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종검’이라고 하는 종합건강검진을 직장 명퇴하고 나서는 안 했기에 남편 성화도 있어하러 갔다. 그리고 대장암 판정결과를 받았다. 세상에 내가 암이라니~! 남편과 아들이 정신없이 수도권 병원을 알아보고 다행히 일찍 수술날짜가 잡혀 8월 22일 수술을 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수술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브런치 응모작품을 준비하려고 했다. 이는 대장암 판정받기 전에 이미 내 마음 안에 있던 계획이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오해로 나는 8월부터 구체적인 응모계획이 발표된다는 것을 8월 말이 응모마감인 줄 착각한 거였다. 해서 수술 전에 여행기를 완성해야 한다며 나 혼자 닦달을 했다. 그렇게 6월 한 달 여행한 중앙아시아와 몽골 여행기를 이미 암환자가 된 상태에서 정리하려고 하니 남편 눈치를 있는 대로 봐야 했다.
대장암 환자가 책상에 오래 앉아있는 것보다 더 해로운 것이 없다는 남편 말에도 나는 책상에 앉아서 기를 쓰며 여행기를 쓰고 있었다. 암에 좋다는 온갖 좋은 음식을 갖다 바치는 남편 말을 아니 들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여행기 쓰기에 골몰했었다.
그러고 나서 수술을 하러 갔고 더 다행스러운 것은 수술 후 결과를 보니 나의 병기가 항암은 안 가도 되는 정도였다. 해서 그때 병원에서의 일들과 체험을 적어서 ‘나의 대장암 병상일지’로 브런치 북에 묶어두었다.
이제는 네 명중의 한 명으로 흔한 암이라지만 건강 아니정신적 깡다구만은 자신하며 생생하니 혼자 가방 끌고 잘만 돌아다니던 사람이 암이라니 주위 사람들이 다들 놀랐었다.
와중에 아들들의 눈물바람은 내 평생 잊지 못할 아프지만 소중한 기억들이 되었다.
남편의 지극한 돌봄과 함께 암튼 그때 브런치는 본의 아니게 내게 잊지 못할 애물단지가 되었다.
브런치 등록하자마자 한 달 만에 암 수술하면서 그 와중에 여행기를 써야 했었고 병상일지도 한 권 남겼으니 지나고 보니 그래도 남는 건 글뿐이라 새삼 모두가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