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옥스팜 ESG 컨퍼런스: 지속가능한 패션(2)

Social Compliance 사회적 규제 — 한국의 관점

by 다다정



오후 세션은 한국 패션 산업의 현실과 이에 대한 대응 전략에 초점을 맞추었다. 발표자는 한국에서 ESG 법률 자문과 정책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김보미 변호사(사단법인 선)와 오지헌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ESG센터장)였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재봉틀이 아니다.

김보미 변호사는 발표의 시작을 전태일 열사의 문장으로 열었다. 그녀는 사단법인 선 소속 변호사로서, 다시입다연구소 등과 함께 의류 재고 폐기 금지 법안 논의에 참여하며 국내 패션 산업의 법·제도적 쟁점을 지속적으로 다뤄온 인물이다.


그녀는 전태일 열사의 희생이 오늘의 노동권을 가능하게 했지만, 여전히 산업 전반에는 구조적인 불공평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EU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과 미국의 수입금지법(Import Ban) 등을 예로 들며, 이제 한국은 단순한 수입국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안에서 책임의 주체로 서야 할 시점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글로벌 기준의 변화에 비해, 우리가 마주한 국내 산업의 실상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김보미 변호사님 @da.dajeong


발표를 통해 드러난 한국 패션 산업의 현실은 구체적이었다. ESG 공시는 일부 대기업에 국한되어 있고, 공급망 인권 리스크를 평가하거나 협력사 명단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기업은 여전히 드물다. 하청 중심의 산업 구조와 정보 부족, 실행 역량의 한계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의지 부족이라기보다 산업 구조 전반의 준비 부족에 가깝다. 글로벌 시장의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 우리는 사회적 규제(Social Compliance)는 준수의 차원을 넘어, 공존(Coexistence)과 투명성(Transparency)의 언어로 재정의해야 한다.


김보미 변호사님의 발표자료 일부 @da.dajeong




데이터 관리와 인식 제고



오지헌 변호사님의 발표 @da.dajeong


이어서 오지헌 변호사는 패션 산업의 공급망 리스크와 데이터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가족이 40년간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며 패션 기업을 운영해 온 생생한 사례를 들며, 공급망이 길어질수록 책임은 흐려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명확하게 구조화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보증서(letter of guarantee) 발급과 계약 구조 내 사회적 책임 조항을 명시하는 것은 이제 선의의 선택이 아닌, 리스크 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임을 짚었다.


그는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에 기반한 공급망 실사(due diligence) 체계를 설명하며 기업의 현실적인 전략을 제시했다. 1976년부터 운영되어 온 국가연락사무소(NCP) 제도를 통해 실제 분쟁 조정이 이루어지는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 브랜드 역시 글로벌 책임 기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경고했다.


그의 발언은 패션 산업의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으로 이어졌다. 규제를 피하기 위해 수동적으로 데이터를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공급망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결국 데이터 주권이란 데이터를 관리하고 해석하며, 이를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의 문제다.





함께 해야 가능한 순환경제
— 지경영 대표의 메시지


세션의 마지막을 장식한 지경영 옥스팜코리아 대표는 순환경제의 본질을 협력으로 정의했다. 순환경제는 제도나 기술만으로 완성될 수 없으며 생산자, 브랜드, 정책 입안자, 소비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함께 움직일 때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자리가 각자의 위치를 넘어 협력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는 말로 컨퍼런스를 마무리했다.




ESPR-DPP 의무화 시대,
환경과 사회를 잇는 포괄적 생태계의 시작



이날의 논의는 자연스럽게 디지털 제품 여권(Digital Product Passport)으로 이어졌다. EU의 에코디자인 규제(ESPR)에 따라 섬유·의류 산업은 DPP가 우선 적용되는 직종이다. 올해 텍스타일 패션 표준화 가이드라인 발표를 시작으로 2027년부터 단계적 시행, 2030년에는 본격적인 의무화가 예정되어 있다.


글로벌 규제는 이제 환경을 넘어 인권과 공급망 책임까지 통합적으로 요구한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환경 지표에 사회적 지속가능성까지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환경과 사회적 가치는 순환경제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결코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CARE ID는 이 복잡한 사회적 언어를 명확한 데이터로 번역하여 브랜드의 짐을 덜고자 한다. 단순히 환경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것을 넘어, 노동과 인권까지 아우르는 포괄적인 관리 체계를 구축하도록 돕는 전문 파트너가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진정한 지속가능한 패션은 개별 주체의 실천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함께 설계해 나가는 단단한 생태계이기 때문이다. 이번 옥스팜 컨퍼런스는 우리가 함께 나아가야 할 그 생태계의 방향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보여준 자리였다.




*마지막으로 패션의 미래를 위해 깊이 있는 통찰을 나눠주신 연사분들과 의미 있는 담론의 장을 열어주신 옥스팜코리아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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