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강의와 뜻깊은 만남
그러다 잊고 있었는데 올 1월 즈음에 전주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왔다.
전주는 나의 세컨드 하우스인 함양에서 1시간 조금 더 가면 되기에 쾌히 승낙했다.
날짜가 다가와서 강의장소를 찾아보니 다소 특이했다.
전주 첫 마중길 도서관이라고 이름도 특이한데 빨간색 컨테이너 공간이었다.
전주시에서 기획한 여러 특징 있는 도서관 중 하나인가 보다 했는데 도로 한가운데 있고 주차는 좀 떨어진 전주 홈플레스에서 하고 화장실도 없으니 그곳을 이용하고 오라고 문자가 왔다. 아직도 대장암 수술 후 배변이 불규칙해서 화장실은 내게 아주 중요한 장소인데 어쩌나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
암튼 주어진 기회에 감사하고 강의료도 과분해서 며칠 동안 파워포인트랑 강의 자료, 내용 체크하며 부지런히 준비해서 갔다. 장소가 협소한 관계로 보통은 20명 기준으로 하는데 25분이 신청해 주셨다고 했다. 좁은 장소가 꽉 차는 게 강의하는 입장에선 더 좋은 일이기에 그도 감사했다.
강의는 내용은 많으나 간추려 듣기 편안하고 지루하지 않게 하는데 방점을 두었고 다행히 중간중간 웃음 포인트도 적중해서 잘 지나갔다. 교직을 명퇴하고 나서 벌써 5년이다. 그간 중간중간발표나 사회정도는 해 보았지만 정식으로 하는 강의는 오랜만이었다.
마치고 나오면서 주무관이신 듯한 분이 역시 교단에 오래 서신 분답게 잘하셨다길래 쑥스러웠다. 칭찬이라 하셨겠지만 왠지 직업티가 난 게 스스로는 그 틀을 벗어나려 그리 애썼는데 여전히 남아있구나 싶어서였을 것이다.
빨간색이 인상적인 곳에서 아트북같이 여겨지는 다양한 도서가 진열되어 있다. 강의 후 몇 분은 사진을 요청해서 내게도 추억이라 몇 장 남겼다. 담주 이집트 여행 가는 최 00님은 퇴직을 하고 첫 번 참석한 것이 내 강의라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하셨고 한 분은 도서관에서 미리 책을 빌려 다 읽고 오신 성의를 보여 감사했다.
첫 마중길 도서관은 아이들 체험활동도 하고 여행강의도 하는 곳이다.
강의 후기에 강의내용 요약도 있어 올려본다.
https://m.blog.naver.com/traveller_lib/224013922035
나에게 전주는 1차적으로는 강의가 일정이었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일정은 2차 약속 모임이었다.
전주강의가 결정되고 나서 바로 1월에 약속한 브런치 초창기 시절의 두 분을 만나는 날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강의를 마치고 약속한 장소로 설레며 달려갔고 행복한 미소와 웃음으로 해후를 했다.
얼굴은 다들 처음 보지만 글로서 그간 서로를 알아왔던 만큼 마치 오래전 알던 사람처럼 느껴진다.
삶의 굴곡진 부분까지 엿보게 된 동지애 같은 것, 끈끈한 교집합 같은 것이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사람들과 맛있는 걸 먹으며 함께 하는 건 분명코 행복이다.
큰 눈과 밝은 웃음, 그리고 고운 결의 미소와 배려가 넘치는 대화가 더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아침도 굶은 나에게 그곳의 시그니쳐인 시금치 파스타와 씬 피자는 꿀맛이었다.
그렇게 맛나게 먹고 웃으며 나누며 짧지만 알찬 두어 시간 반을 보냈다. 만나면 이리 서로 통하고 행복하니 기약은 없지만 다시 만나자는 기약만 남기고 우리는 아쉬운 작별을 했다.
세상에는
나를 더 풍부하게 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
만날수록 내가 더 확장되고
나를 돌아봄으로써
더 충실한 삶을 살아가게 하는 사람들이다.
결국
나를 더 키우고 성장하게 하는 귀인들이다.
브런치북의 나의 몽골여행기다.
https://brunch.co.kr/brunchbook/silkroad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