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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Jul 28. 2023

중앙아시아 5~산악과 호수의 나라 키르기스스탄

볼수록 매력적인 스탄국들

2023년 6월 2일


텐산 산맥 줄기들

중앙아시아로 떠나온 지 열흘 째, 중앙아시아 볼매다. 볼수록 매력적이다. 

원래는 5 스탄국을 다 가려했지만 2 스탄 국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이번엔 3 스탄국을 보고 나 혼자 몽골초원을 여행하기로 했다.


우즈베크를 떠나 키르기스로 넘어오면서 이번 스탄국 여행을 기획한 말레이시아 친구 Kiat는 두 나라를 한 마디로 잘 일축한다.


우즈베크스탄이  건축, Architecture였다면,
키르기스스탄은 자연, Nature다.


여행친구 키야트는 화교출신 말레이시아 변호사다. 그녀는 진짜 여행을 좋아해서 일도 여행을 위한 벌이로 하는 것 같은 사람이다. 키야트는 여행을 계획할 유명 관광지 같은 뻔한 코스보다는 항상 좀 더 그 지역을 잘 느낄 수 있는 곳 위주로 일정을 짰기에 나는 여행 기획부터 세세한 구체적 일정 모든 면으로 그녀를 신뢰할 수 있었다. 스탄국은 이번이 세 번째 여행인데 자기는 5 스탄국중 자연이 아름다운 키르기스스탄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나도 귀촌해서 집 지은 지 6년째, 지금도 도시와 지리산골을 오가며 지내고 있으니 '자연'이란 말은 내게 절로 큰 숨 쉬며 가슴을 열게 한다. 그런 내가  키르기스스탄에 드디어 와 본다.


우리는 우즈베키스탄 히바에서 우르겐치로 가서 비행기를 타고 타슈켄트로 돌아갔다. 

그리고 우리가 지난번 묶었던 호텔에서 자고 이튿날 마르길란행 기차를 타고 국경으로 이동했다.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보는 풍경은 벌써 자연의 나라 키르기스스탄을 예감하기에 충분했다. 계곡과 산을 끼고 흐르는 나린강줄기를 보며 매번 우리는 환호성을 지르며 사진을 찍어 서로 보여주며 번갈아 감탄을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렇게 말레이시아 친구들과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이 간식도 번갈아 주고받아 나눠 먹으며 한 기차여행은 유쾌하고도 즐거웠다.


마침내 국경 근처로 와서 국경을 넘는데 검문소 입국 절차는 예상 밖으로 복잡하고 오래 걸렸다. 나는 배낭을 메고 20킬로 넘는 가방을 끌고 통과하느라 혼쭐이 났다. 짐이 가벼울수록 여행이 즐겁다는 말은 진리지만 한 달 여정으로 여름이라도 고원에서 추울 것을 대비해서 패딩과 두꺼운 바지까지 챙긴 내 짐가방은 만만찮았다.

공항 출입국소야 줄만 길 뿐이지 그냥 기다리면 되는데 이곳 국경 넘기는 여권을 보여주는 것만도 너덧번을 하면서 일일이 몇 구간을 가방을 끌고 이동해야 하는 게 불편했다. 

암튼 그렇게 복잡한 통로를 다 지나고 나와서 드디어 이곳 가이드인 베키를 만나 숙소가 있는 키르기스스탄 제2의 도시인 오쉬(Osh)로 다시 이동했다.







키르기스스탄은  전국토가 톈산 산맥, 파미르 고원, 키르기스 산맥 등 모두 동서로 뻗어 있는 산맥지대에 걸쳐 있어, 여러 개의 협곡지대로 나뉜다. 탈라스키 알라타우 산맥이 중앙부에 동서로 위치하여 국토의 남북을 구분하는 역할을 하며, 산맥의 북동부에는 이시쿨 호수가 있고, 북으로 흐르는 추강, 서쪽으로 흐르면서 페르가나 분지에서 시르다리야강과 합류하는 나린강이 있다. 서부는 동부보다 낮아서 이웃 국가인 우즈베키스탄과 페르가나 분지의 일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암튼 키르기스스탄 은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라는 별명대로 국토의 93프로가 산인 나라다. 게다가 그 국토의 80%가 우리나라 지리산 천왕봉보다 높은 해발 2,000이니 고원의 나라이고 국토 면적은 한반도 크기이나 반면 인구는 23년 기준 700백만이 안 되는 작은 나라다.


인구구성은 6-70% 키르기스인에 우즈베크인 14% 그리고 러시아인과 기타로 되어 있다. 우즈베크에 비해 외모가 신장 위구르지역에 가까워 얼굴이 살짝 동글 납작하며 거의가 다 검은 머리다. 종교는 80%가 이슬람이라 하나 거리에는 머리에 히잡을 쓰지 않은 사람이 많다.


현재의 키리기스스탄은 작은 나라지만 그들의 역사를 보면 괄목할만한 사실들이 있다스탄국중에서는 작은 나라인데 자존감이 더 센 나라인 거처럼 여겨지는 것에 대해 역사 속에서 그들의 정체성을 한번 더 조명해볼까 한다.


유목민족들의 주변국들과의 흥망성쇠사를 순서대로 보면 흉노-선비-유연-위구르-키리키즈-거란-몽골 대략 이런 순인데 이 가운데 위구르를 이어 승자가 된 대단한 민족이 바로 키리키즈인들이다대부분 유목민족들의 특성상 그들은 갑자기 순식간에 나타났다 짧게 한 때를 장식하고 다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그 가운데 한 때 당나라도 들었다 놓았다 한 그 무시무시한 위구르족을 멸망시킨 게 키리키즈 민족이란 사실이다. 


그렇게 바람처럼 기록과 흔적을 남기지 않으며 실크로드 길목에서 바람처럼 살아가던 유목민 키리키즈 민족은 1867년 제정러시아 지배시기부터 유목민에서 점차 정착민으로 바뀌어가기 시작했다 한다.     

현재의 키리키스 공화국은 모든 구 소련체제하의 인근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이 후  독립하여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다. 

   

국경을 넘을 때 줄줄이 가방을 끌고 가는 우리 일행을 보고 한 할아버지가 어디서 왔냐고 물으시길래 코리아라 하니 갑자기 엄지 척을 하며 '주몽'이라 한다. 주몽 드라마의 배경인 부여가 중앙아시아와 가깝고 활 쏘는 유목 문화가 같은 유목민이어서 일까?  15~6년 전에 방영된 이 한국드라마가 유독 이곳에서 사랑받는 이유가 무얼까 갑자기 궁금해지기도 했다. 암튼 방탄과 K문화, K드라마의 위력을 탄, 탄, 탄국에 와서도 매번 심심찮게 다시 실감한다.






우리가 맨 먼저 도착한 키르기스스탄의 도시는 오쉬다. 

오쉬는 우즈베키스탄과의 접경 지역에 있는데 페르가나분지의 비옥한 지역으로 예전부터 실크로드가 지나가는 주된 교역 지였다. 국토를 가르는 천산과 여러 산맥들로 나라가 자연적으로 남북으로 나뉘니 오쉬는 카자흐스탄과 접하는 북쪽에 비해서 먼저 이슬람화가 되었다. 그리고 오쉬 뒤쪽 페르가나 계곡에 유명한 술라마인투 성산이 있다. 나는 컨디션 조절상 안 갔지만 일행들은 새벽 일찍 그 성산에 다녀왔다. 술라마인투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이 다 신성시하는 솔로몬의 또 다른 발음이다.



술라이만투 산은 수많은 여행자들과 순례자들의 목적지가 되었고,
1,500년 동안 성산(聖山)으로 숭배되어 왔다.


" 이 바위 성산에는 16세기 모스크를 비롯해 많은 고대 예배소와 신단(神壇), 암각화가 있다. 2009년 6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키르기스스탄 최초의 세계유산이 되었다. 
1500년 이상 동안 지역 주민과 여행자들이 성산(聖山)으로 추앙했으며 이슬람교와 이슬람교 이전 신앙의 신도들이 찾는 주요 순례지였다. 5개의 봉우리와 사면에는 코란에 나오는 예언자 술레이만의 묘지로 추정되는 예배소를 비롯해 사람과 동물, 기하학적 형상을 새긴 암각화로 장식된 111개의 고대 예배소와 동굴들이 있다.
예배소와 신단들은 산 곳곳에 분산되어 있으며 좁은 길로 연결되고 17개 예배소는 아직도 사용 중이다. 나무와 관목에는 기도하는 마음을 담은 작은 천 조각들이 묶여 있고, 산 아래쪽 비탈은 묘지들로 둘러싸여 있다.
산에 대한 숭배는 이슬람 이전의 신앙과 이슬람교 믿음을 혼합된 것으로, 수천 년 동안 숭배를 받아온 중앙아시아 곳곳의 성산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네이버 지식백과참조)


인구의 80%가 이슬람인 이슬람국이지만 천산산맥의 5,000미터가 넘는 자연적 경계로 9세기~12세기 사이에 남쪽부터 전파된 이슬람은 남부지역에 먼저 뿌리를 내려 오쉬에는 이미 16세기에 모스크와 마드라사생겨났다.

이에 비해 북부 키르기스스탄에는 이슬람이 상대적으로 늦게 전파되었고 이후에도 더 융통성 있게 현지화되었다 한다.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을 자연의 힘에 의존하는 유목민의 특성상, 동물이나 자연물을 숭배의 대상으로 삼는 토템식 원시종교가 오랜동안 키르기스인의 믿음으로  이미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이슬람 종교도 이들의 토착신앙과 공존하고 융합하는 방식으로 뿌리내렸다.

   

키르기스스탄은 중앙아시아 권역 국가 중 유일하게 독재 및 부정부패에 대항하는 민주화 운동을 치르며 정권을 교체하는 등 국민의 적극적인 정치참여를 보여주는 나라다. 유일하게 소비에트 연맹이 해체되기 전에 공산당이 먼저 세력을 잃은 나라기도해서 중앙아시아에서 '민주주의의 오아시스'란 별명도 갖고 있다. 

실제 가이드 베키를 봐도 애국 의식이 짱짱해 보이는 젊은이였고 다른 두 스탄국에 비해서 작은 나라지만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우리는 이동하다가 차에서 내려서 탈라스의 마나스 동상 앞에서 가이드 베키의 긴 설명을 들어야 했다.


일행들은 바람 부는 추운 길 위에서 이 나라 민족의 영웅 마나스에 대해 꽤나 자세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일행 중 어떤 분은 우리가 굳이 남의 나라 역사에 대해 뭐 이렇게 꼬치꼬치 장황하게 알 필요가 있느냐는 불평도 나오기 시작했는데..... 암튼 지나고 보니 역사 정치적으로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거 같아 좀 더 이해가 되었다.


키르기스 인들이 살았던 지역은 동서의 문명이 교차하는 강대국을 연결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민족의 독자성 유지가 쉽지 않았다. 영웅 마나스는 이를 위해 평생을 바친 인물이다. 9-10세기에 있었던 키르기스인의 공동체 독립을 위해 활동했던 마나스의 생애를 다룬 마나스 서사시는 이를 전문으로 하는 구전공연자들에 의해 이어지고 있으며 이들을 마나스치라 부른다. 마나스치 공연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유일한 서사시 공연이다.


길가메시 서사시와 함께 인류의 가장 위대한 구전 서사시로 평가되는 마나스 이야기는 약 5백만 행에 달하는 대한 분량인데 그 길이는 호머의 일리아드 오디세이를 합한 거보다  20배나 다 하니 도대체 그 긴 내용을 어찌 다 기억해서 암송할꼬 싶었다. 돌아와서 관련영상을 찾아보니 어린 시절부터 마나스치 교육과 각종 경연대회 등이 이뤄지고 있어서 국가가 교육사업의 일환으로도 하고 있는 듯하다. 


1991년 이후 구 소련연방에서 해체되어 나와 독립한 나라들은  짧게는 70년 길게는 백 년이상 러시아에 의해서 통제되고 억눌렸던 민족적 감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각자 자기 나라의 이전 역사를 찾아 부활시키고 민족적 정체성을 회복하려고 애쓰고 노력했다 본다. 그래서 우즈베키스탄이 티무르황제를 자기 역사의 영웅으로 삼아 부각했듯이 이웃국인 키르기스스탄도 마나스를 더 부각시켜 민족적 정체성을 다지고 애국심을 고취시키려 했던 거 아닐까 싶었다.


그런 맥락에서 키르기스스탄의 선택은 그들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이슬람 종교나 정치적 이념이 아닌 족의 영웅 마나스를 통해 사회통합과 민족적 일체성을 강화하려고 했다해서 1995년 「마나스 서사시」 1,000주년 경축 기념식도 성대하게 열렸다. 마나스치가 악기도 없이 가락을 붙여 음송하는 「마나스 서사시」의 한 구절을 들으면서 키르기스인은 옛 선조들의 무용담을 통해 그들의 자유에 대한 의지와 독립정신을 공고히 해 가면서 더욱 고취시키려 했다 본다. 






국가명의 키르기스라는 말은 튀르크어에서 40을 의미하는 크륵(Kyrk)에서 기원하는데 이는 키르기스인을 구성하는 공동체가 40개 유목부족에서 기인함을 말한다. 그래서 키르기스스탄은 지금도 중앙아시아에서 전통적 유목생활 패턴이 상대적으로 가장 많이 남아있는 나라다. 국기 중앙에 유르트를 상징하는 문양과 그 원을 감싸는 40개의 광선을 띤 노란색 태양이 있는데 이 태양이 40개의 부족을 상징한다.


유르트는 몽골의 게르와 유사하며 음식은 먼저 거쳐온 나라 우즈베크랑 비슷한데 특히 북쪽은 인접한 카자흐스탄과도 거의 비슷하다 한다. 베키는 인사말이랑 몇 가지 기본적 표현이 적힌 종이를 코팅해 와서 우리 일행들에게 일일이 나눠주고 말도 가르쳐주었는데  인사말은 우즈베키스탄 이랑 거의 같았고 3 스탄국이 종족은 약간 다르나 공통적으로 동일한 의식주 문화요소가 많은 듯했다.


우즈베크에서처럼 여기서도 양고기, 소고기, 닭고기등 샤슬릭과 라크만 면이 들어간 요리, 그리고 감자와 양고기가 어우러져 맛있는 쿠울락 등을 먹는데 우리 입맛에도 잘 맞다. 

말 젖을 이용한 커머스란 국민음료는 발효요구르트 같은데 시큼하지만 먹을 만하고 밀로 만든 발효음료도 시큼한 미숫가루 맛이다. 길 가다 커머스 판매하는 곳이 보이자 가이드 베키가 우릴 데리고 가서 일일이 맛보게 하고 눈을 똥그랗게 뜨고 우리 반응을 살폈다. 나는 시큼 털털한 맛이 좋다 할 수도 없어 그냥 건강한 맛이라만 했다. 그래도 말레이시아 친구들은 커머스 큰 병을 사서 차에 실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실크로드 유적지 기행을 하고 이제 이곳으로 와서 내내 텐산산맥의 만년설로 덮인 설산 봉우리를 보며 차를 달린다. 가까이는 나무가 없는 민둥산이 마치 붓으로 그려놓은 듯한 부드러움으로 그 곡선미가 감탄스럽다. 그리고 넓은 초지,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도로를 달리며 키르기스스탄의 풍광에 취해본다. 


눈으로는 저 멀리 설산을 바라보며 차 안에서는 에어컨을 누리며 하루 사계절도 공존 가능한 중앙아시아의 알프스 키르기스스탄을 만끽하며 가고 있다.


 키르기스스탄 국경통과

제2의 도시 오쉬는 공기오염이 심했다

오쉬의 역사적 사건을 그린 듯한 벽화

1500년 동안 참배하고 기도하면서 많은 치유가 일어났다는 오쉬의 술레이만투 성산

말젖과 밀 발효로 만든 국민음료 커머스

면이 들어가는 고기야채요리 라크만. 먹음직스러우나 내게는 면발이  두꺼웠다.

가다 만난 인공호수, 나린강물을 이용한 수력발전소다. 여기서부터 줄곧 보고 가는 경치와 호수들이 정말 내내 감탄사 연발이었다

영웅인물동상 얼굴이 동양스럽다. 가이드말이 유명한 시인 이태백도 키르기스스탄 출신이라고 했다.

산악과 호수의 나라, 호수 주변 야생화가 이쁘다

첫날 게스트하우스는 산장 같은 곳이었는데 계곡의 강물소리가 영혼까지 씻어줄 듯 시원했다.

 텐산산맥들이 이어지는 설산을 배경으로

탈라스로 넘어가며

탈라스 출생인 40개 부족을 통일한 영웅 마나스동상~말이 앞발을 들고 있는 이러한 마나스동상이 수도 비슈켄트뿐 아니라 전국 여러 곳에 세워져있다 한다.

키르기스스탄은 위로는 카자흐스탄, 서로는 우즈베크, 아래로 타지키스탄과 신장 위구르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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