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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Aug 11. 2023

세계 3대 미항 나폴리

오 솔레미오를 부른 나폴리항구

나폴리에서 짧지만 좋은 체험을 했다. 이번에도 현지 가이드는 로컬 그 자체였다.

이름이 라파엘로인데, 버스에 타자마자 자신의 목적은 나폴리를 잘 알려서 말하자면 여행자들 코를 꿰서, 이곳에 다시 오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나중에 내가 당신은 나폴리 전도사 같다 하니 사실이라며 웃었다.


 나폴리는 그리스어로 ‘네압볼리(Neapolis)’라 불렀는데 이는 ‘새로운 도시’란 뜻으로, 그리스 사람들이 2,500년 전에 건설한 곳이다. 

라파엘로는 그때 당시 만든 건축물이 그대로 보존된게 놀랍지 않냐며 시내 곳곳의 건축물과 특징들을 잘 설명해주었다.


나폴리는 세계 3대 미항으로 알려진 것처럼 언덕과 바다가 있어 풍광이 아름다운 데다 날씨와 음식과 멋진 건축물로 사람들을 끄는 매력이 있다. 그 유명한 베수비오산, 카프리 섬과 소렌토 해안선은 마치 우리나라 다도해 남해를 보는 것 같았다. 항구에 요트가 엄청 떠 있는 걸 보면 부자들이 많은 동네다. 아름다운 곳에 로마의 상원의원들과 귀족들이 주로 별장을 짓고 여름을 나곤 했다 한다.


라파엘로에게 “카프리가 맥주 이름인 그 섬 아니냐?”라고 물으니 “섬이 먼저지 어찌 맥주가 먼저냐?”며 우문현답을 했다. 그러면서 버스 안에서 ‘오 솔레미오’ 하고 노래를 불렀는데, 즐거우면 그냥 소리가 터져나오는지 바다를 보다가도 갑자기 노래를 불러 또 빵 터졌다.


라파엘로는 수도 로마는 예술의 도시이자 교황의 도시고, 밀라노는 패션의 도시고, 나폴리는 그저 나폴리로서 아름답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태어나 이 바다에서 다이빙하며 자랐기에 북적거리는 이곳 구석구석을 다 알고 있단다. 차 안에서 설명하다가도 저기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레스토랑인데 투어리스트들은 절대 안 가는 곳이라며 가르쳐주기도 했다. 진정한 현지 가이드요, 나폴리 사람답다.


가이드를 하며 늘 반복하는 설명일 텐데도 구절마다 악센트를 넣어서 진정성을 갖고 설명 아닌 홍보를 하니 코 밑에 앉아 있던 미국아주머니는 라파엘로의 말끝마다 ‘Oh! It’s unbelievable!’이라며 추임새를 넣으며 리액션을 했다. 그러면 그는 또 ‘It’s just aperitif~(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라고 맞장구를 치며 나폴리 소개에 열을 올렸다.


이탈리아 사람도 피자는 이탈리아 음식이 아니라 나폴리 음식이라 할 만큼 이곳은 피자의 본고장이다. 나폴리 피자를 대표하는 두 종류가 있는데 토마토와 마늘, 바질 등을 토핑으로 얹는 마리나라 피자와 마르게리타 피자다. 마르게리타 피자는 1889년 나폴리를 방문했던 마르게리타 왕비의 이름을 딴 것으로 나폴리가 원산지인 모차렐라치즈가 들어간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폴리에 주둔했던 미군들에게 사랑받으면서 미국과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둘이 먹을 만한 피자 한 판이 7~8유로니 유럽 다른 도시 물가에 비해 아주 싸다.

장화처럼 길쭉한 땅에 있던 여러 도시가 하나로 합쳐진 것은 1871년이다. 베네치아만 해도 부유한 항구 도시였고, 피렌체는 독립적으로 존재했으니 통일할 필요성을 못 느꼈을 수도 있다. 로마도 피렌체도 베네치아도 밀라노도 나폴리도 다 독특한 도시들이다.


그래서 라파엘로를 보면서 로컬이 글로벌인 걸 다시 느꼈다. 자기지역을 가장 깊이 아는 사람이 다른 것에 대한 포용력도 가지면서 더 쉽게 융화될 수 있는 코스모폴리탄이 될 수 있다. 자국 문화를 잘 아는 사람이 다른 문화를 수용할 능력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글로컬(glocal)이란 신조어를 좋아한다.


글로컬은 로컬이면서 글로벌이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슬로건을 내건 적이 있었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것. 그런 맥락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우리 것을 더 잘 소화해서 고객맞춤형으로 최적화시켜 관광 문화상품으로 개발하면 좋을 것이다.


                   ▶ 아침에 눈 뜨니 배가 나폴리항에 정박해 있었다. 강력한 요새 형태의 누오보성

                  ▶ 부자들이 사는 곳이고 파도가 없는 곳이어서 요트가 많이 떠 있다.

                               ▶ 폼페이를 한순간에 덮어버린 베수비오산

(2022년 7월 여행)


나폴리 전도사 가이드 라파엘로 아저씨

 저 멀리 왼쪽이 쏘렌토 해안선이고 오른쪽이 카프리섬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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