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 충실하며 전체를 보기
조금이라도 공부를 멈추면 금세 흐릿해졌다. 항암약의 영향인지 기억은 예전 같지 않았고, 처음 걷는 길이라 더 많은 배움이 필요했다. 잊지 않으려는 마음과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가 나를 계속 이끌었다.
단순히 병을 이겨내는 데 그치지 않고, 왜 이 병이 내게 왔는지, 내 몸이 어떤 환경에 있었는지 알아야 했다. 암세포는 저산소 환경에서 잘 자라고, 많은 암 환자가 저체온 상태라고 했다. 나는 산소와 순환 면에서 건강했을까? 구조적 불균형이나 기능 저하로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다면, 그 부분부터 바로잡아야 진짜 회복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병원 치료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암 요양병원에서 도수치료, 림프마사지, 면역치료, 고압산소치료 등을 병행했다. 표준치료의 효과가 잘 나타나려면 몸의 환경을 정비하는 것도 중요한 치료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 생각은 나를 두 번째 요양병원으로 이끌었고 다양한 회복 루틴으로 이어졌다.
치료 전 3주간은 항암 식단을 스스로 준비해 먹으며 몸을 다듬었고, 치료 중에는 도수치료와 림프마사지를 함께 받으며 부작용을 줄이려 애썼다. 두 번째 요양병원에서는 고압산소치료와 철저한 식사 관리, 면역주사와 면역증강제로 회복력과 면역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김 선생님과의 치료를 통해 몸 전체가 부드럽고 편안하게 건강한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갈 수 있었다.
이런 노력들은 치료 효과를 뒷받침해 주는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항암(보조치료)과 방사선 치료(주치료)가 암을 없애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그 치료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었던 것은 몸과 마음을 바로잡으며 회복력을 키워준 위와 같은 모든 시간들이 함께했기 때문이라 믿는다.
감사하게도 암은 사라졌고 수술 대신 경과를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그때부터 나의 목표는 치료가 아닌 재발 방지로 바뀌었다. 병원에서는 정기적인 검사 외에 별다른 치료가 없기에 이후의 삶은 온전히 내 몫이었다. 보이지 않는 미세잔존암이 다시 활성화되지 않도록 지금의 몸 상태를 잘 유지하고 더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매일을 조율해 갔다.
세포와 장기들이 제 역할을 하고, 깊고 안정된 호흡을 하고, 혈액과 체액이 원활히 순환되도록 몸의 기본부터 전체를 정밀하게 살펴줄 전문가가 필요했다. 그렇게 만난 K 선생님은 내 몸의 구조와 기능을 섬세하게 읽어내며, 매 순간 필요한 조정과 회복을 도와주셨다.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몸의 긴장과 자세, 움직임의 불균형까지 세심하게 살피고, 그 근본 원인을 찾아 바로잡는 데 집중하셨다.
치료가 이어질수록 분명하게 느껴졌다. 이 과정은 내 몸의 중심을 되찾는 일이었다. 몸이 정돈되자 당연하게 살아왔던 다리의 묵직함과 피로감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익숙했던 다리의 묵직함과 피로가 눈에 띄게 줄었고, 아침마다 발을 디딜 때 느끼던 불편함도 사라졌다. 하체의 긴장이 풀리고 순환이 원활해지자 몸 전체가 부드럽게 하나로 이어지는 듯했다.
선생님은 치료 중 인체의 구조와 근육, 신경, 혈액의 흐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과거 소아재활치료를 했던 나로서는 비록 분야는 달랐지만 큰 흐름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럴수록 치료에 대한 신뢰도 깊어졌다. 치료의 원리를 이해하니 그 방향과 계획을 더욱 믿고 따를 수 있었다. 단순히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치료사와 함께 회복을 설계해 나가는 느낌이었다.
그 신뢰는 치료의 결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지금도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선생님을 찾아간다. 몸에 변화가 생기거나 궁금한 점이 있을 때면 언제나 차분하고 정확하게 설명해 주신다. 부드러워진 몸 덕분에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편안해지고 하루가 한결 가볍고 부드러워졌다.
암 치료 이후의 회복과 관리는 조금 더 넓은 시야와 접근이 필요하고 생활 전반을 새롭게 정비해 나가는 일이기도 했다. 음식, 운동, 수면, 마음 관리는 내가 주도적으로 실천했고, 근골격계나 순환, 호흡 같은 구조적 문제는 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풀어가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은 기능의학 의사 선생님과 상담하면서 나의 실천들을 점검받고 따뜻한 응원도 함께 받는다. 이런 균형 잡힌 관리가 앞으로도 지켜갈 건강의 중심축이다.
나는 순환 시스템 림프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몸이 풀리고 편안해질수록 하루의 컨디션이 달라졌고, 회복은 결국 순환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워갔다.
림프는 혈액처럼 우리 몸을 흐르는 액체다. 세포에서 생긴 노폐물과 독소를 수거해 림프절로 보내고, 면역세포가 그것을 걸러내며 우리 몸을 지킨다. 림프 순환이 원활해야 면역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암 진단 시 림프절 전이 여부를 확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 역시 진단 당시 골반 쪽 림프절 몇 곳에 사이즈가 커져 있어 직장암 3기를 예상하기도 했다.(림프 전이는 3기, 타 장기로 전이는 4기) 다행히 항암과 방사선 치료 이후 크기가 서서히 줄었고, 추적 검사 과정에서 다행히 원래대로 돌아와 일시적인 염증에 의한 부기였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우리 몸은 복잡하면서도 정교하게 연결되어 있다. 증상만을 해결하기보다는 원인을 찾아 해결해 가는 기능의학의 관점에 공감한다. 필요한 검사들을 통해 내 몸의 상태를 점검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건강한 방향을 설계해 나갔다.
다음 장에서는 기능의학 검사들과 결과 그리고 그로 인해 어떻게 내 몸을 더 잘 이해하고 관리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그렇게 회복을 이어가며 3개월마다 추적 검사를 해온 지도 어느덧 1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6월 9일 검사에 이어 20일 어제 서울에 다녀왔다. 검사 후에 일주일은 골골거렸지만 다행히 조금씩 회복해 고속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씩씩하게 병원으로 향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일은 여전히 긴장되지만 이제는 그조차 익숙해져 담담한 편이다.
직장 내시경 검사에서는 암이 있었던 부위의 흔적이 점점 흐려졌고, CT 검사에서도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이번에도 대장항문외과와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님께 잘하고 있다는 칭찬을 들었다. 다행이고 감사했다.
9월까지 달려갈 연료가 다시 채워진 것 같다.
최근에 찾은 림프 순환을 도와주는 마사지 영상이다. 보자마자 바로 여기에 정착했다.
https://youtu.be/2ceO60NOBsk?si=DqzNwj9YR8WfIUwJ
김 선생님 치료를 받으면서 자주 시청하고 있는 영상이 있는데, 재생이 안 돼서 제목만 올려본다.
*사진: 유튜브 Mr.Physio 호주 물리치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