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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t 2 : Meso Project

보이지 않는 장애

by 다다정
Meso Project Briefing @London College of Fashion


Meso 프로젝트는 앞선 Macro와 Micro 그룹 프로젝트를 통해 축적한 지식과 인사이트를 통합하여, 미래지향적이며 비판적인 패션 시나리오를 탐구하는 8주간의 개인 과제였다.


프로젝트 목표

• 패션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재해석을 통해, 현재 산업 구조의 한계를 드러내고 대안을 상상한다.

• 협업적 탐구 및 사용자 중심 리서치를 통해 인간 중심 디자인 접근을 구체화한다.

• 디지털 기술과 물리적 제작을 결합하여, 시각적으로 매력적이고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스페큘러티브 프로토타입 또는 미래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이 프로젝트는 최종 석사 프로젝트와의 연계를 염두에 두고, 지속 가능성, 기술, 사회 구조적 문제를 복합적으로 사유하는 과정을 요구했다.


Mindmap @da.dajeong


Macro와 Micro 단계에서 Pangaean Society라는 공동체 모델 구상을 통해 협업의 본질을 직접 체험했고, 그 과정에서 에코-사회주의라는 이상을 보다 깊이 탐구하게 되었다. “100년 후, 에코-사회주의가 실현된 세상에서 디자이너는 무엇을 위해 디자인할까?” Meso 프로젝트도 그의 연장선으로 확장하는 시도의 질문으로 시작했다.


@da.dajeong


Unseen Disability: 보이지 않는 장애를 위한 디자인


나는 그 미래에도 여전히 ’ 보이지 않는 장애(Unseen Disability)’는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간질(Epilepsy)에 집중했다.


간질은 기원전 4000년까지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신경계 질환 중 하나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5천만 명 이상이 이 질환을 앓고 있다. 나이, 지역, 문화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발병할 수 있으며, 예측 불가능한 발작과 지속적인 사회적 낙인은 환자들에게 신체적 위험뿐 아니라 정체성의 침식과 외부 세계로부터의 배제라는 이중의 고통을 안긴다.


그러나 이 주제는 내게 단순한 통계나 사회적 담론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평생 간질을 앓아온 어머니의 삶, 그리고 UAL에서 장애학생 보조 조교로 일하며 만난 Minnie의 존재는, 간질이 일상에서 자율성과 존엄성을 얼마나 쉽게 위협할 수 있는지를 깊이 깨닫게 해 주었다. 간질 발작은 종종 갑작스럽고 특정한 환경에서 발생하며, 단기 기억 상실과 동반될 경우 혼자 있는 상황에서는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간질은 적절한 치료를 통해 약 70%의 환자들이 발작 없는 삶을 영위할 수 있지만, 현실은 여전히 불균형하다. 현재 간질 환자의 80% 이상이 저소득 및 중저소득 국가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들 중 약 4분의 3은 필수적인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간질을 앓는 사람들은 일반 인구에 비해 조기 사망률이 현저히 높다.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뿌리 깊은 낙인과 차별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간질에 대한 편견은 단지 의료 접근의 문제를 넘어, 문화적, 구조적 인식의 장벽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실, 아니, 미래의 삶 속에서도 여전히 존재할 이 ‘보이지 않는 장애’를 위해 패션은 어떤 방식으로 기능성과 존엄성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을까?


나는 디자인을 통해 이들에게 자율성과 존엄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랐다.


AI 기반의 뇌파 감지 센서, 웨어러블 인터페이스 등 다양한 기술적 솔루션을 탐색했지만,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실제 구현 가능한 수준까지 도달하기는 어려웠다. 학교 측은 3D 모델로 아이디어를 시각화하는 것을 제안했지만, 나는 이론적인 모델링보다 실제로 실현 가능한 디자인을 선호했다.



결국, 보다 실질적인 영향력과 실현 가능성을 고려하여 이 아이디어는 졸업 이후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지금, 졸업한 지 반년이 흐른 이 시점에서 이 글을 쓰는 나는, 여전히 이 프로젝트의 의미를 되새기며, 그 실행을 향한 약속을 스스로에게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그 이후에도 AR 기술과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을 통해 패션 산업의 투명성과 지속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했다. 그러나 기술적 깊이를 더해갈수록, 그 안에 내재된 윤리적 역설에 직면했다. 특히 블록체인의 경우, 높은 에너지 소비와 노동 착취 구조는 해당 기술의 윤리성과 지속 가능성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기술은 흥미로운 도구일 수 있으나, 그 기반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면 나의 디자인 철학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 과정은 단순한 기술적 전환을 넘어, 나의 디자인 사고방식 자체를 다시 정의하는 계기가 되었다.


시스템 중심 사고에서 출발했지만, 나는 점차 사람과의 관계, 신체와 감각, 그리고 사회적 배제를 직면하는 디자인으로 초점을 이동시켰다.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근본적 질문


Meso 프로젝트는 단순한 시스템 개입의 실험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되돌아가는 여정이었다.

기술은 수단일 뿐이며, 진정한 지속 가능성과 연결은 공감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이 프로젝트를 통해 깊이 체감했다.


디자인은 한 개인을 위해 완성하는 것이 아니며, 관계와 연결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것이다.

이제 나는 나의 시선과 목소리를 ‘참여자(Participant)’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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