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타이밍 속에 기묘하게 일어나는 동시성, 그건 단순히 우연의 일치일까 아님 우주가 내게 주는 비밀스러운 신호일까?
우리가 살면서 그때는 우연처럼 여겨졌는데 되돌아보니 필연이었던 경우가 없는가? 어느 정도 인생을 살은 사람들이라면 거의 다 있을 거라 본다. 나도 60년을 살고 보니 더욱 그러하다.
남편과 나는 3 년동안 연락이 없다가 내가 공항에 도착하는 날 남편이 공항으로 나왔다. 그 날 아침 남편은 대학 동아리 후배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했는데 그 후배는 내가 한국에 오는 걸 알고 있던 유일한 사람이었다. 남편과 나는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되어 결혼도 했다. 그때 공항에서 우연처럼 다시 만나지 않았다면 우리 사이에 결혼이란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일이었다.
인생은 어차피 태어나서 죽음까지의 시간이다.
그런 인생을 살면서 사람들은 각 시간대에 맞는 사건, 상황들을 만나며 살아간다. 그래서 나는 인생은 타이밍이라 갈수록 더 믿게 되었다. 일어날 일이 제 때에 일어나니 결혼도 하고 직장도 가지고 아이도 낳고 산다. 나에게는 인생의 굵직한 사건들이라 할 수 있는 이 세 가지가 다 그렇게 ‘동시성’으로 일어났다.
동시성이란 우선 겉보기론 도저히 앞뒤가 안 맞는 일이 우연처럼 현실 속에서 동시적으로 같이 맞물려 일어남을 말한다. 그러나 그 동시성은 표면적으로 안 맞을 뿐이지 사실은 무의식 측면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우리가 시간을 과거나 미래로 나뉘어 생각하지만 않아도 이해하기 쉬운 일이다.
남편과 나는 3년간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지만 헤어질 때 서로 오랜 베프에서 연인으로 넘어가던 사이였다. 그런 우린 결혼할 인연이었기에 기적적으로 다시 만난 거라 본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보면 미래시간인 지금은 34년째 부부로 살고 있다. 이는 마치 두 섬이 겉으로는 떨어져 있으나 물아래에서는 서로 맞닿아 있는 것에비유될 수 있다.
심리학자들은 사람의 드러난 의식은 빙산의 일각처럼 적은 5%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 밖의 물속에 잠긴 95%의 거대한 부분은 우리의 무의식이라고 한다. 그러니 우리가 의식하는 5%의 세계에서 인과관계가 안 맞다고 우연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무의식의 바다 물속에서는 그것은 일어나고 있었던 거니까.
마치 남편과 내가 현실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서로 여건과 상황이 안 맞아 도저히 만날 생각도 못하고 있었어도 무의식적으로는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고나 할까!
그러니 자기 삶에 일어나는 이러한 무의식적 세계에 대해 열려있다면 우리는 우리에게 일어나는 사소한 우주적 싸인을 놓치지 않고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무의식은 자신이 의식하든 아니하든 자신의 욕구나 욕망, 바램과 연관이 있는 뿌리의식이다. 그러니 강렬히 원하거나 혹은 나도 모르게(의식은 하지 않아서 ) 끌어당기는 일이 우연처럼 일어날 수 있다. 그러니 겉보기로는 엉뚱한 일처럼 여겨져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일도 가만히 성찰을 해 보면 자신과 연관된 사건의 본질을 간파할 수 있다.
그렇게 일어나는 상황들을 시시때때 알아차릴 때 다가오는 인생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파도타기를 할 수 있다 본다. 서퍼들은 파도를 기다린다. 파도가 오는 순간 그 파도를 타고 즐기기 위해서다. 마찬가지로 인생에 몇 번의 동시성을 체험하게 되면 이제는 그 파도를 알아보기가 점점 더 쉬워진다.
내가 30년 근무한 직장의 명퇴 타이밍도 그러했다. 동시성으로 일어난 일이 있었기에 나의 계획보다 6개월 앞당겨 갑자기 명퇴하고 친정어머니를 내 집에서 모실 수 있었다. 지금까지 그것은 내 인생에 잘 한 일 중 몇 개로 본다. 만약 어머니와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했다면 나는 내내 후회하며 살았을 것이다.
그때 명퇴할 타이밍에 명퇴를 하고 어머니와 8개월을 함께 했던 덕분에 나는 지금 인생 2막을 잘 살고 있다. 그 후 하고 싶던 장기여행도 했고 이제 평화롭게 글쓰기도 하며 보내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내가 동시성을 알아차림으로써 가능했던 일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그러했듯 나는 앞으로도 이 동시성을 잘 통찰하며 가려한다. 그러할 때 인생은 보다 풍요롭고 순조롭게 물처럼 흘러간다는 것을 아니까.
물처럼 흐른다는 것은 쓸데없는 힘을 빼고 간다는 의미다.
배가 없으면 뗏목일지라도 그 위에 내 일상의 모든 짐을 실고서 유유히 물길 따라가면 된다. 강을 거슬러 가는 것은 힘들다. 그러나 물길 따라 바람 따라 그냥 흘러가는 삶은 훨씬 쉽다.
인생의 동시성을 알아차리는 사람은 삶의 귀한 시간과 에너지를 함부로 쓰거나 낭비하지 않는다. 쓸데없는 힘을 쓰지 않고 오직 진짜 힘을 써야 할 곳에 써야 할 때를 알고 쓸 뿐이다.
인생이란 영혼이 육체에 깃들어 살다가 그 육체를 벗어날 때까지의 '시간'이다.
그러므로 출생의 첫 울음부터 사망의 마지막 호흡까지의 '시간대'가 인생이다.
그런 인생에서 지금은 무얼 하며 어떻게 보낼 지의 그 '때'를 아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그를 모르고 의미 없이 그냥 시간을 흘러 보낸다거나 거꾸로 산다면 그건 마치 농부가 씨를 뿌릴 때와 돌볼 때와 거둘 때를 모르고 농사짓는 것과 마찬가지일 거다. 그래서 그렇게 사는 사람을 '철'모르는 사람 이라 한다. 다 때가 있는 법이거늘 그냥 무지한 채로 막사는 철없는 사람이 된다.
돌아보면 지난 60년의 인생이 다 각자 타이밍에 따라 펼쳐져 왔음을 확실히 느낀다. 십 대와 이삼십 대가 마치 인생의 봄 같았다면 사오십대는 처절한 열정의 여름이었고 지금 환갑인 올해는 이제 막 구월의 초입 가을 같다. 인생 가을걷이 같은 육칠십 대가 지나면 이제 모든 걸 저장하고 휴식하며 감상, 관조하는 마지막 시간대인 겨울로 들어갈 것이다.
"인생은 타이밍이다"
그렇게 때마다 무엇을 하고 어떤 사람을 만나며 어떤 것에 중심삼고 살 것인지가 구분된다.
그러니 앞으로 남은 시간들도 내게 일어나는 동시성을 주목하며 지금이 어디에 주목을 하며 무얼 할 때인지를 잘 알아차리며 살아갈 것이다. 그렇게 나의 인생 타이밍 속 노와 키를 조절하며 방향과 속도를 정하면서 인생 바다 항해를 즐기며 가려한다.
아래 동시성에 대해 정리한 글도 첨부한다. Synchronicity란 말로 번역되는 동시성에 대해 사람들이 좀 더 관심을 갖는다면 굳이 점을 보러 다니지 않아도 자신의 주위에 일어나는 일들이나 그리고 지나온 일들에 대해서도 Insight 를 가지고 이해, 통찰하며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도 예지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정신분석학의 대가인 칼 융은 동시성을 “의미심장한 우연의 일치”로 불렀다.
그의 "동시성" 개념은 그의 심리학 이론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의미심장한 우연의 일치"란 말은 두 가지 또는 그 이상의 사건이 시간적으로 동시에 발생하고원인과 결과로써의 연결성은 없지만 상징적 또는 의미적으로 깊게 연결되어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
원인이 결과를 낳는다는 전통적인 뉴튼식 인과법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비인과적인 연결’을 가리키는 것이 동시성 원리다.
이런 우연스러운 일을 어떤 사람들은 우주로부터 전해져 오는 신호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그냥 단순한 해프닝으로 그냥 넘어가 버린다. 하지만 일어나는 사건 하나하나에 다 연연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힘들고 고민하던 일에 대해서 일어나는 동시성이라면 좀 더 숙고해서 그 속에 내재된 본질적 의미를 알아차리고 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