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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Jul 27. 2023

중앙아시아 4~숨겨진 보물 같은 히바

우즈베키스탄 세 번째 실크로드 도시 히바

2023년 5월 31일~6월 1일


사마르칸트에서 부하라를 거쳐 다시 히바로 가는 대장정에 올랐다.

부하라에서 장장 7시간을 차를 타고 달린다.     

그 옛날 유목민들처럼 초원을 보며 계속해서 달리고 또 달리며 간다.  


우즈베키스탄 3대 유적도시는 사마르칸트, 부하라, 히바인데 히바는 실크로드의 세 번째 도시인 셈이다.

보통 나 혼자 자유여행을 할 때는 이동일은 하루 쉬면서 계획을 짜고 그 후 사나흘 관광하고 다시 하루는 글쓰기 정리하고 쉬면서 다음 이동을 위해 준비하고 했는데 지금은 일행들이 다 함께 일정을 따라 쉼 없이 중단 없는 전진을 하니 조금 숨차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동과 이동사이가 쉼표 없이 진행되는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물 좋고 정자 좋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어차피 이 여행의 장점이 있으니 단점은 껴안고 가야 할 밖에!


부하라에서 히바로 이동하며 가는 긴 시간 동안 우즈베키스탄의 너른 평원을 보며 가이드가 눈물 지은 적이 있었다. 어린 시절 방학만 되면 집단농장으로 가서 면화를 따던 때를 떠올리며 그때 너무 집에 가고 싶고 일이 힘들어 아침저녁으로 울었다고 했다.

어린아이는 방학이면 놀고 싶고 집에서 그냥 어리광이나 부릴 나이였을 텐데 싶어 그 얘기를 들으니 나도 마음이 짠했다. 밀과 면화등의 농업생산이 유독 많은 이 나라는 구 소비에트 독재시절  집단농장의 아동 노동착취로  해외로부터도 원성이 높았다 한다.


그렇게 가이드의 아픈 추억담도 들으며 너른 평원을 지나 잘 닦여져 있는 도로를 달렸다. 소비에트연방 시절  다량의 밀과 면화생산을 러시아로 운송하기 위해서 그들이 이 도로를 제일 먼저 만들었다고 한다.             

가도 가도 초원의 길, 듬성듬성 풀이 나 있고 그 옛날 사람들은 초원은 말을 타고 사막은 낙타를 타고 비단길을 이어 갔을까 상상하고 그려보며.... 드디어 아무다리아 강에 도착했다.


강변에 차를 멈추고 내려서 잠시 강 건너편 투르크메니스탄을 바라보며 경치를 즐겼다.

다시 차를 타고 국경을 연결하는 철교를 차로 건너는데 강을 사이에 두고 두 나라의 국경을 연결하는 철교인 지라 흥미로워 다들 습관처럼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대니  가이드와 운전사까지 기겁하며 손사래를 친다. 국경에서 사진 찍다 발각되면 엄청 귀찮은 일과 물질적 손상이 생기나 보다 싶었다.     

 

히바는 우즈베키스탄 서부 호레즘 주의 도시로, 대략 1500년 전부터 존재했던 유서 깊은 도시다.

공항이 있는 큰 도시 우르겐치에서 남서쪽으로 35km 정도 떨어져 있고, 현재 인구는 약 9만 명이다.

우리나라 공주나 부여처럼 아담한 전형적인 고대 유적 도시다. 투르크메니스탄 국경에서도 멀지 않아 히바에서 택시를 타고 약 1시간 정도 가면 투르크메니스탄 국경 검문소로 갈 수 있다.         


사마르칸트와 부하라처럼 히바도 오아도시 도시로서 고대 페르시아 제국 시절부터 카라쿰사막의 출입구로 사용된 실크로드의 중요 경유지였다. 1500년대 무함마드 샤이바니는 트란스옥시아나를 점령해서 우즈베크 칸국을 세웠는데, 1506년에 부하라 칸국을 세우고 1510년에 히바칸국을 세웠다.  






황토색 거대한 성채가 이방인에게 경탄을 불러일으키는 히바는 두 성이 감싸고 있는 성채도시다. 외성인 ‘다산 칼라’가 있고 내성이 ‘이찬칼라’다. 히바라는 이름도 사막도시에 우물을 만들며 ‘신성한 물’을 지칭하는 아랍어 ‘헤이박’에서 오늘날 ‘히바’라는 이름으로 변천된 것으로 본다.


히바의 상징은 뭐니 뭐니 해도 이찬 칼라 성벽과 푸른색 짧은 몸통의 미나렛이다.  이찬 칼라는 그 성곽과 내부의 건축물들이 대부분 훼손되지 않고 거의 보존되어 있다. 1920년대 러시아 혁명 여파로 파괴된 일부는 1970년대 이후 꾸준히 재건하여 다 복구했다 한다. 도시 전체가 갈색 흙빛으로 말끔하고 고풍스러워 부하라에 이어 다시 한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느낌이 들었고 이번에는 중세도시에서 마치 조금 더 작고 아담한 동화 속 마을로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찬칼라 내성에는 궁전, 마드라사, 묘당들이 있고 외성에는 상인과 수공업자들이 각자 직종별로 모여서 거주했다. 내성은 2.2km 길이의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4개의 성문이 있다.

많은 유적들이 성 안팎에 분포해 있는데 건물들은 대부분 1220년 몽골군 파괴 후 재건된 것과 16~17세기 우즈베크족 칸 지배 시기에 지어진 것, 그리고 18세기 이란군 파괴 후 새로 지어진 것 등으로 구분된. 19세기 초 히바 왕국은 강력해져 영토가 시르다리야강에서 아프가니스탄 국경까지 넓혀졌으나 결국 1873년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아 러시아 황제의 지배하로 들어갔다.


첫날 저녁 광장에 나가 익살스러운 공연도 보며 주변 레스토랑에서 굽는 샤슬릭냄새도 맡으며 걸어 다니니  다시 한번 내가 천년의 고도 실크도시를 탐방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근데 자세히 보면 이곳 사람들은 우즈베크의 내가 거쳐온 두 도시 주민들과는 외모가 좀 다른 것 같기도 하다. 사마르칸트에서는 이전 페르시아계통이어서 그런 지 얼굴이 좀 더 희고 눈동자 색이 옅은 편이었다면 이곳은 피부가 좀 더 짙어 보인다. 우즈베키스탄 서쪽으로 투르크메니스탄과 가깝기 때문에 이곳에는 투르크멘인들도 많다한다.

역사적 흥망성쇠로 인한 인위적인 국경의 변경과 민족의 이동 이런 요소도 중요하지만 중앙아시아는 말 그대로 가장 큰 대륙인 아시아의 중심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동서남북 사방으로 다 연결되어 있는 자연 지리적 환경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 본다. 누군가 중앙아시아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민족의 모자이크'라 했는데 정말 그걸 현장에서 직접 보면서 실감하게 된다.


유적지 건물사이사이로 앞서 지나온 두 도시들처럼  이곳도 이전 신학교 마드라사 건물이 카펫, 쿠션, 스카프, 수공예품을 파는 곳으로 쓰이고 있어서 또다시 여인네들은 쇼핑의 마력에 빠져든다. 나도 낙타 수가 놓인 쿠션 몇 개와 낙타가죽 수제 가방을 샀다. 실크로드 기념품으로서 낙타가 어울린다며 스스로 흡족해하면서.


히바의 랜드마크인 푸른색 원통형의 칼타 미노르 미나렛은 1852년 착공했는데 3년 후 미완성인 채로 공사가 중단됐다. 하지만 그 모습 자체로도 아름다워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고 주변 건물들이 모두 함께 연결된 동선이라 돌아보기엔 편했다.

주요 관광지로 궁전인 쿠냐 아르크와 타시 하울리 궁전, 주마 모스크, 파흘라반 무함마드 영묘, 무함마드 아민 칸 메드레세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히바만의 독특함이라면 내겐 주마 모스크의 2 백개가 넘는 나무기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기둥들은 하나같이 다르게 조각되어 다채롭고 그 많은 기둥들로 이뤄진 사원은 5천 명이 기도드릴 수 있는 사원이었다니 히바가 과거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히바를 일행들과 걸어 다니며 보고 있는데 어떤 분이 한국인이냐며 안녕하세요? 하고 내게 말을 걸어왔다. 나는 그냥 친절한 사람이려거니 하고 지나치려는데 자신이 한국말로 가이드해 줘도 되겠느냐? 고 재차 묻는다. 사실 우리 일행은 다국적 그룹이라 가이드 설명이 모두 영어로 이뤄지기에 그중에는 그를 불편해하는 분들도 계셨다. 그래서 좋을 거 같아서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괜찮다기에 그렇게 하기로 했다.

아저씨는 인천에서 몇 년 일하시다 온 경험으로 한국말을 잘하셨다. 그리고 가이드적 상식과 소양도 갖추신 분이었다.

아저씨랑 같이 히바 칸국 당시 건축된 감옥인 Zindan이나 성곽인 Buxoro Arki, 여름궁전등을 재밌게 돌아봤다. 아저씨 한국말이 어눌하지만 정감 있고 특별히 소통의 달인이셔서 설명을 듣는 내내 우리는 몇 번씩이나 빵 터졌다. 파라솔 대용 우산 하나로 다 설명하시고는 마지막엔 '사진 하십시오' 하시는데 그건 사진 찍으라는 말이었다 ㅎㅎ


가도 가도 도로에 차도 별로 안 다닌다.

카라쿰 사막이 보이고 우리는 사막의 오아시스인 히바로 가고 있다.

호텔 이름도 희한하게 오아시스 도시에 어울리는 카라반이다 ㅎㅎ

이곳도 호텔입구 중정은 ㅁ자로 비어있고 이런 낙타그림이 있다.  예전에 낙타가 머무는 공간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했다

부하라의 중세 묘에서도 봤지만 흙벽이 낙타젖으로 만든 벽돌로 이뤄진 거라서 단단하고도 고풍스럽다~

히바 광장의 익살맞은 공연

이전 마드라사였던 곳을 지금은 레스토랑으로 쓰고 있다.

조명과 달빛으로 더욱 신비로워 보이는 밤의 이찬칼라 모습

샤슬릭을 굽는 아저씨~뜨거운 김에 흐르는 땀을 닦아가며 맨 손으로 쇠 꽂이를 잡고 구우신다~ 누군가의 미각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이런 수고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감사하면서 먹었으면 좋겠다.

이찬칼라 성곽도시


크고 푸른 원통형의 칼타 미노르 미나렛은 짓다 중단된 미나렛이지만 그 자체로 아름답다.

인천에서 3년 일하다 오신 일일가이드 우즈베크 아저씨가 한국말로 재미있게 설명을 해 주신다.

      히끗한 벽돌은 소금이 들어간 돌이어서 그렇다 한다

      옛 감옥 안에 있는 판사양반

수작업을 하시는 분들 모습~박물관의 모형

오른쪽 타일에 적힌 숫자는 공사나 보수 시 그 부분을 쉽게 찾아 넣기 위하여 적어둔 거라 한다.


히바성의 골목길 모습

성 위에서 바라본 도시 뷰

주마 사 원 안의 나무조각 기둥들 모습이 하나같이 다른 문양인 다양성에 놀랍다

2 백개가 넘는 기둥으로 이뤄진 주마사원

대상행렬 중 낙타 위에서도 책을 읽고 가는 모습이 재밌다

다시 타시겐트로 돌아오기 위해 들린 우르겐치 공항에서 고대 비단길의 중심지 우즈베키스탄이라는 글귀가 세 실크로드 도시를 둘러보고 난 뒤 이제는 실제로 내게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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