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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Jul 29. 2023

중앙아시아 8~ 세계 두 번째로 큰 산정호수 이식쿨

키르기스스탄의 푸른 눈 이식쿨 호수

2023년 6월 7일


키르기스스탄 여행 6일째, 타시라바트를 보고 일행은 코흐코로 Kochkor 마을로 이동한다.

작은 폭포


가다가 작은 폭포를 보러 잠시 차에서 내렸고 시냇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도 보며 풀 냄새도 맡으며 걷기도 한다. 누구는 풀냄새가 그리 좋다니 나처럼 어릴 적 시골에서 자라서 유년의 고향에 대한 향수가 있으려나 싶었다.


점심은 Tanga 마을에 있는 게하에서 볶음밥과 역시 속 풀리는 수프로 했는데 특별히 주인장이 담그신 애플과 포도와인을 맛보기도 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러시아계부부인 이 집의 정원이었다. 마치 타샤의 정원을 방불할 정도로 잘 가꿔져 있어서 점심 먹는 거보다 아름다운 정원을 둘러보는 것으로 더 환대와 호사를 누리는 듯했다. 그곳에는 빨강 노랑 장미와  정성껏 가꾼 예쁜 야생화들로 가득했는데  밥을 먹으면서 내다보이는 식당 창 밖 정원 풍경이 그대로 연결되어 마치 야외식사를 하는 피크닉처럼 느껴져 편안하고 좋았다.


이 날의 여정 목적지는 카라콜 Karakol에 있는 이식쿨 Issyk-Kul 호수였다. 


키르기스스탄은 한반도 크기 면적으로 중앙아시아에서는 작은 나라다. 그런 작은 나라에 남미 티티카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산정호수가 있다는 게 놀라웠다. 지도에서 보면 대륙에 마치 눈처럼 박혀있어 이 나라사람들은 호수를 '키르기스스탄의 푸른 눈'이라고도 부른다.

동서로 길이가 177km, 폭은 가장 넓은 곳이 57km 이어서 실제 지도에서 보면 호수가 가늘고 긴 ‘눈’처럼 생겼다.  


이식쿨은 전체 크기가 제주도 3.5배이고 호수둘레만도 400킬로인 데다 해발 1600미터 위치해 있어  ‘천산의 진주’로도 불린다


산 위에 있는 바다, 산정호수 mountain lake 라 해도 들어가서 물맛을 보니 그리 짜진 않았다. 바다가 융기된 곳이지만 그동안의 수 없는 비로 맛이 중화되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호수에는 각종 물고기가 살고 수심이 깊은 곳은 700미터로 호수가 깊어서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 한다.


호수의 북쪽은 소비에트 시절부터 사람들로 북적이는 휴양지였기에 지금도 리조트나 레스토랑 등으로 잘 개발되어 있으나 우리가 간 곳은 남쪽의 와일드 비치로 정말 아무것도 없는 한산한 곳이었다.

가져간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아직은 6월이라 차가울 거라 해도 용기 내어 일단 이식쿨 호수에 몸을 담가보는데 정말 차가웠다. 그래도 수평선처럼 펼쳐진 더 넓은 호수를 바라보니 몸도 마음도 상쾌해졌다.

호숫가에는 백사장도 고운 모래도 있지만 호수물아래 얕은 곳은 크고 작은 돌멩이들이 미끄러워 발을 옮기며 걷기가 어려웠다. 그냥 물속에 잠시 앉아 수평선을 바라보며 잠시 물멍만 하는 것도 휴식으로 좋았다.







이식쿨 호수로 가면서 가기 전 제티 오구즈 계곡을 들러서 갔다. 그곳에 이르기 전 계곡 입구에 일명 Broken heart라는 갈라진 바위도 있는데 이에 대한 설화가 있다. 심장이 갈라진 것 같은 모양의 바위들이 붉어서 피를 흘린 것이라는 식의 이야기들인데 사실은 바위에 철 성분이 많아서 그리 붉게 보이는 것이다. 

암튼 찢어진 가슴이란 스토리를 갖고 있는 브로컨 하트는 사랑하는 남녀가 왕이나 지역 권력자들의 방해로 그 사랑을 이루지 못하게 되어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비극적인 죽음으로 끝난다는 슬프고 애달픈 이야기들이다.


이 지역은 유난히 비가 많이 오는데 우리가 제티 오구즈에 갔을 때도 비가 와서 사진도 찍지 못한 채 가이드 설명으로 대신했다. '일곱 황소'란 뜻을 가진 제티 오구즈도 역시 전설 따라 삼만리 같은 이야기다.

이야기인즉슨 옛날에 한 왕이 죽기 전 일곱 명의 아들에게 재산을 공평하게 나눠 주었는데 왕이 죽자 형제들은 재산을 다 가지려는 욕심으로 서로 싸우다 서로를 죽이게 되는 형제간의 피로 얼룩진 싸움을 지켜보던 마법사가 그들의 피로 일곱 개 산을 만들었고 그 형상이 마치 황소처럼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인류역사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지만 이런 설화들이 다 인간 안에 있는 탐욕과 어리석음으로 인한 폭력과 잔인함으로 생긴 이야기들이라 생각하니 좀 씁쓸하기도 했다. 언제나 끝나려나, 이러한 되풀이되는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으로 인한 악 순환들이.

기술문명은 발전했는데 인류의 도덕성과 정신문화는 그만큼 더 진보했는가? 

물론 점진적 진화는 있어왔겠지만 여전히 세상은 약육강식 정글의 법칙이 나라와 나라, 개인과 개인사이에서도 현실로서 엄연히 존재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떠올리며 나는 여행하는 동안 하던 대로  평화를 위해 기도했다.


그리고 결국 나 하나 바뀌는 만큼
세상은 변화한다는 결론만 다시 떠올렸다.


그런데 가이드가 설명하던 중 갑자기 유리가가린을 말한다. 평소 예습 없는 여행을 하는 나는 엥? 무슨 소리 하며 생뚱맞다 여긴다. 설명인즉슨 제티 오구즈 이곳에 러시아의 우주 비행사 유리가가린이 들렀기에 마을 사람들이 그를 위해 집도 짓고 했다는 소리다. 물론 근교에는 그의 동상도 있다.


그가 최초의 우주비행사란 것은 알지만 나중 더 찾아보니 그는 1961년 4월 12일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인간의 첫 우주공간 진출이라는 대업적을 세웠고, 약 1시간 30분 간 우주 공간에서 머물다 돌아온 그는 '지구는 푸르다'라고 말한다. 우주 공간 어둠 속에서 빛나던 푸른 별, 그래서 아마도 그의 말 이후로 초록별 지구란 이름이 생겼지 않나 싶다.

그렇게 우주 비행을 마치고 돌아온 그가 휴식을 취했던 곳이 바로 키르기스스탄의 제티 오구즈 계곡이라는 것이다.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가 푸른빛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던 그가 푸른 숲이 울창한 이곳을 휴식처로 찾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니냐며 누군가가 말했는데 차암 그럴듯한 아름다운 설득으로 들렸다.


암튼 이곳 키르기스스탄은 자연의 천국인 곳은 맞다.


평화롭게 배를 불리는 소들을 보면서 작은 폭포에서 흘러나오는 물길 따라 올라가 보기~폭포가 크진 않았지만 물은 차갑고도 시원했다

양탄자 공예 작품인 쉬르닥은 판매용으로 주로 만들어진다. 공예로 만들어지는 발깔개용 양탄자에는 양 5마리분의 양털이 사용되며, 쉬르닥 제작은 많은 시일이 소요되는 노동집약적인 과정이기에 주로 농촌지역 여성들이 만든다고 한다. 양이나 낙타털로 만드는 러그인데 이 문양들은 3 스탄 국이 다 비슷해 보였다.

과일 깎은 모습 하나에도 음식을 귀히 여기는 게스트 하우스의 정성이 보인다

잘 차려진 게하의 저녁식탁, 맨 앞의 피자 썰어놓은 것 같은 것은 놀라게도 부추전이었다

3 스탄 국 모두 땅이 넓어서인 지 무덤이 크다

우리처럼 봉분을 쌓고 주변엔 담을 만들어둔 무덤

점심 먹으러 들렀던 정원이 이뻤던 곳 탐가의 게스트하우스

노랑장미와 파란색 건물이 조화롭다

고춧가루  아닌 토마토가 들어가서 붉은색갈인 수프가 속을 시원하게 해 준다


쪼개진 심장 broken heart 오른쪽 바위가 심장이 갈라진 모양이다.


철 성분이 많은 바위들은 붉은빛 브로컨 하트 주변 풍경

이식쿨 호수에 모래 비치도 있다

6월인데도 물은 차갑고 바닥돌은 미끄러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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