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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Jul 28. 2023

중앙아시아 6~ 해발 3천 미터 산정호수 송쿨

송쿨호수 가는 길에 들른 거인의 집

2023년 6월 4일


키르기스스탄 치치칸에서 자고 송쿨 호수로 가는 길에 고종쿨 거인의 집을 들렀다.


별명 헤라클레스인 그는 키 246cm에 손가락 길이가 25cm인 거인이었다. 소비에트 연방시절 서기관을 지냈고 지역에서도 두루 좋은 을 하며 살다 간 그는 4명의 부인을 고 67세까지 살았다 한다. 그가 입던 옷들과 식기, 생활용품을 보면서 사람마다 다 독특하지만 그 또한 유별나게 특별한 몸을 가지고 와서 그만의 일화를 남기며 고유한 삶을 살다 간 거라 여겨졌다.

우리도 그러하다. 지금 함께 여행하는 일행 14명도 다 하나같이 외모도 다르고 심성의 결이나 자기만의 특징, 능력도 다르다. 여행은 결국 풍경도 건물도 아닌 사람이라고 보는 내게 고종쿨도 함께 하는 일행들도 다 여정길 위에서 새로운 발견의 대상이긴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 80억 인구의 '유일한 나'로서 나만의 창의력으로
하루하루 일상을 멋지게 창조하며 잘 살다가 길 바래본다.
외적으로 여행을 하든 아니 하든
인생은 어차피 탄생과 죽음사이 그 길 위의 여정이니 말이다.


박물관에서 그의 손주며느리 설명을 듣고 나서 바로 뒤에 그가 태어나 살던 집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서 가 보았다. 지금은 손주부부가 사는 방이랑 창고에 닭이 낳은 알도 보고 양똥으로 불 때는 연료를 만들어 쌓아 둔 것도 보았다. 마당에는 유르트를 만드는 천막이 펼쳐져 있고 손자와 사진도 찍고 가이드 설명을 들으면서 거인의 농갓집을 둘러보는 시간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점심을 먹으러 키질오이 마을의 현지인 집을 들렀다. 특별한 수입원이 없는 마을주민들이 키르기스스탄의 16개 마을에서 민박집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다는데 이 마을에만도 그런 집이 12개 있었다.


그런데 주인아저씨말이 차도 잘 안 다니는 이런 마을에 신호등이 웬 말이냐며 ㅠㅜ

정부가 그런 돈이 있으면 마을 학교나 정작 더 필요한 곳을 위해서 썼으면 좋겠다며 말씀하신다. 

일행들도 다들 정말 나랏돈 제대로 안 쓰는 이런 일은 어디서든 안타깝다며 입을 모았다.


암튼 일반 호텔이나 식당과는 다른 개인집 민박에서 점심을 먹으니 메뉴의 화려함 보다는 정성이 느껴졌다.

야채, 고기가 들어간 수프가 집밥처럼 편안하고 일행들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었다. 

나오면서 그네에 앉아있는 주인집 아들의 초롱한 눈망울이 너무 예뻐서 돈을 조금 쥐어주었다.

아직 세상도 돈도 모를 아이에게 그래도 내 마음 표현으로 줄 게 그것뿐이라.


점심을 먹고 여전히 차는 텐산산맥의 설산을 보며 달린다.


이곳도 풀이 제법 자라는 6월이 방목시작이라 이동 중인 양 떼들을 자주 길 도로가에서도 만나는데 그들에겐 일상이나 우리에겐 낯선 풍경이라 새롭고 장관이다. 그렇게 이동해서 산등성이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는 소와 양들을 보며 설산에서 녹아 계곡으로 흘러내리는 물을 보면서 가니 도시와 인공에 시달려 팍팍했던 마음들이 점점 자연에 물들여져 자연을 닮아가면서 여유롭고 풍요로워진다.


나이 어린 일행의 생일날 준비해 둔 샴페인을 산 위에서 터트리며 축하해 주고  베키가 아침명상 하자며 키르기스스탄 춤을 추기 시작하니 우리도 다 함께 따라 하며 춤명상이 되었다 ㅎㅎ



이 나라 인구구성으로는 소수이지만 우리가 나눠 탄 두 차의 기사님은   다 러시아계통이다. 이 스탄국에서는 러시아계통의 사람들이 주로 운전을 많이 하고 있었다. 말없이 친절하고 말 한마디 안 통하는데도 두 분 중 과묵한 세르게이보다 발리에르 아저씨는 가끔 뭔가를 우리에게 더 설명해주려 하신다. 자신의 나라에 대해 알려주시려 영어로 몇 마디 물으면 러시아말인 지 섞어 손짓으로 바디랭귀지로 눈빛으로 말해주시는데 진정성이 느껴진다. 


자연이 아름다운 나라, 면적 대비 인구가 작은 나라에 살다 보면 그렇게 사람들 심성도 거칠지 않고 더 순박할 거라 여기며... 그런 점에서 면적이 비슷하고 인구는 더 작은 나라인 뉴질랜드가 떠올랐다.


그렇게 차는 달리고 달려서 해발 3000 고지 위를 오르내리며 드디어 송쿨호수가 있는 유르트에 도착했다.







송쿨은 해발 3016미터에 위치하고 둘레 29킬로미터 폭이 18킬로미터인 산정 호수다. 

키르기스스탄에서 담수호수로는 제일 크고 이식쿨에 이어서 두 번째로 큰 호수다. 가까이서 봐도 그냥 넓게 펼쳐진 고요한 모습이다. 마치 시간이 멈춘듯한 그 앞에서 일단 인증 샷부터 몇 장을 찍었다. 일행 중 몇몇 분은 벌써 고산증 증세를 느끼며 약을 복용하는데 나는 그 정도는 아니고 해발 3천 미터를 차로 오르락내리락한 여정길 후라 피로감을 느끼긴 했다.


그러고 나서 짐을 풀고 나니 벌써 어둑해지는 시간이다.


사우나 같은 반야에서 물을 아껴 대충 씻고 다 같이 저녁을 먹는 식당 유르트에 갔다. 소. 양 고기가 빠지지 않는 푸짐한 식사를 하고 가이드 베키가 캠프파이어 불을 지펴놓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그 밖에 여행지에서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라 해서 두루 얘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이십 대 젊은이지만 대학을 중퇴하고 영어를 독학하다시피 해서 가이드일을 시작한 지 5 년 차 지금은 외국유학을 갈 것인 지 이 관광업을 계속해서 자신이 여행사를 차릴 것인 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었다. 내게  어떤 게 좋을까? 기에 나는 베키의 적성과 능력에 여행업이 맞는 거 같다며 일단 이 일을 계속하는 게 어떨까? 하는 말을 해 주었다. 자신이 하는 일에 열정을 가지고  일을 좋아하면서 늘 밝은 모습인 그녀를 보면서 키르기스스탄 나라에 대해서도 더 좋은 느낌을 갖게 하는 그녀, 함께하는 동안 우리 일행들 모두가 가이드 운이 좋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러시아어를 생활 중에 많이 쓰느냐는 내 질문에 이십 대 그녀의 친구들을 만나면 러시아어로 대화를 하기도 하는데 그런 친구들은 좀  잘 난척하는 부류들이라 한다. 일종의 스노비즘 Snobism으로 아직도  여전히 러시아어를 하는 게 좀 더 우월하거나 고상해 보인다 여기고 그리하는데 자기는 그런 거 신경 쓰지 않는다며 그냥 키르기스스탄말로 하는 걸 더 좋아한다고 했다. 

사실 스탄국의 공용어인 러시아어는 1991년 각국들이 구 소비에트연방에서 독립했지만 여전히 두루 많이 쓰이고 있는 듯하다.


하기사 우리가 일제 지배를 36년 받은 것으로도 일부 사람들은 일본을 더 우위로 여기며 '친일적'일 수도 있는데 싶었다. 사실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 중에서  일제, 미제가 더 우수한 제 품들들이 많았다.

중앙아시아의 작은 나라인 키르기스스탄은 백 년 이상 큰 곰, 큰 형님 같은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으니 러시아를 우위로 여기는 사고가 쉽사리 사라질 수 없겠다 싶으면서도 약소국으로서의  동병상련 같은 것이 여겨져서 왠지 서글펐다.


마치 코끼리를 어렸을 적에 작은 막대기에 묶어두면 나중 거대하게 자라서도 그걸 박차고 나가지 못하는 것처럼 사람도 마찬가지다. 한번 입력된 정보에 대해서 자유로워지려면 적어두세 번은 뒤집어서 생각하고 의심하며 몸부림쳐보고 나서야 비로소 거기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 세뇌에서 벗어나려면 적어도 시간과 함께 의식적인 노력이 함께 필요하다 본다.


초원의 불가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얘기하다 마시멜로도 구워 먹고 가야 한다는 베키말에 나는 됐다며 먼저 들어왔다. 온종일 비포장, 포장길을 번갈아가며 달려온 탓에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초원에서는 와이파이 디톡스가 절로 된다. 폰은 오직 사진기 역할만 한다.

발전기 generator로 돌리는 전깃불은 우리가 잠들자 자동 꺼지고 5인용 유르트에 4명이 자는데 석탄을 넣어 난롯불을 피워 주었다. 자기 전과 새벽녘에 한번 더 석탄을 넣어주니 살짝 춥긴 했지만 피곤한 탓에 다들 쉽게 곯아떨어졌다.


이튿날 일찍 일어나 전날 제대로 못 본 호숫가를 산책하고 멀리 보이는 설산을 향해 걸어본다. 예민한 동물인 말들이 세상 평화롭게 풀을 뜯다가도 내가 다가가는 기척에 금세 놀라 이동해 버린다. 다행히 그들이 알아채기 전에 내게 그들의 '평화'를 찍을 수 있는 행운이 있어서 혼자 미소 지으며 기분이 좋았다.


길 가다 만나는 이동 중인 양 떼들

거인 고종쿨이 손으로 번쩍 들어 올렸다는 바위 중 하나

고종쿨 박물관

그는 키는 컸지만 굴은 거인증 같지 않은 보통사람 모습이다.

그가 살던 농갓집 방

양똥으로 만든 연료

가이드 베키 설명

고종쿨의 손자와 그의 집 마당에서

고종쿨이 그의 친구를 기리며 만든 무덤이란다

키질오이마을 민박집 아저씨 설명

민박집에서 운영하는 승마와 트래킹등 안내도~자연을 좋아하는 여행자들이라면 말을 타고 트래킹을 하는 이런 코스를 적극 활용하면 좋을 듯하다


스탄국 풍습인 듯 밥 먹기 전 식탁에 애피타이저로 혹은 디저트로 내놓는 대추야자 말린 것 등  각종 견과류가 푸짐하다.

석류, 체리쨈이랑 찍어먹으면 맛있는 튀긴 빵 같은 것

고기, 야채가 들어가서 국물이 시원한 우리식 국이다

주인집 아들 눈망울이 똘망똘망하니 이쁘다 ㅎㅎ

이 동네 붉은 산이 인상적이었다

전통 튀김빵 보르속~~ 작게 금방 튀긴 빵이 정말 쫄깃하고 맛있다. 언제 보르속을 먹느냐? 고기 먹을 때, 야채 먹을 때, 차 마실 때, 그리고 아무것도 없이 보르속만!! 그러니 늘 보르속을 먹는다며 베키가 자랑할 만했다 ㅎㅎ

드뎌 호숫가의 유르트 도착

같이 밥을 먹는 식당 유르트 안에 장식이 화려하다. 유르트 실내 중심부 벽에 양탄자 등과 같이 걸려 있는 것은 결혼할 때 신부가 해 오는 투시키즈다. 주로 행복한 결혼에 대한 축하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하는데 투시키즈의 색깔과 디자인에는 각 가문의 특징과 키르기스 전통이 표현되어 있다 한다.

지평선인 가 수평선인 가? 송쿨 호수가 하늘과 맞닿아 같이 파랗다.


호수 위에 새도 날고 고요하고 고즈넉한 풍경이다

아침 산책 때 찍은 설산을 배경으로 한 초원

우리가 머물렀던 유르트

호수의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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