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사랑하는 일 by 채수아

행복한 여정, 성공적인 삶, 그리고 출간을 축하하며~~**

by 김별


어제 가족 모임을 다녀온 뒤, 택배로 도착한 이 책을 밤새 단숨에 읽었다. 브런치 초기 시절부터 알고 있던 작가의 글이라 내용과 정서가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88편의 글은 각기 다른 이야기임에도 한 편의 수채화처럼 같은 색감으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이 책은 ‘채수아’라는 사람의 글향이자 삶의 흔적이다.

나는 책을 읽기 전 나만의 간단한 루틴이 있다.


첫째, 제목과 표지를 본다. 제목은 책의 절반이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이 책은 제목과 표지가 완벽하게 어울린다.

~~~칠판이 있는 교실 창 너머로 초록이 보이고 밝은 햇살이 있고 탁자위에 꽃병이 있는 풍경

건강상 이유로 일찍 퇴직했을 뿐 그녀는 교사인 아버지를 닮아 어렸을 적 부터 별명이 채선생이었고

제자들에게 오래오래 효도받는 선생님이시다.


둘째, 목차를 본다. 사랑의 의미에서 시작해 이해와 이유, 용서로 흘러가는 흐름이 자연스럽다.

~~~사랑에서 시작해서 사랑때문에 아파했으나 사랑의 진실을 알고 이해하고 이제 사랑해야할 이유만 남았다.


셋째,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먼저 읽는다. 작가의 글 순도 100%라는 인상을 받았다.

~~~~프롤로그의 제목은 ‘영혼의 자서전’. 이번 생 지구별 여정에서 빛나는 영혼의 이야기다.


누군가는 소설의 첫 문장을 찾지 못해 책을 내지 못한다는데, 작가의 첫 문장은 이렇다.


“수녀가 되고 싶었다.”


이 한 문장 안에 그녀의 측은지심과 봉사심, 삶의 방향이 모두 담겨 있다. 부모를 설득할 용기가 없어 결혼을 선택했고, 수도원이 아닌 시집살이로 수행을 시작했다. 몸무게가 41kg, 피골이 상접할 때까지 버텨낸 시간들.


하루도 빠짐없이 만나 사랑으로 결혼했지만, 남편은 “이혼은 해도 어머니를 모시지 않고는 살 수 없다”라고 말한다. 여린 아내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긴 말이다.


이미 알고 있던 작가의 삶이었지만,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다시 읽으니 작가님이 더 또렷하게 내 안으로 들어왔다.




1. 섬세함이라는 결


교사의 길을 이끌어주신 친정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작가님의 섬세함은 , 또 공군장교가 된 아들에게로 이어진다. 이런 섬세함이 있기에 그녀는 사랑을 퍼 나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이 책이 말하는 사랑은 열정이나 욕망이 아니라 ‘케어(care)’, 곧 관심과 보살핌이다.

책을 읽으며 나는 남편을 여러 번 떠올렸다. 내 남편 역시 작가님처럼 결이 고운 사람이다.

반면 나는 ENTJ형답게 모든 것을 명확히 나누고 정리하려 한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말로 상처를 준 적도 많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작가님의 섬세함을 조금 더 닮아가야겠다고 느꼈다.


작가님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랑이며, 그중에서도 가족 사랑이 으뜸인데 가정의 중심을 밝히는 ‘집안의 해’ 같은 존재가 바로 ‘안의 해’ 아내라고 하셨다.


작가님이 우울증으로 삶을 포기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힘내세요” 대신 “그 마음을 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그녀 역시 약을 먹으며 버텨본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의 댓글 하나하나에는 봄 햇살 같은 온기가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 전투적으로 삼 남매를 키워낸 어머니, 무거운 책임을 짊어졌던 아주버님, 지금도 성실히 살아가는 시누이와 착한 막내인 남편.

이렇게 서로 다른 사랑법을 지닌 가족을 하나로 묶을 수 있었던 힘 역시 작가님의 섬세한 이해력 덕분이었을 것이다.


2. 질투 없는 마음, 용서의 힘


작가님은 자신에게 ‘질투라는 마음 주머니’가 없다고 말한다. 그 대목에서 나는 내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외동딸로 충분한 사랑을 받았지만, 질투심이 많았던 아이. 아버지가 친구를 칭찬했을 때 서럽게 울었던 기억, 직장 관계 속에서 실없이 마음이 상했던 순간들.


그래서 작가님의 마음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질투와 시기 없이 사람을 바라보는 마음 때문이다.


그리고 용서. 용서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덕목 중 하나일 것이다. 작가님은 삶의 방식이 너무도 달랐던 시어머니를 결국 이해하고 용서한다. 사나운 말투와 끝없이 이어지던 잔소리, 잦은 거짓말까지도 품어낸 뒤에야 관계가 달라지는 기적을 경험한다.


마지막 이별식 같은 임종을 앞두고


“어머니, 제가 어머니 많이 많이 좋아했어요. 제 고백 기억하시죠?” (208쪽)


나 역시 돌아가신 친정어머니와의 마지막 대화가 용서에 관한 것이었다. 성품이 너그러우셨기에 친정 시집 식구 베풀기도 많이 하셨지만 그래도 억울한 일도 있었던 어머니는 늘 그 점을 곱씹으며 원망하셨다.

해서 나는 “어머니 차라리 베풀지 말지 그랬어요. 하시고 나서 그런 마음 갖는 건 아니 한만 못하다”라고 말씀드렸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용서에 관한 부분이 남는다.


3. 사랑은 미루지 않는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작가의 사랑이 언제나 ‘즉시 실행’된다는 점이다.

전철에서 자리를 양보한 청년에게 읽고 있던 책을 건네주고, 팔순 잔치에 온 아이에게 문방구 선물을 사주고, 길에서 만난 노점상 할머니에게 선뜻 돈을 쥐여주는 모습들.


사랑은 미루는 순간 사라진다는 걸 그녀는 본능처럼 알고 있다.

마더 테레사를 떠올리게 하는 이유다.

사랑은 계획이 아니라 실천이며, 바로 지금 하는 일이라는 것을

작가님의 책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조용히 보여준다.


이 책을 덮으며 든 생각은 단순하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매일의 선택이라는 것.

그리고 그 선택을 묵묵히 살아낸 한 사람의 기록이 이 책이라는 것.



리뷰 마지막으로 매우 공감하는 작가님의 묵상을 공유한다.


용서는 자기를 사랑하는 매우 적극적인 사랑인 것이다.
또한 모든 사람과 잘 지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정성껏 사랑으로 대하고, 어떤 이유에서건 저기 건너에 있는 어떤 인연에 대해서도 그동안의 좋았던 관계 고마워, 어디에 있건 행복하게 잘 살기를 빈다'라는 생각으로 좋은 에너지를 보내주면 된다.
수학 문제를 풀듯 100% 다 풀고 해결해야 한다는 것도 일종의 강박이 될 것 같다
우리는 각자 이 세상에서 해야 할 소명을 갖고 태어난다고 한다.
그 소명이 뭘까, 자주 생각하고, 자기의 달란트를 잘 사용하면서 나누고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또한 우리는 이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 태어났다고 한다.
그러니 내 삶의 무대 위에서 '주인공은 바로 나'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지나치게 남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나 없는 삶'의 인생은 더 이상 살면 안 될 것이다.
하루가 모여 삶이 된다. 이 하루만 잘 살면 되는 것이다.
내 옆에 있는 사람과 내가 바라보는 아름다운 하늘에 감사하면서,
내가 해야 할 일을 피 하지 않으며, 그렇게 살면 될 것 같다.
삶과 죽음에 대해 묵상을 하다 보니 답은 무척 간단했다.
하긴 '단순한 것이 가장 위대하다'는 명언도 있지 않은 가!
삶과 죽음에 대한 묵상- 239



PS; 나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을 내 삶의 목표로 삼기위해 이 글을 나의 버킷 리스트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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