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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Jul 29. 2023

중앙아시아 7~대상들의 숙소 타시라바트

초원의 길 비단길의 쉼터였던 곳

2023년 6월 5일~7일

저렇게 해발이 높은 산 위 길을 계속 오르락내리락하며 차를 달렸다.


가다 중간에 그냥 평범한 양치기 가족도 방문해 봤다.

키르기스스탄에서 관광지가 아닌 이렇게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 감사했다. 그리고 사실 이 나라는 한반도 면적에 전체인구가 700만 명이 안 되니 길 위에서 식당이나 다른 여행 인프라가 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주로 호텔에서 식사를 했고 나머지 점심은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곳에서 했다. 암튼 베키는 한국과 외국이 연계해서 교육과 여행 등 민간외교사업을 하는 단체에서도 활동해서인 지 두루 우리 일행의 현지 문화체험 필요와 욕구를 잘 알고 일정을 짜서 진행해 주니 특별히 더 고마웠다.


나는 우리에게 자연과 있는 그대로의 삶을 보여주려 배려한
가이드 베키가 새삼 나이에 비해 똑똑하게 여겨졌다.



남편은 아들과 함께 천마리나 되는 양 떼를 돌보러 나가고 아내는 막내아이를 재워놓고 딸들과 집안일을 하고 있었다. 열 살 안팎으로 보이는 두 딸은 엄마를 도와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는데 물을 길어와서 사용하는 곳이라 이전 우리네 우물물을 길어서 사용하던 때가 떠올랐다. 물론 우리 우물에 비하면 물이 더 귀한 초원이라 물을 아껴서 그릇을 닦는 소녀들이 이쁘고 기특했다.


그곳에서 우유를 분리해서 치즈볼을 만드는 것에 대한 설명도 듣고 치즈를 마치 우리 팥죽의 새알처럼 빚어서 햇빛에 말리는 것도 보았다. 맛을 보여주는데 짭짤하고 정성과 시간이 들어가서 인 지 이곳 물가로는 고가에 판매된다고 했다. 유목생활은 가축이 거의 생활과 생산의 전부니 이렇게 이전부터 치즈볼을 만들어 자신들의 식생활뿐 아니라 상품으로도 팔았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결국 하루 온종일을 달려서 다시 두 번째 유르트 캠프에서 자고 이튿날 아침에 걸어서 캠프 가까이 있는 타시 라바트를 방문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유르트는 첫날 잔 곳 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곳이라 반야 목욕하는 곳도 화장실도 훨씬 현대화되어 있었다. 물론 전기가 없어 폰 충전 못하고 와이파이 안 되는 것은 같았고 발전기로 돌리는 전기불도 취침 후 자동 끄지는 것은 첫 번째 유르트와 같았다.


아침을 먹고 잠시 유르트 주인과 만나는 시간이 주어졌는데 이도 역시 현지인과의 만남을 우선시한 베키의 배려였다. 여주인 나지르는 17년 동안 꾸준히 숙박객들의 피드백을 받아서 점점 더 편리한 숙소로 바꿔가고 있는 중이라 했다.

 마침 생일을 맞이했다는 그녀에게 우리 모두 축하를 해 주었다. 그녀는 나이 41세에 벌써  아이가 6명인데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큰 딸은 대학을 가서 스튜어디스가 되고 싶어 한다고 했다. 어디서든 부모들은 그저 자식 낳아 잘 키워서 그들이 잘 되길 바라는 것이 다 같은 부모마음으로 여겨졌다.


그녀의 친정 부모님에게 물려받아 운영하는 유르트가 역사적 유적지인 타시 라바트에서 가까워 잘 될 거라 보였고 그리 되길 바라는 나의 염원과 함께 그녀의 맑은 인상에서 그렇게 되어 갈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타시 라바트는 '돌로 지어진 요새'라는 뜻인데 중앙아시아 실크로드에서 가장 잘 보존된 건물 중 하나다. 


이 건물에 대한 다양한 설이 있는데 그중 유력한 두 가지 버전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15세기에 실크로드 대상들을 강도들로부터 보호하고 그들을 위해 왕이 지은 카라반 사라이(숙소)란 설이다. 그럴듯한 것이 정말 돌로 튼튼하게 지었고 대상들이 머물 수 있는 40개의 방과 강도들을 가두는 던전, 지하감옥 같은 곳도 있다.

둘째는 10세기에 지방의 부호가 지은 수도원이었는데 중간에 그 사용이 멈추고 용도 변경되어 나중에 대상들의 숙소로 이용하게 되었다는 설이다.


그럴 법한 것은 돌 요새 건물만 있지 바깥에 짐승들이 머무는 외양간 같은 것은 없다. 물론 외부에 있다 사라졌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가축을 위한 시설은 없고 특히 개인적으로 건물 가운데 있는 큰 홀이 마치 수도원 수사들이 모두 모여 예배를 보던 곳처럼 여겨졌다. 

대상들의 숙소로 왕이 지었다면 굳이 건물 중앙에 그렇게 큰 홀을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그냥 큰 식당 같은 것만 있음 되지 않았겠냐 싶은 나의 뇌피셜과 상상력이 더해졌다.


암튼 기록된 사실이 부재한 고로 이런저런 추측이 있지만 실크로드 가운데 이렇게 돌로 튼튼히 잘 지은 건물이 오래도록 보존된 것도 놀랍고 그 규모도 놀라웠다. 특히 돔식으로 된 지붕이 인상적이고 공기와 빛이 들어오도록 만들어진 각각의 방과 복도도 천년이든 600년이든 대단하게 여겨졌다.

가이드 베키는 타시라바트에 대한 우리들의 상상에 덧붙여 열정적인 설명을 해 주었고 둥근 지붕 꼭대기에 올라가 자기 나라 국기를 휘날리는 모습까지 보여주어 일행들에게 또 박수를 받고 웃음과 감동을 주었다.


실크로드, 비단길이란 말은 근세에 와서 독일의 사학자에 의해 맨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 말인즉슨 주 교역품이 비단이어서 붙여진 이름일 뿐이다. 실상은 정해진 길이라기보다는 주 교역로를 포함하는 지역이라 보는 것이 맞다고 한다. 그러니 비단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선이 아닌 면의 개념이고 더 정확히 말하면 교역로에 있는 타시라바트 같은 '거점'의 연결이라 보는 것이 맞다 한다.


초원의 길 비단길은 물품 교역을 위한 통로였을 뿐 아니라 정치적 사절단이 오가거나 왕오천축국전을 기록한 고승 혜초처럼 인도로 가는 종교수행의 길이기도 했다. 대략적으로 중국 시안에서 출발하여 천산 북로와 남로로 나눠지는 코스를 따라 비잔틴 동로마제국을 거쳐 지중해를 건너 서로마의 수도 로마까지 이르는 긴 교역의 통로였다.


타시라바트를 보고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잠시 혼자 앉아있는데 캠프에서부터 우리를 따라온 개가 내 옆에 와 앉는다. 누구든 일행을 벗어나 혼자 있으면 양이든 사람이든 그를 보호하려는 개의 본능적 의무인 것 같았다.

방금 전 좀 멀리 혼자 걸어가는 Kiat를 검은 개가 따라간 것을 보았는데 지금 내게 다른 한 마리가 온 것이다. 

그들의 loyalty 충성심이 놀랍다. 간밤에도 자면서 개가 짖는 소리를 몇 번 들어서 아침에 물어보니 늑대나 무언가가 캠프로 다가오면 그리 짖으며 방어한다 한다. 

낮에는 양 떼들과 사람을 지키고 밤에는 또 캠프를 지키는 개의 본능적 충성심이 정말 대단하게 여겨졌다.


사람은 뭐든 자기 편의성이나 이익을 따라 움직이는데
그 보다 더 신실한 동물에게서나
 때론  초원에 핀 작은 꽃들에게서 조차도 
마음만 열면 
배울 것이 참 많은 세상이다.


아침마다 지도를 펼쳐놓고 하루 일정 브리핑을 하는 가이드 베키, 그녀의 붙임성과 책임감으로 우리 모두에게 사랑받은 베키는 천상 타고난 가이드였다.

잠시 차에서 내려걸어도 보고 뷰를 만끽한다, 가이드 베키의 제안으로 차에서 내려 걷기 트래킹도 하고 주민도 만나보며 이 나라를 좀 더 가까이서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양 천마리를 키우러 떠난 남편과 아들, 집에서 남아 아침 먹은 설거지를 하는 딸들과 엄마

두 유르트를 한 곳은 침실로 다른 한 곳은 식당 겸 거실로 쓰고 있었다.

정성 들여 만든 치즈볼을 보여주고


말똥연료로 우유를 거르는 milking 작업 중

가도 가도 우리를 따라오는 천산산맥


유르트 식당~가지와 뒤에는 토마토가 있는 전요리와 여러 가지 야채를 볶은 요리가 맛있었다

감자. 양파, 양고기 쿠르닥, 야채와 고기로 만드는 쿠르닥은 3 스탄국 공통요리로 노마드 유목민들의 음식이다.

유르트는 맨 먼저 지붕부터 만든다

방목이 시작되는 6월부터 유르트생활도 시작된다. 게르촌의 아침 풍경

이름 모를 하얀 꽃, 노랑꽃이 예쁘다.

초지엔 말똥 천지다. 잘 보고 가려서 걸으면 된다.

러시아계인인 두 운전기사님들, 말은 안 통해도 순박한 마음이 전해져 오고 친절한 봉사가 몸에 배어 있었다.

설산에서 녹아내리는 물이 해발 3천 고지를 흘러 적신다

나지르와 그녀의 현대식으로 지은 거실 겸 식당에서

타시 라바트

40개의 방마다 천정에 빛 구멍이 있다

중앙에 있는 큰 홀을 설명하는 가이드 베키

복도통로

강도나 도둑을 가두던 던젼 지하감옥이다. 땅을 깊이 판 감옥에 쇠창살로 겹겹이 막아뒀다.


돔식 지붕 위로 올라가 국기를 펼치는 애국소녀 같은 가이드 베키


멀리 설산을 배경으로 타시 라바트 지붕 옥상에서

누구라도 일행과 떨어져 혼자 있으면 금방 다가오는 보호견이 신기했다. 저 멀리 Kiat를 따라간 또 한 마리 검둥개가 점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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