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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Jul 12. 2023

아르메니아 예레반

핑크빛 도시 예레반~*

조지아는 주로 트빌리시에 보름 머물면서 인근도시와 카즈베기산을 다녀온 걸로 만족하고 떠났다.


다음 행선지를 미리 정하지 않고 여행하는데 자연스럽게 동선은 이웃나라 아르메니아로 연결되고 역으로 가서 마슈르카라는 미니밴을 타고 수도 예레반으로 이동하기로 한다.


미니밴은 사람이 다 차야 출발하는데 보통 첫출발이 9시라 아침 일찍 나섰다. 낯선 곳에 처음 가는 날은 적어도 오후 3-4시 어둡기 전에 도착하는 것을 원칙으로 움직인다. 트빌리시에서 예레반으로 가려면 고산을 넘어 6시간 장시간 거리인데 러시아 알렉스를 만나 이야기하며 가니 지루한 줄 몰랐다.


예레반에 친구 만나러 간다는 그는 아이리시 플루트 같은 걸 연주하다 이제는 직접 제작해서 전 세계에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다. 암튼 내가 가운데 앉아서 그런 지 옆자리 러시아친구랑 대화하고는 꼭 내게 대화내용을 브리핑해 준다.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 해도 자기가 일 보러 갔을 때 아이리시친구들이  아이리시말로 한참을 떠들 때 이방인처럼 느껴서 안 좋았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다고 한다. 이렇게 개개인 러시아인들, 그중에도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친절하고 배려심이 많다. 푸틴과 전쟁도발로 인한 반감이 줄어든다. 앞자리에 앉았던 커플 중 러시아남자는 덩치는 산만한데 얼굴은 어린 아이다. 헤어질 때 내 무거운 가방을 내려주며 조심히 택시 잘 타라고 알려주고 갔다.


암튼 육로로 국경 넘기 너무 재밌었고 슈퍼 간단해서 놀란다.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가방 두고 바로 뛰쳐나가 도착 첫날의 설렘을 맘껏 누려본다.


North Avenue는 예레반의 중심가인데 트빌리시의 올드타운 중세풍 조약돌길을 걷다 온 내게 널찍한 길과 도로가 아주 모던하고 시원한 느낌이다. 이럭저럭 감기기운도 떨어지고 컨디션도 따라서 좋아진 덕분인 지 모든 게 편하고 푸근하게 느껴지는 도시다.


암튼 여길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노스 애브뉴 앉아 쉬고 있는데 갑자기 좋아하는 렛 잇 비가 흘러나온다. 버스킹 하는 옆에서 아기를 안고 어르듯 춤추는 엄마를 보니 나도 음악 하는 아들 생각이 난다. 그리고 아르메니아는 바로 이런 편안함으로 나를 맞이해주는구나 싶어 진다.


아르메니아는 인구 3백만이 안 되는 정말 작은 나라다. 그중 수도 예레반에 120만 명 정도 살고 있다. 첫날 이곳에 와서 밝은 인상을 받았던 것은 시내 건축물이 대부분 백 년을 안 넘긴 밝은 핑크색이고 도로와 길들이 넓어서였던 거 같다. 오래된 건물이 없는 이유는 1920년대 소비에트 연방의 첫 계획도시로 낡은 주거와 상업지역을 허물고 대대적인 도시 재개발을 하였기 때문이다.


아르메니아 출신 러시아 건축가 타마니안의 설계로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데 그는 예레반을 파리와 비엔나처럼 넓은 대로에 신 고전주의풍의 건물이 늘어선 도시로 개조하였고, 아르메니아에서 채취한 분홍색 돌을 사용하여 건물을 지었기에 ‘핑크색의 도시(Pink City)’로도 불리게 되었다 한다.


오페라하우스가 있는 자유 광장에서 공화국광장까지 뻗어있는 켄트론 구역이 예레반의 중심부다. 걸으면서 실제로 보면 건물들이 웅장하면서도 아름답다.


내가 아르메니아에 대해 아는 것은 터키의 제노사이드, 그리고 이십 대 내가 처음 갔던 프랑스교회에서 만났던 두 자매가 다였다. 그때 두 자매는 각별한 신앙심과 그들이 들려준 가족사 이야기로 내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자세한 건 몰라도 이 패밀리는 죽음의 사선을 몇 번이나 넘어 여기까지 왔구나 싶었고 이번에 아르메니아로 오려할 때 그 자매들이 떠올랐다.


지금은 터키 때문에 갈 수 없고 예레반에서 바라만 보는 아라랏트산은 이 민족의 영산이다. 이 사람들은 유대인은 다윗의 후손이지만 자신들은 노아의 직계후손으로 믿고 있고 기독교를 최초로 국교로 받아들인 나라라는 자부심도 대단하다. 그래서 아르메니아 사도교회라 불린다. 노아가 홍수 후 첫째로 정착하고 지은 도시가 예레반이라 믿고 있다.


이런 역사적 배경과 신앙의 구심점을 가진 아르메니아사람이 유대인처럼 디아스포라를 하게 된 건 일차대전 후 터키의 인종 학살 때문이었다. 지금도 본국 300만 명의 두 배인 600만 명이 미국과 러시아, 캐나다, 프랑스 등지에 거주하고 있다 한다. 호텔직원이 컬러티브이, 레미콘, MRI촬영, ATM 이런 거 다 아르메니아 출신 사람이 만들었다고 자랑한다. 유대인처럼 상업에 능하고 코카서스의 유대인이란 별명도 갖고 있다.


어제 국립박물관과 역사관을 가보니 사실 빈 말이 아니다. 기원전 1~2세기 항아리, 금속공예와 청동, 은제품은 기원전 훨씬 오래된 것이 대단히 정교하고 아름답다. 예레반은 정확히 기원전 782년 쐐기문자 기록으로 증명된 도시와 왕조역사를 가지고 있는 작고도 놀라운 나라다.


5월 12, 2022 3:43:35 오후


널찍한 도로 노스 애브뉴

정부청사건물도 핑크핑크 밝다

국립 박물관 입구

기원전 1세기 아프로디테상

여자 머리 장신구들 기독교국이나 왠지 아랍문화와 비슷하다. 머리 장신구와 허리벨트 하나같이 아름답지만 엄청 무거워 보인다

우크라이나가 유럽의 곡물창고였는데 전쟁이 어서 가라앉기만 바랬다. 여기도 빵 천국이다 화덕에 구워파는 빵가게~~ 인기가 있는지 사람들이 많이 사 간다.

길 가 카페~ 주로 뚜벅이로 걸어 다니다 보니 1일 1 카페방문은 필수다


코카서스 3국 중 조지아와 아르메니아는 기독교국이고 아제르바이잔은 이슬람이다. 아르메니아는 아제르바이잔과 국경분쟁으로 오랜 전쟁 중이다. 지도를 보면 분쟁지역은 아르메니아인들이 살고 아제르바이잔에 둘러싸여 있고 또 다른 아제르바이잔 국토는 아르메니아 쪽에 있어 안타까운 현실이다.

아르메니아는 바다도 없이 내륙에 꼭 끼여있다.

내가 갔던 5월에도 시위가 자주 있었다. 주로 국경분쟁 이슈로 더 이상의 희생을 줄이려 타협하는 정부와 거기에 반대하는 시민들이다.

다행히 시위하는 시민들도 밝은 모습이고 경찰이 그들을 보호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애브뉴의 식수대가 어머니 젖꼭지 같은 모양으로 인상적이다.

역사박물관 건물도 이쁘다

여권 보여주는 출입국소 지나 잠시 기다리는 시간에 환전도 했다. 내가 경험한 가장 편안한 국경 건너기 얼마나 초간단한 지 ㅎㅎ 도로가 쭈욱 조지아에서 아르메니아로 연결되어 그냥 지나간다

구 레닌광장이었던 공화국광장 앞 넓은 분수대가 시원하다

5월인데도 한낮은 더워 분수가 시원하다. 지금보니 조지아에서 입던 그대로 분홍패딩입은 내가 우습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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