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로 왔다. 원래 여행 중 다음 일정은 이삼일 전이나 결정하기에 나도 어디로 갈지 몰랐다. 그렇게 뱅기표 예약하다 저가항공 한 곳은 튕기기에 좀 더 주고 프라하행으로 결정했다.
프라하 깨끗하고 아름답다. 도착 날은 유심 때문에 속을 끓였다. 와이파이 되는 숙소 방에서도 인터넷이 안 되고 계속 동그라미에 사선 친 것이 뜨며 거부하니 불안해진다. 인터넷이 안 되면 그것 믿고 지내다 갑자기 깜깜이 세상이 된다. 아무래도 유심인 거 같아 근처에서 대충 사서 생전 첨으로 대리점이 아닌 내 손으로 해 보려니 암담하다. 다행히 가져온 아이패드가 있어 네버 검색으로 방법을 알아 핀침으로 폰 유심박스를 열긴 했는데 비번 잘못 넣어 아예 더 복잡해버리니 기계치인 나는 의기소침 더 풀이 죽는다. 스마트폰 하나 믿고 하는 나 홀로 여행인데.
유튭에서 본 스마트폰도 없이 지도 한 장 들고 히치하이킹을 하던 해맑은 독일청년이 떠오르고 안 되면 나도 폰은 그냥 카메라로만 쓰고 다녀보자며 맘 편히 잤다. 이튿날 무조건 시내로 나가서 보다폰 매장 찾다 바로 앞에 어떤 간판이 보이길래 들어가니 유심 제대로 끼워주고 그제사 그 노무 동그라미 사선이 사라진다. 아 신기~~ㅎㅎ 이제 걱정은 사라지고 지도 어플되니 맘껏 뚜벅이 하면 된다.
프라하 여행은 무조건 위에서 전체조망을 즐기고 내려가서 보라는 팁을 따라 스트라호프 수도원과 프라하성으로 가려고 트램 정거장에 갔다. 두리번거리다 몇 번을 타야 하냐고 물어보니 옆에 아주머니께서 자기도 그 수도원 간다 하신다. 웬 횡재~유심 때문에 버린 시간 여기서 버는구나 싶어서 기뻤다.
아주머니 모습은 깐깐해 보이시는데 배려심이 많다. 트램 타고서도 멀찍이 있는 내게 두 정거장 남았다고 손가락으로 사인 보내신다. 내려서 같이 수도원 가는 줄 알고 어느 나라에서 오셨나니 자긴 체코인이고 이 동네 사는데 수도원은 저 쪽으로 걸어가면 입구 나온다고 건널목까지 안내해 주시고 간다. 혼자 여행지에서 길을 헤맬 때 매번 천사 같은 사람들을 만난다. 고마웠다.
과연 수도원에서 바라보는 프라하 정경은 사진에서 본모습 그대로다. 빨간 지붕에 초록나무들까지 멀리 블타강이 보인다. 수도원과 오래된 도서관 둘러보고 내려오다 허기가 져서 먹으러 들어갔다. 토마토소스에 소고기가 부드럽게 요리된 것이 맛있다. 스몰 비어를 시켰는데 주인아저씨 또 한 잔? 하기에 노우 하니 여기 유명한 수제맥주에 대해 설명하시며 그냥 gift로 주겠다 하신다.
폰 배터리가 다 되어 충전 좀 하자니 그냥 카운터에서 꽂아줘도 되는데 긴 줄을 가져와서 내 테이블에 꽂아줄 때 친절하구나 싶었는데 정말 맘씨 푸근하시다. 나오면서 선물 맥주 맛있었고 고마워서 기념으로 사진 한 장 같이 찍자 하니 엄청 좋아하신다 ㅎㅎ 친구분과 홀에 앉아계시다 사진은 바텐에서 찍어야 된다며 옮겨와서 밥 먹던 친구분께 어서 찍어라 호들갑이 귀여우셨다.
카를교로 내려와 다시 멋진 강 풍경을 보고 이 골목 저 골목 누비다 돌아왔다. 이렇게 첫날 프라하는 지성적인 아줌마와 감성적인 아저씨로 내게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지금까지는 안전과 편리를 위해 도심 한가운데 숙소를 정하다 이번엔 조금 떨어진 곳으로 했는데 그도 괜찮은 것 같다.
이곳 숙소는 아침을 룸 서비스로 배달해 주는데 첫날 들릴 듯 말 듯 조심스레 노크, 문을 여니 산골에서 막 뛰쳐나온 듯한 아주머니 빵소쿠리를 들고 수줍게 미소 지으신다. 오늘 아침에도 역시 산골아가씨 같은 처녀가 굿 모닝 함박미소로 빵 배달을 하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