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 두 분 다 대소변을 받아냈다.
시어머니는 중풍이셨는데 7년 정도 거동이 불편하셨다.
친정어머니도 돌아가시기 전 내 집에 모셔서 돌봐드리다 하늘나라 가셨다.
똥이 촌수를 가리니 괜찮다며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똥인데 내 기저귀 갈아준 것만 해도
나는 어머니 기저귀 수발 더 할 수 있다고 되뇌며
힘들어도 나름 잘 해내었다.
불가에서 말하듯이
색공이 불이하니
不二라~~
둘이 아니다.
물질과 정신이 둘이 아니고 하나이듯이
밥과 똥이 둘이 아니라 하나니
그래서 불구부정, 더럽고 깨끗함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 내가 대장암 판정을 받고 나니 그간 대수롭지 않게 여기든 변비문제가 더 심각하게 다가온다.
몸 안에 노폐물이자 독소가 나오는 변을 계속 장 속에 두고 있다니! 그 심각성을 이제는 확연히 인식하게되자 변비를 해결하려고 백방을 해 본다. 남편은 당장 미역과 마를 갈아 아침마다 코 앞에 들이대고 그 외에도 생고구마, 사과주스등 이거 저거 챙겨주는데 일주일이 다 되도록 시원하게 변를 못 보니 답답하기만 하다.
아침저녁으로 변 본 이야기가 일번 뉴스고 밥 먹으면서도 밥상머리 주제가 당연히 배변 이야기다.
그럴적 마다 나는 밥 먹을 때 똥 이야기 굳이 해야 하냐? 며 짜증을 내는데 그러던 남편이 오늘은 밥 먹다가 또 욕실 배수관 이야기를 했다. 욕실에서 올라오는 냄새를 추적해 보니 하수구 배관에 문제가 있다며... 아 이제는 변 이야기에 이어서 하수구까지.... 밥 먹다 왕짜증이 올라와 두 팔로 엑스자를 그으며 남편에게 이제 제발 그만하라니 남편도 그제사 눈치를 채고 멈춘다.
말로는 밥이 똥이다~라며 불이를 외치고 우리 안에 똥을 다 안고 살면서 뭐가 더럽냐? 이런 말을 곧잘 하곤 했는데... 변비문제로 식탁에서 매 번 이건 섬유질이 많아 변비에 좋으니 먹으라 하고 몇 날 며칠을 변비 관련 강의로 열변을 토하니 밥 먹는 시간만이라도 좀 그 응가 문제에 신경을 안 쓰고 싶었다.
사람은 이성과 감정이 있고 그 둘은 엄연 다르고 그 둘 사이 간극차이가 크다.
대부분의 우리는 이성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것 같아도 사실은 감정,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 더 많다 한다. 우리가 의식하는 표면의식은 5%에 불과하고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무의식, 잠재의식은 95%라 하니 정말 더욱 그렇다.
이성적으로는 밥이 똥임이 맞다. 그런데 그래도 밥 먹으면서 똥 이야기, 화장실 이야기 하기는 싫고 마뜩찮다.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물은 항문으로 나와야 당연하다. 안 나오면 그게 기화되어 날아갈 것도 아니니 소변 아님 대변으로 나와줘야 한다. 그걸 순환이라 한다. 그런데 몇 날 며칠을 먹어도 못 내보내면 그건 하수구가 막힌 거니 정말 심각하다. 이미 내 보내는 방귀도 마치 우리 집 욕실의 불쾌한 냄새처럼 고약하다.
그러니 위아래의 순환, 먹은 만큼 내 보내는 이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도 중요한 지 정말 새롭게 깨닫는 요즈음이다.
위로 먹고 아래로 내 보내기는 순리요
자연의 법칙이다.
밥이 똥이 되는 이치, 그리고 그 둘은 다만 시간적 차이와 과정이 있을 뿐
원래 하나였기에 불이요 둘 다 불구부정이다.
밥이 깨끗하고 똥이 더럽다는 것도 안이비설신의 감각에 의존한 우리의 생각과 판단일 뿐일 것이다.
어서 나도 변비탈출하고 시원하게 황금똥을 누고 싶다!
변비탈출을 위한 섬유질 많은 풀떼기 천국 밥상, 당분간 소화시간이 긴 육류나 몸에 안 좋은 당류,기름진 음식은 다 안/못 먹을 것이 되었고, 아마도 오랜동안 안 억을 것과 그리고 영영 안 먹을 음식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