잘하는 사람'이 결코 일처리와 관련해서만 능숙해서는 안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물론, "이걸 제가요?"라고 반문하며, 갑작스러운 업무 분장을 거부하는, 조직에서 달가워하지 않는 발언에 대한 정당성 부여는 미묘한 문제이다. 떠밀려오는 업무를 넉살 좋은 웃음으로 다 받아주면 자칫 호구로 전락할 수가 있고, 당차게 거부하면 싸가지가 없다고 찍힐 수도 있다. 


하지만 떠밀려온 업무의 근원을 따져 보면, 결코 '일 잘하는' 동료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고, 만약 비슷한 경우가 조대리에게 다시 닥친다면 단칼에 쳐내는 것이 아니라, 아주 교묘하게 그 일을 받지 않는 방향으로 상사를 설득할 것이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에 꽂힌 조대리가 영화 속 이미지 중에 찾아낸 캐릭터는 영화 <월스트리트 Wall Street(1987)>에서 마이클 더글러스 Michael Douglas가 연기한, 피도 눈물도 없는 기업 매수 전문가 고든 게코였다('개코'가 아닌 Gekko(게코)이다. 우리말 발음으로는 '개코'와 같으니, 표독스러운 캐릭터의 이름치고는 참으로 기묘한 우연이다).


조대리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평상시 양복을 굳이 입을 필요가 없는 영화사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각 잡힌 양복에 넥타이 차림에 대한 일종의 환상 같은 것이 있기도 하지만, 고든 게코가 떠오른 이유는 오래전에 본 영화 자체만이 아니라, 수년 전에 회사에서 들었던 어떤 특강이 기억나서였다.


협상의 기술에 관한 특강 시간에 본 <월스트리트(1987)>의 클립에는 고든 게코가 협상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발휘한 온갖 기교가 담겨있었다. 그런 강렬한 이미지 때문에 영화 속에서 '일 잘하는 사람'으로 고든 게코가 떠올랐지만, 조대리는 다시 혼란에 빠져들었다. 영화 속 냉혈한 고든 게코는 업무적으로는 성공한 비즈니스맨이지만, 싸가지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업종을 불문하고 '일 잘하는 사람'이란 위의 경우에 모두 해당하면서, 배려심도 깊고, 시간 개념도 탑재하고, 눈치 있는 말과 행동으로 분란을 차단하고, 남에게 싫은 소리도 절제하면서 칭찬은 놓치지 않고, 모두를 공평하게 다루고, 실수를 즉각 인정하는 등 업무 능력과 인품을 모두 갖춘 존재일 것이다.


그런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기는 하겠지? 지구상 어딘가에. 일단 조대리는 자신을 '일 잘하는 사람'으로 분류하는 일은 보류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결코 자신이 '일 못하는 사람'이라고 폄하하지도 않겠지만.


그렇다면 조대리에게 '일 잘하는 사람' 타령을 늘어놨던 그는 과연 '일 잘하는 사람'이었을까 궁금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랬을 리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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