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용과 거리두기 그 사이에서
나는 브런치를 이렇게 사용한다
며칠 전 브런치 수상자 발표 이후 올라온 글을 보며, 큰 관심은 없었지만 같은 브런치 마을 식구로서 몇 자 적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 일상에 쫓겨 ‘뭐, 굳이’ 하며 지나치려 했다.
그런데 방금 알람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이제 브런치북의 독자 정보 분석 결과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뜨서 보니 나의 주요 독자는 50대가 주류였다. 그리고 완독 한 글이 내가 공들여 쓴 신나는 여행기가 아니라
‘8월 암 수술과 9월의 응모 준비, 브런치는 애물단지’ 여서 또 웃음이 났다.
~브런치에 등록한 지 한 달 만에 암 수술을 받았고, 그 와중에 여행기를 쓰며 병상 일지까지 한 권 남겼다.
지나고 보니 그래도 결국 남은 건 글이어서 그것이 고마웠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야 마음속에 쌓아두었던 이야기들을 풀어놓을 공간이 생겼다는 사실이 맨 먼저 반가웠고, 마침 이어진 공모전 소식에 과거시험처럼 ‘이건 일단 응시해 보는 게 맞지 않나’ 싶어 달려 들었다.
이미 여행기를 내며 작가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두 번째 책을 향한 도전이라는 생각에 수술 전에 원고를 끝내야 한다고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더구나 응모 시작일을 마감일로 착각한 채 혼자 분주하게 움직였으니, 지금 생각하면 정말 웃지 못할 해프닝이다.
(사실 이 글은 나처럼 그런 사람이 또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쓰는 것이기도 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 인생에 이런 ‘무식하면 용감해지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었지 않은가. 내 브런치 응모는 딱 한 번이었고, 그 이후로는 정리했다.
응모를 접은 뒤 이제 내 목표는 브런치 구독자를 늘리는 것이 되었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내가 쓴 글을 보내며 은근히 응원을 부탁했다. 남편, 아들, 며느리, 시누이들, 친정 사촌들, 그리고 동료 작가들의 응원 덕분에 구독자는 빠르게 늘어났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글 순위 기준이 ‘응원 수’가 아닌 ‘응원 금액’으로 바뀌었다. 그때 나는 나를 응원해 주던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응원을 사양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남편은 차라리 내게 직접 돈을 주는 게 낫겠다며, 플랫폼에 붙는 세금이 아깝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후 브런치 활동이 다소 소홀해졌는데, 지난달 내 계좌에 들어온 낯선 금액 하나가 눈에 띄었다. 알고 보니 친구가 내가 여행하던 중 밥 사 먹으라며 보내준 5만 원 응원이었다. 그때 수치를 들여다보며 ‘이렇게나 공제가 많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정산내용에 들어가 보니 5만원이 줄은 건 이렇게 설명된다.
등록된 정보로 원천징수 및 소득신고 후 수익을 지급합니다.
표기된 금액은 수수료가 제외된 금액입니다.
또 하나 낯설었던 변화는 초록색 표식이었다. 일부 작가들의 글은 거의 모든 글에 표시가 붙어 있었고, 자연스럽게 접근이 어려워졌다.
작가를 돕겠다는 취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브런치는 본래 서로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글을 통해 연결되는 공간이다. 일정한 장벽이 그 연결을 강화하는지, 아니면 약화시키는지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라고 본다.
이 시스템은 작가의 지속을 우선하는가, 플랫폼의 수익을 우선하는가.
내가 경험한 숫자와 구조는 왠지 후자에 더 가까워 보인다.
출간작 선정 기준에 대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든다. 반드시 브런치 활동량이 많은 작가여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글의 취향과 완성도는 다양하니까. 다만 최소한 플랫폼 안에서 어느 정도 공감과 신뢰를 쌓은 작가인지, 아니면 시장성과 판매 가능성이 우선인지에 대해서는 솔직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본다.
나는 첫 책을 사비로 출간했고 거의 다 판매했다. 두 번째 책은 북 00을 통해 냈고 약 40만 원이 들었다. 사진 편집 비용을 포함한 금액이었다. 그 책을 기반으로 한 강의로 출간 비용 이상의 수익을 얻었다.
이 경험을 통해 내린 결론은 단순하다.
결국 출간은 돈, 명성의 문제라기보다 선택의 문제다.
굳이 브런치에 응모해서 1년을 기다리지 않아도, 준비가 되었다면 스스로 출간할 수 있다. 브런치라는 공간을 통해 판매도 가능하다. 물론 이는 나처럼 유명 작가가 될 욕망이 크지 않은 사람의 입장일 수 있다. 젊고 목표가 분명한 작가에게 공모전이나 신춘문예 당선은 여전히 중요한 자격과 상징일 것이다.
다만 10권의 책 출간을 위해 1만 4천명이란 수많은 사람들이 응모에 지나치게 매달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수술을 앞두고 내가 무모하게 집착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출간을 꿈꾼다면, 오늘 당장 준비된 글로 나만의 책을 만들어도 된다.
브런치는 그저 적당히 즐필즐행으로 즐기면 좋은 공간이다.
사계절은 매번 다르게 지나간다. 올해의 단풍을 못 봤다면 그냥 지나간 것이다.
인생이 길지 않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브런치를 이렇게 정리했다.
즐길 수 있을 만큼만, 나눌 수 있을 만큼만.
글쓰기가 삶을 잠식하지 않도록.
이 글은 누군가를 설득하기보다, 나 스스로를 위해 내린 결론이다.
출간을 원한다면 찾아보면 여러 가지 길이 있다.
다재다능 다감하신 류기복작가님의
출간중독 연재 중 "하루 만에 출간계약하는 법"
그리고 오늘 아침 뜬 글이다.
같은 대장암 수술을 받으신 단미작가님의
‘나의 찬란한 계절에게’ 종이, 전자책 출간기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