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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Jul 12. 2023

코냑과 고문서 박물관

아르메니아 코냑과 돌들의 교향악

마테나다란 고문서 박물관을 다녀왔다. 마슈토츠 고문서관이라고도 하는데 마슈토츠는 405년경, 아르메니아 알파벳을 만든 사람이다. 우리의 세종대왕 같으신 분이다.


고문서 박물관에는 1만 7000여 권의 중세시대 책과 필사본 등 귀한 자료들이 많이 있다. 주요 고문서는 아르메니아어로 쓰이거나 인쇄된 성서이고 그 외 주로 16세기 전후의 것이 많고 아르메니아외에도 인도, 아랍, 중국것까지도 모아놓아서 흥미로웠다. 터키와의 전쟁 때 많이 소실되었음에도 불구 인구 300만의 나라에서 이 만큼 수집하고 보존한 것도 대단하게 여겨졌다.


아르메니아나 조지아나 국가적으로 중요한 곳은 꼭 언덕 위에 있다. 다 우러러보며 존경하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이곳 또한 언덕배기에 있어 올라갈 땐 좀 힘들었는데 박물관을 보고 나오는데 뜻밖에 광경~ 맑은 날씨로 저 멀리 아라랏산이 그대로 보였다. 나도 모르게 감동이 되어 찍었고 아르메니아인들의 영산, 성경의 명산인 아라랏산을 그대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숙소가 자유광장, 오페라 하우스 근처라 오페라를 보고 가기로 했다. 마침 카르멘공연이 날짜랑 맞아 보러 갔다. 오페라는 들으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서곡 멜로디로 시작하였고 뉴욕, 런던에서 보는 것에 비하면 무대가 화려하진 않았지만 워낙 내용이 잘 알려진 것이라 즐겁게 감상했다.


여행은 도착하면 와서 이틀은 길과 여러 가지를 익히는 적응기고 며칠 맘 푸근히 지내다 보면 어느새 또 떠나야 하니 다시 낯 선 곳을 조우하기 위해 두려움과 설렘으로 또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 다시 떠나려면 뭔가를 다시 짜고 만들어 내야 하니 행복한 고민이지만 어디로 갈 것인 지를 먼저 결정해야 하고 그 후 몇 시간 동안은 항공편과 숙소 알아보기 등으로 매 번 머리를 짜야한다. 그래서 때론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다 해야 하는 여행이 때론 수행차원으로 가기도 하는데 그래도 지나고 보면 그게 더 남는 것이고 좋은 것일 거다.


로마보다 더 오래된 도시, 기원전 800년에 시작해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라는 예레반을 대충은 다 본 거 같고 오늘은 근처의 주상절리를 가 보기로 했다.


일명 Symphony of stones 돌들의 교향악, 바위들이 악기처럼 생겼나, 다채롭게 모여 조화로운 건가 암튼 가 보기로 하고 아침 일찍 나섰다. 공화국 광장에 가서 물어보니 투어소형버스가 25000 드람 달란다. 그럼 마슈르카처럼 다른 일행이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니 그룹으로 가도 1인당 같은 값이란다. 물론 주변 다른 코스도 넣은 가격이긴 하지만 속으로 그게 말이 되니? 하며 앉아서 거리 검색을 해 보니 왕복 4-50킬로 정도다. 기다렸다 지나가는 택시를 잡고 그기 갔다 오는데 얼마면 되냐니 1만 드람은 줘야 한단다. 그래서 팔천으로 깎아달라, 나 돈 없다 협상하고 타고 갔다.


일단 도심을 벗어나니 공기부터 달라지고 살 것 같다. 그냥 펼쳐지는 초록과 구릉지대, 멀리 다시 아라랏산이 보인다. 기사가 큰 아라랏, 작은 아라랏이라며 설명해 준다. 어제 고문서 박물관 나오면서 선명하게 보았는데 오늘은 차를 타고 가는 동안 계속 나를 따라오는 듯 선명하게 보며 간다. 가다 길가 양 떼도 만나고. 가 보니 바위가 왜 그리 되었는지는 모르겠고 암튼 신기하다. 관악기처럼 생긴 것도 많고 계곡의 폭포, 물소리도 듣기 좋은 곳이다. 왕복 가격 협상을 하고 왔기에 기사는 빨리 가고 싶어 하는 눈치라 사진도 찍고 좀 걷다 돌아왔다.


오면서 다시 아라랏산 찍는 스폿에 와서 찍으려 하니 아까보다 선명하지가 않다. 구름과 날씨 변화로 산은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한다. 찾아보니 큰 것과 작은 거 두 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각각 해발 5137미터, 3696미터다. 에베레스트 산이 산맥과 이어져서 가장 높은 산이라면 아라랏산은 평지에서 치면 세계 제일 높은 산이다. 노아의 홍수, 인류 대홍수 사건은 성경보다 훨씬 이전에 기록된 수메르 신화와 각국의 신화에도 나오는 거 보면 사실일 거라 믿어진다. 저 꼭대기 외에는 다 물에 잠겼다니~하며 아래 펼쳐진 구릉을 다시 보게 된다.


다녀와서 오늘은 자유공원 앞 인공 호수에 앉아 모처럼 긴 휴식을 취했다. 그냥 멍 때리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보고 아무 생각 없을 때가 여행객은 제일 행복한지도 모른다. 다 내려놓고 와서 그저 무심히 오고 가는 사람들 바라보기를 한다.


Cascade 캐스케이드를 갔다. 폭포란 뜻인데 이 도시를 재건축하면서 자유광장과 공화국광장을 이어면서 아라랏산을 볼 수 있는 조망의 높은 위치에 만들려 했다 한다. 555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높은 곳이다. 당연 올라가면 예레반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처음에는 소비에트연방 가입 50주년 기념으로 시작되었지만 1991년의 소련 해체 이후에 멈췄다가, 독립 후는 아르메니아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못하다 2000년대에 들어 다시 재개되어 지금도 짓고 있는 중이다.


아르메니아 마지막 날, 비는 오는데 누가 #아르메니아꼬냑 은 꼭 맛보고 오라 해서 가 본다. 아르메니아는 강한 햇볕을 받고 자란 좋은 포도와 아라라트 산에서 흘러나온 천연수, 질 좋은 오크나무를 만들 수 있어 코냑을 생산하는 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원래 꼬냑은 프랑스 꼬냑지방에서 생산되는 와인을 증류하여 만든 브랜디인데 1900년 파리 만국 박람회에서 눈을 가리고 blind test 한 결과 아르메니아산 브랜디가 그랑프리를 수상하자 프랑스 꼬냑협회에서 꼬냑이란 이름을 쓰도록 승인해주었다 한다. 그래서 그 후 아르메니안 꼬냑으로 공급되었고 소비에트시절 조지아 와인, 아르메니아 꼬냑으로 명성을 이어갔다.


일행 중 브랜디와 보드카가 어찌 다른 지 묻자 가이드는 보드카는 밀로 만들고 브랜디는 white grape으로 만든 거라고 설명해 준다. 술 이름이 헷갈리는 내게도 도움이 된다. 암튼 제조사라서 그런지 술통들이 어마어마하다. 지하 3층으로 내려가니 거의 10톤짜리 오크통이 즐비하다. 냄새만으로도 취할 거 같은데 향은 좋다. 오크통에서 배어나는 술향이라 한다. 시음으로 먼저 와인을 마셨다. 1944년 산으로 78년 된 건데 18도다. 내가 좀 달다 하자 여기 와인이 달아서 그렇지 전혀 설탕은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드뎌 꼬냑 시음장, 안주로 작은 초콜릿이랑 과일이 준비되어 있다.


가이드가 이렇게 저렇게 마시라고 또 열심히 설명하며 10년 산과 5년 산 두 잔을 준다. 50도라기에 겁이 나서 내가 조금씩 마시니 앞에 앉은 일행이 그렇게 마시는 게 아니라 원샷해야 알 수 있다기에 그렇게 해 보았다. 속으로 타고 내려가는 느낌이 확실하다. 두 번째 잔도 그리해 보았다. 암튼 아르메니아여정 마지막 날 꼬냑까지 맛보고 잘 마무리를 했다.


이곳이 왠지 사람 사는 동네 같은 느낌, 내 컨디션이 좋아져서인지 몰라도 그런 느낌을 받고 간다. 아이들의 모습이 더 많이 보여 좋았다. 퇴근한 아빠들이 오페라 광장에서 아이들 데리고 나와 노는 모습, 아이들 놀이공원 이런 것들이 눈에 마니 띄어 더 사람냄새가 났는지도 모르겠다. 작지만 강한 나라 아르메니아, 이 땅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기원하는 마음을 가지고 떠난다.


5월 17, 2022 3:31:10 오전


아르메니아 문자의 아버지

학생들이 견학 왔는데 형제인 지 꼭 손잡고 가는 모습이 이쁘다

두루마리 책도 있고 아주 작은 소형책등 고문서들이 다양하다

고문서관에서 내려다보이는 예레반 시티. 쭈욱 뻗은 저 길 중간쯤에 숙소가 있어 걸어 다녔다.

박물관을 보고 나오는데 아라랏산이 넘 멋지게 선명히 보였다. 오월에 눈 덮인 모습으로 짠 나타나서 감동~~~

뚜벅이 지친 다리를 쉬던 카페에서 글귀가 맘에 든다. 인생은 잡고 놓는 것의 균형이다~ 멋진 말이다.

숙소에서 오페라 하우스까지 오분 거리

칼멘이 투우사와 만나 작업하는 술집장면

올라가는 계단이 장난이 아닌데... 가다 중간에 노약자를 위한 에스칼레이트도 있다.

도시와 케스케이드를 맨 처음 설계했던 분

갈기가 살아있어 잘 만들었구나 싶었는데 폐 타이어를 이용한 한국작가 지용호란 분 작품이란다.

길가다 왠지 예레반스러워~~ 찍어봤다

공화국 광장 건너편 공원, 예레반에는 공원, 분수등이 많아 시원하다.

인공연못이 있는 공원

코냑 체험하러 간 노아팩토리, 이전 요새여서 그런 지 건물이 길고 웅장하다

오른쪽 50 숫자가 꼬냑 나이라 한다

가이드가 옆으로 기울여도 꼬냑이 안 흘러넘친 다니 해 보고 있다

빨간 리본은 아라랏산에 들고 올라갔다 온 것이라 holy 꼬냑이라한다 ㅋㅋ

택시를 타고 관현악 같은 바위를 보러 가는데 계속 아라랏산을 보며 간다.

가다가 양 떼들도 만나고

계곡물이 맑고 꽃들이 이쁘게 피어있고 물소리가 우렁차서 마치 돌들의 합창곡처럼 울려 퍼지고 있었다.

자연석이라니~!! 와아~정말~ 바위가 절묘하긴 하네~~일부러 깍아 만들어 붙여놓은 것 같은 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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