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way 를 들으며 마지막 파티를
《더 페어웰 파티(The Farewell Party)》라는 영화가 있다.
죽음과 존엄, 우정과 유머를 인간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영화는 이렇게 묻는다.
"사는 방식만큼, 떠나는 방식도 선택할 수 있을까?"
그 질문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나는 내가 없는 자리에서 사람들이 내 장례식에 와서
말없이 나를 보고 돌아가는 장면을 바라지 않는다.
차라리 내가 살아 있을 때,
내가 사랑했고 나를 사랑해 준 사람들과 직접 눈을 맞추고
“고마웠다”, “행복했다”, “후회 없이 잘 살았다”는 말을 남기고
웃으며 헤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자리는 슬픔을 미리 당겨 쓰는 자리가 아니라
오히려 잘 살아낸 삶을 스스로 정리하고,
사람들에게 웃으며 작별 인사를 건네는 자리다.
나는 그 자리에서
내가 삶의 어떤 순간들을 사랑했고
어떤 경험들이 내게 귀한 배움을 주었는 지
그리고 내가 아는 사람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이만하면 괜찮은 인생이었다”라고 스스로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교직을 마치며 여교사회에서 나는 농담처럼 말했다.
“나중에 내가 떠날 땐 목걸이든 반지든 다 주고 갈게”
다들 웃었지만, 사실 그 말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사람은 떠날 때
짐을 남길 수도 있고,
마음을 남길 수도 있다.
내가 가진 것들이 크든 작든
누군가가 필요하거나 원한다면
나는 기꺼이 직접 건네주고 가고 싶다.
그게 물건이든, 말 한마디든, 기억이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 작고한 고 안성기 배우의
마지막은 내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는 배우로서도 최선을 다해 살았지만
삶의 끝자락에서도 조용히 기부하며 떠났다.
나는 그만큼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떠나는 뒷모습만큼은 그렇게 가벼운 사람이고 싶다.
그래서 사람들이 나를 보내며
“ 자기 삶을 최선을 다해 멋지게 살다 갔구나”라는
말 한마디 듣는다면 그로 충분할 것이다.
한국의 장례는 대개 3일이라는 시간 안에
슬픔도, 인사도, 이별도 마치 의무처럼 급히 치러야 한다.
정신없이 조문객을 맞이하느라
정작 고인을 천천히 기억할 시간은 남지 않는다.
반면 캐나다를 비롯한 서양의 장례문화는 다른듯 하다.
화장이나 매장 같은 절차는 먼저 간단히 치르고,
추모식(Celebration of Life)은 몇 주 혹은 몇 달 뒤에 여유 있게 연다고 한다.
그런 자리의 중심은 ‘죽음’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 가다.
사람들은 검은 옷 대신 고인이 좋아하던 색의 옷을 입고 와서
고인이 즐겨 듣던 음악을 함께 듣고 사진을 보며 각자의 추억을 꺼낸다.
누군가는 웃으며 에피소드를 말하고 누군가는 울다가 다시 웃는다.
슬픔을 숨기지 않되, 슬픔에만 머물지 않는다.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그 안에 있다.
나는 그런 장면이 좋다.
각자가 기억하는 나의 조각들을 하나씩 꺼내
때로는 유머로, 때로는 따뜻한 말로 엮어가며
내 삶을 하나의 커다란 타피스트리처럼 완성해 주는 자리.
누군가는 나를 여행자로 기억할 것이고
누군가는 교사로,
누군가는 늘 죽음의 장막 너머를 응시하며
한 발 한 발 걸어갔던 자유로운 영혼으로 기억하겠지
그 모든 기억이 모여
“저 사람, 잘 살다 갔네”라는 한 문장이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래서 나는
죽음 이후의 장례식보다
살아 생전의 Farewell Party 송별연을 꿈꾼다.
마지막까지 삶의 주인으로
인사를 건네고
정리를 하고
고마움을 남기고 떠나는 것.
그래서 내 인생의 마지막 파티는
슬픈 끝이 아니라
잘 살아낸 한 사람의 마침표가 되었으면 한다.
돌아보면
내가 걸어온 길이 언제나 반듯하지만은 않았다.
거칠었던 시절도 있었고,
서툴렀던 선택도 있었으며,
지금의 눈으로 보면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었을 일들도 분명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굴곡을 포함해
나는 내 삶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 길은 내가 성장하기 위해 지나야 했던 지점이었고,
지금의 나에 이르기 위해
피할 수 없이 통과해야 했던 길이었다.
나는 내 방식대로 최선을 다해 살았다.
그 선택의 결과가 무엇이든
남을 의식하지도, 남 탓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후회도, 미련도 없다.
아쉬움마저도 이제는 이해의 일부가 되었다.
마지막까지 잘 살아낸 한 사람으로서
내 모든 선택들에 대해 스스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한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이만하면 괜찮았다고,
이 길이 내 삶이었다고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송별연에서
함께 듣고 싶은 곡은 My Way다.
가사 하나하나가 내 마음을 대변해 주기 때문이다.
나도 이전에는 마이 웨이를 꼰대들이 부르는 노래 쯤으로 여겼는데
이제 가사를 따라 불러보니 모두가 다 내 말 같다 ^&^
https://www.youtube.com/watch?v=VbPfTnjkL18&list=RDVbPfTnjkL18&start_radio=1
곡 해석)
인생의 마지막을 마주함
"And now, the end is near, and so I face the final curtain"
(이제 끝이 가까워졌고, 나는 인생의 마지막 막을 마주하고 있네)
후회 없는 삶의 여정
살면서 몇 번의 후회(Regrets, I've had a few)는 있었지만,
언급할 만큼 큰 것은 아니었다.
시련에 굴하지 않는 의지
감당하기 힘든 고통(Bit off more than I could chew)을 겪을 때도,
그를 정면으로 돌파하며(Ate it up and spit it out) 다시 일어섰었다.
당당한 자기 정체성
"I did it my way" (나는 내 방식대로 살았다)
남의 말을 따르는 대신, 스스로 진실로 느끼는 것을 당당하게 말하며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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