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판정을 받고 남편은 나 보다도 더 충격을 받았고 두 아들들은 오열에다 눈물바람이었다. 그렇게 암이란 병이 이제는 네 사람 중 한 사람으로 흔한 질병이 되었다지만 평소 건강하고 활기차게 여행만 잘 다니던 엄마가 암이라니 두 아들의 충격이 컸다.
그렇게 처음엔 놀라고 나중엔 수용하고 대처하기로 하고 나니 이제 한 차례 폭풍은 지나갔다.
두 번째 병원진료와 수술전 준비과정 사이에 한 시름 쉬며 쉬어가는 거 마냥 아들집에 머물며 쉬었다. 그러다 너무 좁은 집에만 있으면 심심할까 봐 아들이 강서구 집에서 가까운 식물원에 가자고 해서 바람 쐴 겸 갔다.
날씨가 더우니 아빠차를 두고 어플 택시를 타고 가자 했다. 냉방된 택시가 3~4분 안에 도착하고 자동결재도 되는 택시는 나도 여행하면서 이용해봤지만 너무 편리하다.
괜히 손님찾아 그냥 무작정 달리다 태우는 택시에서 이렇게 근거리 택시와 연결해서 누이좋고 매부좋은 이 시스템은 정말 어플이 만든 최고작품이라고 나는 말한다. 기름값, 시간 가성비 최고고 특히 지난 5개월 혼자 해외여행시 바가지 요금없이 안전해서 너무 좋았다고...
식물원은 예쁘고 잘 만들어져서 천천히 둘러보기 좋았으나 날씨가 너무 더운 탓에 실내 카페로 들어갔다. 나는 건강검진 한 달 전 몽골여행에서도 그랬는데 여전히 배가 살살 아프고 화장실이 급한 현상은 있어서 식물원에서도 서너번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러다가 중간에 병원에서 전화가 와서 다시 잠시 술렁거림이 있었다. 어제 한 CT 단층촬영에서 폐결절이 나왔다고 대장암 담당의사 만나기 전에 호흡기 부서에서 한번 더 진찰을 받으라는 전화였다.
암은 결정된 사항인데 전이냐 아니냐를 두고 걱정을 하던 차라 단순한 폐결절이 아닐 수도 있다는 불안과 염려가 일어난다.
집에 와서 아들과 한바탕 다시 눈물바람이 지나가고...
나중에 사촌들과 시누이가 전화를 해서 폐결절은 그리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며 다독여주어서 안심이 되기도 했다.
다들 처음 겪는 일은 무조건 모르는 상태라 더 오바 반응이 있기 마련인데 다행히 먼저 겪어본 사람들이 있어 이야기를 해 주니 불필요한 걱정근심도 미리 차단하고 엄습하는 불안도 털고 갈 수 있으니 좋은 거 같다.
다시 평화모드로 돌아와서 저녁엔 아들이 대장암에 좋다는 연어샐러드를 화려하게 해 주어서 아빠랑 잘 먹었다. 각종 색갈 야채랑 올리브유 치즈랑 버무린 연어살이 아들의 여린 사랑처럼 고소하고 부드러웠다. 그건 음식이 아니라 사랑이었다.
저녁 먹고나서 '엄마 이 거 입어봐바'~하며 아들이 포장된 옷을 꺼낸다. 백화점 브랜드가 붙은 원피스였다. 아직 싱글인데다 모태솔로같은 아들이 '여자옷은 잘 몰라서' 하며 어설퍼게 웃는다.
입어보니 사이즈는 대충 맞으나 색상이 아니고 질감이 순면이라 내게 너무 무겁게 느껴진다.
그러나 어쨌든 엄마의 암 소식에 마치 내가 죽기라도 할 거 마냥 통곡을 하고 옷까지 사 주려했던 아들의 마음이 느껴져 찡해온다. 나는 속으로만 '아들, 엄마 안 죽어' 하며 올라오는 뭉클한 마음을 눌렀다. 그리고 달리 내색않고 그냥 '아들아 이거 환불 되지?' 하며 비싼 가격이라 걱정스레 물으니 환불된다 하길래 그럼 엄마가 마음만 받을테니 환불해줘, 라고 했다.
한 달 전 아빠 생신이라며 남방을 두 개나 사 보내고 그 때 내게도 함께 원피스를 사 보낸 아들이었기에 이번에 다시 산 원피스는 정말 아들이 또 다른 마음으로 산 걸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더욱 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