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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Jul 12. 2023

아르메니아 세반호수

해발 2천 미터 세반호수

아르메니아 대학살 추모공원 치체르나카베르드를 갔다. 공원과 박물관을 둘러보는데 날씨조차 우중충하니 비도 흩뿌린다. 1차 대전 전후로 일어난 이 불행한 사건에 대해 프랑스를 중심으로 국제사회에서 비난을 하고 미국도 압박하자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美의회의 "아르메니아 학살" 책임 추궁에 역으로 미국의 "아메리카 원주민 학살을 문제 삼을 것"이라고 했다. 사실 미국의 Indian Reservation도 얼마나 슬픈 역사인가.


이 제노사이드는 1차 대전 전 기독교인인 아르메니아가 이슬람계 오스만제국 아래 있을 때 독립을 요구하면서 일어나서 대략 10만~30만 명이 죽었고 1차 대전 중에는 무려 150만 명의 대학살로 이어졌다. 전쟁에서 영국이 오스만을 침공하자 혹시라도 독립을 꿈꾸는 아르메니아인들이 반란을 일으킬까 우려해 터키가 그들을 이라크 일대로 이주시키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으로서 처음으로 2015년 4월 아르메니아를 방문해 100년 전 비극을 위로했다. 박물관에 가서 아픈 역사 사진, 영상을 보고 평화를 위한 기도를 했다.


조지아에서 넘어올 때 눈 덮인 산을 배경으로 너무 아름다웠던 호수가 떠올랐다.


검색해 보니 마슈르카를 타고 가면 된다. 나 홀로 여행을 손쉽고 가능케 하는 검색이 최고다 MapsMe란 어플도 도움이 된다. 그냥 주소만 제대로 찍으면 우향우 좌향좌 다 우리말 서비스도 된다. 특히 자신이 가는 곳을 미리 다운로드하여두면 인터넷이 안 돼도 가동된다. 암튼 어플 덕분에 무사히 잘 찾아가서 세반시티 가는 미니밴을 탔는데 완전 짱이다. 운전수 옆자리 앉으니 이건 그냥 개인관광 대절차다. 앞에는 풍경이 펼쳐지지요, 기사는 운전 잘하지요, 예레반에서 세반시티까지가 한 시간 거린데 700 드람이니 싸도 너무 싸다. 공시가격이니 흥정도 필요 없다. 전날은 어플이 가동되지 않아 택시 사깃꾼한테 20분도 안 타고 일반택시는 1000 드람인데 5000 드람을 털렸다 ㅠㅜ


그런데 오늘은 이 돈으로 도시 간 이동이라니 얼마나 효율적인가 말이다. 암튼 이쁜 풍경 보고 가느라 어느새 도착해서 다시 택시로 갈아타고 호수로 갔다. 높은 곳에 두 성당이 있는데 성당을 보기보다 전망을 보러 올라간다.


아르메니아는 동서남북으로 다 가려져 바다가 없다. 내륙에 그냥 고립되었는데 그나마 이 호수가 있어서 다행인 나라다. 세반호수는 제주도 크기, 이 나라 전체면적의 1/6이니 거의 내륙의 바다라 해야 할 것 같다. 영어식으로 코카서스요 캅카스 산맥의 나라라서 해발이 다 높은데 수도 예레반이 해발 천 미터고 호수도 거의 해발 2천 미터라 하니 정말 놀랍다.


전망을 즐기고 내려오려다 다시 성당을 들어갔다. 여기서도 촛불을 켜고 가야겠다 싶어 켜고 기도를 했다. 이 초가 타는 동안만이라도... 세상에 전쟁, 충돌 없게 해 달라고.... 내가 좀 오래 그러고 있으니 옆에 앉아 양초파시던 아주머니께서 나지막이 성가를 불러주신다. 갑자기 눈물이 난다. 세상에 가장 값진 게 평화인데 그것이 이렇게 어려운가.


이곳 아르메니아 교회나 성당 들어가면 십자가에 예수님보다 아기를 안고 계신 마리아를 본다. 그런데 이곳의 성모상은 엄마도 아기도 다 검은 머리다. 사실 내 심증적으로도 예수님은 동쪽 출신이니 그럴 가능성이 더 높다 본다. 특히 조지아에서는 갈색, 금발도 보였는데 이곳 노아의 후손들이라는 아르메니아인들은 다 흑발이다. 여자들 금발도 눈에 띄어 보면 99프로 다 염색이다.


암튼 그렇게 세반호를 바라보며 마음의 평화, 휴식을 얻었다. 그냥 오기에 서운해서 송어수프를 시켜 먹었다. 몇 번이나 이 호수에서 건진 거 냐 물어보면서 이놈의 의심병 하고 나도 웃었다. 서빙하는 아주머니께서 아니 바다도 없는 나라에서 먼 나라에서 공수해 올까, 더욱이 민물고기인 송어지 않냐고 하셨다. 먹어보니 맛있어서 차라리 통째구이를 시킬 거 그랬나 싶었다.


여행 떠나온 지 두 달째지만 나는 밥이나 마늘, 양념 들어간 반찬은 전혀 당기지 않는다. 여기 음식들이 솔직히 빵, 샐러드, 고기는 훨 맛있는데 단지 아쉬운 건 한국식 국이다. 그래서 별 거 아니면 국물요리를 시키는데 여기 국물은 수프개념 전채요리니 그것만 시키면 이상하게 여긴다. 그러거나 말거나 수프만 시켰는데 감자, 당근 넣고 끓인 것이 맵지 않는 매운탕처럼 국물도 시원했다. 김치는 안 먹어도 되는데 역시 국물이 들어가야 먹은 거 같으니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다.

추모공원은 해발 천 미터인 예레반도시의 꼭대기 언덕 위에 있다. 왼쪽 둥근 것이 Temple of Eternity라 명한 영원의 사원, 불이 있는 곳이다.

추모탑, Reborn Armenia 아르메니아의 재생, 부활을 상징 44미터 추모를 하려면 계단 아래로 내려가서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도록 되어있다.

생명의 나무를  상징하는 조각품에 부활을 의미하는 인면조, 사람얼굴의 불사조 피닉스가 새겨져 있다. 상처를 딛고 일어나자는 의미인 거 같았다.

앞줄 왼쪽이 아래 여성작가다. 가족 일화로 책을 내었고 나중 영화로도 나왔다. 박물관의 사진들이 잔인해서 찍었으나 올리지는 않는다 ㅠㅜ

세반호를 가기 위해 미니밴을 타러 가는 길, 예레반 길들은 다 널찍해서 좋다 메트로 지하철 타는 옆, 맥주간판 보이는 앞에 마슈르카 미니밴들이 기다린다. 따로 정류장 표시는 없다

드뎌 호수 도착~! 호수 주위를 다 걷기엔 너무 크다

바다가 없는 나라에 그나마 호수가 있어 다행이다. 호수는 해발 2천 미터 멀리 눈 덮인 산이 보인다.

언제나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물소리 자연의 소리 배가 떠 다녀도 호수물이 맑다

호수 정상에 오래된 교회

까만 머리 성모님과 예수님 ㅎㅎ

 긴 초를 켜고 전쟁중인 우크라이나를 위해 기도했다~~

평화를 위한 기도...()()...

매운탕 같은 trout, 송어 수프~국물이 담백하고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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