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바에서 만난 기억에 남는 사람들
제노바는 사실 관광보다 황열병 예방 접종을 하려고 내린 곳이었다. 크루즈 여행 다음 여정으로 아프리카를 가볼까 하는 계획이었기에 날짜상으로 크루즈 기항지들 중에서 접종을 해야 했다. 그래서 제노바와 피렌체에서까지 약국과 병원, 보건소까지 섭렵했다.
덕분에 약사, 간호사, 의사 등 현지인들을 열댓 명 이상 만난 것 같은데 내가 만난 이태리인들은 하나같이 친절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약국이나 병원까지 길을가르쳐주거나 데려다준 사람들까지 모두가 밝은 얼굴로 진심으로 나를 도와주고자 했다. 삶이 다 팍팍한데, 우리나라에서 외국인들이 내게 길을 물으면 내가 저들과 같은 태도를 가질 수 있을까 자문해보았다.
여러 사람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내가 유럽 시민도 아니고 이탈리아 의료보험도 없기 때문에 위험 소지가 있는 접종을 해줄 수 없다고해서 결국 황열병 예방 접종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접종은 포기하고 택시를 타고 도시 구경을 하고 다녔다.
그런데 택시 기사가 재미있었다. 내가 제노바가 제법 큰 도시 같다며 인구를 물으니 60만 명이라 하며 ‘not big, but particular’라고 말한다. 제노바는 큰 게 아니라 자꾸 특별하다고~ 콜럼버스, 파가니니하신다. 파가니니는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다. 잘생긴 기사 아저씨가 클래식을 부드럽게 틀어놓고 제노바는 정말 멋지고 특별한 도시라고 계속 말하니 그런 것도 같다며 나는 설득당해갔다.
이탈리아에는 일단 로마가 있고 곁다리로 바티칸까지 있는데다 누구나 로맨틱시티로 여기는 베네치아에, 르네상스의 원산지 피렌체, 그리고 영화 <대부>의 시칠리, 피사의 탑이 있는 피사에다 세계 3대 미항 나폴리까지 있으니 제노바, 밀라노는 그냥 북부 산업도시로만 여겼는데 애향심 깊은 기사 아저씨 말을 들으니 그게 아니다 싶어졌다.
거짓말도 한 번 듣고 두세 번 자꾸 들으면 믿기는데 기사 아저씨말을 듣고 페라리 광장, 대성당, 콜럼버스 생가 등을 가 보고 쇼핑 대로도 걷고 나니 나도 생각이 좀 바뀌었다.
역시 제노바도 건물 사이즈만큼이나 오래된 도시고 역사와 유서가 깊었다. 제노바처럼 어디든 직접 와 보면 생각이 달라지는 곳이 많을거다. 제노바 수족관도 멋졌다.
꽃도 이름을 알고 가만히 자세히 보면 예쁜데, 사람 사는 곳 어딘들 스토리가 없고 삶의 애환이 없으랴. 그러니 어딘들 삶이 아름답지않으랴~ 여행지가 단지 이름 있는 곳, 볼만한 곳이 많아야 좋은 곳은아니다. 별 목적과 기대 없이 왔다 보고 가는 제노바가 오히려 내 기억에 남는 것이 많았다.
특히 진료 병동이 다 수십 미터씩 떨어진 의료원에 갔을 때 내가 제대로 못 찾아갈까 봐 허겁지겁 뒤따라와 확인하곤 담당 의사에게 내 상황 설명까지 해주고 간 안내원 할아버지의 그 선한 마음을 잊지못할 것 같다.
기사 아저씨가 잠시도 입을 안 다물어 나도 몇 마디 물어보았는데 그러다 도중에 말이 막히면 그때는 ‘My English is dangerous~’ 해서 빵 터졌다.
‘My English is bad’가 아니라 ‘dangerous’란 표현이 너무
재밌었다.
▶ 페라리 광장에 앉아 있으니 이탈리아 할아버지가 내게 일본인이냐, 중국인이냐 물어보았다.
▶ 이탈리아어가 적힌 가게가 예쁘다.
제노바 구 시가지
제노바 수족관 / 맥주 마시고 쉬기도 하고
콜럼버스 생가의 식탁 ~여기서 대항해를 계획하고 논하였다는 걸 상상하니 절로 창 밖을 바라보게 되었다!
콜럼버스 생가 앞 / 이런 배였을 까? 제노바항 수족관 건물앞에 있는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