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9일
카자흐스탄~!
유라시아 대륙 중심에서 몽골과 합치면 전 유럽이 그 안에 들어간다는 나라, 개인적으로도 오래전부터 와 보고 싶었던 나라다.
한반도보다 12배나 큰 나라로 면적으로 세계 9위이나 국토 80프로가 스텝이라 인구는 2천만으로 우즈베키스탄보다 적다. 인구구성은 카작인 절반이상에다 러시아인 30프로이고 공용어가 러시아어다. 수도는 아스타냐이나 제일 큰 도시는 인구 2백만의 알마티다.
우리에게 카자흐스탄 하면 떠오르는 역사가 있다.
먼저는 스탈린 시절 러시아 동쪽에서 서쪽으로 강제이주당했던 고려인 후손들이 살고 있는 나라이고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더 오래전 고조선 시절부터 우리와 연관이 있을 듯한 나라가 카자흐스탄이다.
그간 똘똘하게 우릴 잘 챙기며 가이드해 준 베키와 아쉬운 작별을 했다. 갈래머리 똥그란 눈으로 오랫동안 잊지 못할 강한 인상을 남긴 아가씨다. 그리고 두 친절했던 기사님들과도 일일이 작별포옹을 하고 마지막 기념촬영을 하고 키르기스스탄 국경을 넘었다.
인생도 회자정리,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고
태어남이 있어서 돌아감이 있을 뿐인 지구별 여행이다.
그러니 다시 한번 만남과 떠남의
이별여행 연습을 하는 것뿐이리라.
그런데 육로로 하는 국경이동이 지난번 우즈베키스탄에서 키르기스스탄으로 넘어올 때완 달리 이번엔 아주 수월해서 여권을 한번 보여주고 짐 검사 통과의례도 의외로 짧고 간단했다. 험상궂게 생긴 카자흐스탄 직원도 내 무거운 짐가방을 검색대에 대신 번쩍 들어 올려주어서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절차를 마치고 국경을 넘어서니 현지 가이드가 마중 나온다. 이름이 티무르에서 유래된 테밀란인데 나라처럼 키도 크다. 나중 키를 물어보니 193 이란다.
두 차로 이동하다가 물가가 더 비싼 카자흐스탄으로 넘어와서는 14명이 한 차를 타니 쌓아 올린 짐가방들로 앞 좌석에 앉은 가이드는 손만 보인다.
그런데 테밀란은 차로 하는 이동 시간을 이용해서 간단하게 A4 종이 한 장을 꺼내 들고 지도의 동서남북 삼아 가리키며 설명한다 ㅎㅎ 가성비와 효율성이 최고다. 이런 게 바로 내가 좋아하는 것인데 하면서 이번 가이드 운도 괜찮다며 혼자 미소를 짓는다. 사실 혼여가 아닌 단체여행 시 가이드가 차지하는 여행의 비중은 훨씬 크기에 무시 못할 여행의 행, 불행을 결정하는 단자가 된다.
카자흐스탄의 국경은 북으로 러시아와 국경이 5,000 킬로 미터, 그 외 동으로 중국, 남으로 3 스탄 국과 접하고 서로는 카스피해를 두고 있다. 북으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기도 하지만 인구구성도 단연코 러시아계가 많아서 러시아 정교 비율도 높고 다른 스탄국에 비해서 이슬람적인 면이 적게 느껴지고 길에서도 러시아 미녀들을 많이 만난다.
가면서 울퉁불퉁한 도로사정을 설명하는데 여름에는 45 도까지 겨울엔 영하 30도의 극심한 기온차로 인해 도로가 균열이 일어나 더 안 좋은 거라 한다. 연교차와 일교차가 큰 날씨와 기후는 대륙성 기후의 전형이라고 이전 학교에서 배웠던 기억이 난다. 암튼 도로사정은 그런 기후적 여건에다 이곳이 국경 근처 외진 곳이어서 방치된 탓으로 더 심한 거 아닐까 나름 추측해 보았다.
우리는 일단 숙소가 있는 사티 Saty로 이동했는데 사티는 카자흐스탄의 숨은 진주라고도 불릴 만큼 호수와 계곡으로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트레킹과 캠핑을 즐기는 국내외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 주변에는 콜사이 Kolsai Lake와 카인디 Kaindy Lake 등 유명호수가 있어 더욱 인기가 많은 곳이다.
숙소에 도착해서 여장을 풀고 좀 쉬다 자작나무 호수로 유명한 카인디 호수를 먼저 갔다. 1911년에 발생한 강도 높은 지진으로 생긴 산사태가 계곡의 물을 막아서 생긴 천연호수다. 해발 2000미터의 계곡 물이 차가워 나무는 썩지도 않고 잘 보존된 채로 그대로 물에 잠겨있는 모습이 신비로운 곳이다.
우리는 타고 간 미니버스에서 내려서 호수로 가는 12킬로 비포장도로를 달리기 위해 러시아 군용차 사륜구동으로 갈아탔다. 가는데 흔들림 자체가 정말 놀이동산 수준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고 우리 모두 그럴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었기에 덜컹거리는 만큼 소리도 더 지르고 개울물을 헤치며 가는 동안 물보라에도 스릴을 만끽한다.
그렇게 군용차를 타고 갔지만 호수까지는 여전히 가파른 높은 산길이 남아있었다. 나머지 좁은 오르막 산길은 말을 타고 다시 왕복 4~50분 동안을 가야 한다.
사륜구동에서 내리니 우릴 태우고 갈 마부들과 말들이 쫙 도열해 있었다. 오랜만에 말을 타는 터라 좀 긴장을 하는데 그중 한 분이 뭐라 뭐라 하며 나를 먼저 데리고 간다. 나는 아직 일행들이 가격 흥정도 하지 않은 상태라 기다리라 하니 이빨이 하나 빠진 마부님은 손짓 제스처를 하며 막무가내다. 이리저리 손을 휘저으며 다른 마부들에게 뭐라 뭐라 지시하신다.
결국 못 이기고 이끌려 말을 탔는데 나중에 보니 나를 찜한 마부님이 리더라 맨 앞장서서 가야 하는데 딱 보기에 내가 제일 작고 가벼워 보이니 나를 먼저 찜하고 다른 사람들이 뒤따라오라고 한 거 같았다. 이런 경우가 처음은 아니다.
필리핀에서도 따가이따이 화산을 보러 올라갈 때 영리했던 어린 마부는 나를 맨 처음 찜해서 두 사람이 말을 타고 같이 올라갔다. 다른 마부들은 걸어서 올라가는데 두 사람 몸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나를 그 소년마부는 40명 일행 중 맨 처음 지목하며 태웠던 기억이 떠올라 속으로 킥킥 웃었다.
암튼 리더 마부님 덕분에 앞말들이 일으키는 먼지도 없이 맨 앞에서 풍경을 감상하며 가니 감사했고 기분도 업 되었다. 말 탄 긴장이 사라지자 여유 있게 파란 하늘과 초록의 계곡과 흐르는 물을 바라보니 내가 정말 중앙아시아의 자연 속에 있음을 실감한다.
처음엔 기분이 좋았지만 점점 호수까지 가는 동안 산등성이 오르막길은 만만치 않았다. 좁은 길에 말이 알아서 발 디딜 곳을 찾아 걷지만 말발굽이 길 너무 가로 갈 때는 행여라도 말이 발을 헛디뎌서 함께 계곡아래로 떨어져 나갈 것 같아 조마조마했었다. 특히 가파른 길을 올라갈 때 보다 내려갈 때는 정말 말과 함께 아래로 미끄러질 듯 아찔한 곳도 있었는데 그런데 어쩔? 다시 한번 속으로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하면서 그 스릴을 만끽하며 가는 수밖에 없었다 ㅎㅎ
그렇게 일행들보다 먼저 도착해서 카인디 호수를 보러 내려가니 물속에 서 있는 마른나무들이 마치 유령의 숲처럼 고요하고 호수주위로 짙은 산림과 어우러진 옥색의 물빛이 신비감을 자아낸다.
상상했던 거보다 호수가 크진 않았지만 녹색과 옥색에 대비되는 파란 하늘의 고요와 평화로움에 반해 사진을 실컷 찍고 나니 그제사 나머지 일행들이 도착했다.
암튼 여기도 한 번은 와 볼만한 곳이라 여겨지는데 누군가 호수의 물이 점점 줄고 있어 10년쯤 뒤엔 이 호수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말을 한다.
호수를 바라보며 심호흡도 몇 번 하고 나는 더 둘러보다 갑자기 옆에 독수리 사냥꾼 사진가에게 낚여 독수리를 잡고 사진도 찍었다.
카자흐스탄 국기에도 하늘색 바탕에 황금색의 카자흐 전통 문양과 32줄기 태양 그리고 독수리가 그려져 있다.
큰 나라 카자흐스탄 지도
국경 넘기 전 일행들과 기념촬영~가운데 양갈래 머리 베키와 작별할 시간~또랑또랑한 눈망울과 말투로 우리에게 미소와 즐거움을 주었던 가이드 베키와 두 친절하셨던 운전기사분들의 나라로 키르기스스탄을 기억할 거 같다.
카인디 호수가는 쪽
카인디 호수~아름다운 청록색 물빛사이로 고사한 삼나무들이 하늘 향해 꼿꼿이 서 있는 모습이 경이롭다
독수리 기념사진 ㅎㅎ
전천후 사륜구동 러시아 군용 트럭
호수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개울물에 손을 담그고 씻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