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서울시 의류·섬유 순환 정책 포럼

국내 패션산업 의류·섬유 폐기 구조의 현실과 과제

by 다다정



의류·섬유 폐기물, 도시 차원의 정책 정합성과 부문 간 협력이 필요한 구조적 과제


2026년 1월 13일 화요일, 서울특별시의회 의원회관 제1대회의실에서 서울시 의류·섬유 순환 생태계 조성과 제도 마련을 위한 서울시 의류섬유순환 정책 포럼이 열렸다. 이번 포럼은 서울특별시의회 이민옥 의원과 사단법인 다시입다연구소가 주최·주관하고, 사랑의 열매와 재단법인 숲과 나눔의 후원을 받아 개최되었다.



서울시 의류섬유순환 정책포럼 현장 ©da.dajeong
서울시 의류섬유순환 정책포럼 현장 ©da.dajeong






주제 발표: 문제 인식에서 제도 설계까지

이번 포럼의 주제 발표는 의류·섬유 순환을 둘러싼 국제 동향에서 출발해, 국내 법·제도 현황을 짚고, 정책 방향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구성으로 진행되었다.



1. 의류·섬유 폐기물 문제와 국제사회 동향 - 정주연 대표 (사단법인 다시입다연구소)


서울시 의류섬유순환 정책포럼 현장 ©da.dajeong

첫 번째 발표에서는 의류·섬유 폐기물이 국제적으로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그리고 유럽을 중심으로 순환 규제가 어떤 방향으로 강화되고 있는지가 공유되었다. 특히 단순 재활용을 넘어 생산–유통–소비–회수–처리 전 과정을 포괄하는 순환경제를 위한 자원순환 정책 흐름이 강조되었다.




2. 우리나라 의류·섬유 순환 관련 법 현황 및 과제 - 김보미 변호사 (사단법인 선)

서울시 의류섬유순환 정책포럼 현장 ©da.dajeong


두 번째 발표에서는 국내 의류·섬유 순환 관련 법·제도의 현황과 한계가 짚어졌다. 현행 「자원순환기본법」은 ‘폐기물 중 일정 기준을 충족해 환경부장관의 인정을 받은 경우’에 한해 ‘순환자원’으로 인정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폐기물’로 분류되기 이전 단계에 있는 재고 의류(판매되지 않은 잔여 재고 등)는 제도상 관리·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정책적으로 포섭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제기됐다. 또한 의류 재고는 발생량·처리방식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먼저 ‘재고’의 범위와 정의를 분명히 하고, 재고 의류를 정책 관리 범위에 포함해 폐기(소각·매립) 및 순환이용 현황을 의무적으로 보고할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3. 의류·섬유 순환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 방향 - 맹학균 과장 (기후에너지환경부 자원 재활용과)

서울시 의류섬유순환 정책포럼 현장 ©da.dajeong

세 번째 발표에서는 정부 관점에서 의류·섬유 순환정책의 방향과 향후 제도 설계의 큰 틀이 공유됐다. 특히 의류 재활용이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전제로, 순환을 선언적 목표가 아니라 ‘운영 가능한 생태계’로 만들기 위해서는 공공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강조됐다. 또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업계·기관과 함께 의류 산업의 환경영향을 줄이기 위한 논의를 제도화하기 위해 민관 협의체(‘의류 환경협의체’)를 출범시키는 등 관련 논의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의 잘못된 관행이 한국에서도 점차 공론화되고, 제도·규제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가능성이 보였다. 패션 산업의 환경적 영향이 큰 만큼, 이번 논의는 ‘왜 지금 이 주제가 중요한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패널 토론: 선언이 아닌 ‘운영’을 묻다

패널 토론은 차승수 대표(제클린)의 진행으로 이루어졌으며, 토론에 앞서 이승우 대표(119REO), 한강진 대표(그린루프), 전주한 대표(오슬로), 노힘찬 대표(윤회(주)·CARE ID), 공동환 대표(텍스타일리)는 각자의 사업 현장에서 축적한 사례를 공유하고 의류·섬유 순환과 관련한 정책 제언을 제시했다.



서울시 의류섬유순환 정책포럼 현장 ©da.dajeong


이후 토론에서는 재고 문제, 의류 수거 구조, 재활용의 한계와 가능성, 데이터 투명성, 공공조달의 역할까지 현장에서 실제로 마주하고 있는 제도적 질문들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재고 의류 폐기 금지와
‘생산 = 폐기’ 인식의 전환

이승우 대표 (119REO)

소방복 업사이클링 브랜드 119REO를 운영하는 이승우 대표는 디자이너이자 브랜드 운영자의 관점에서 재고 의류 폐기 금지 정책을 보다 현실적으로 해석했다. 그는 방화복이 지닌 난연성과 높은 내구성을 적극 활용한 사례를 통해, 업사이클링이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기능을 중심으로 한 설계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119REO는 사용이 종료된 방화복의 성능을 살려 배터리 폭발과 화재 위험을 줄이는 고기능 파우치 제품을 개발하며, 소재의 물성을 기반으로 한 업사이클링 가능성을 입증했다.


서울시 의류섬유순환 정책포럼 현장 ©da.dajeong


그는 재고와 폐기를 바라보는 기존 시각에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논의되는 재고 의류 폐기 금지 정책의 핵심은 과잉 생산을 줄이고 생산 단계에서 보다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유도하는 데 있다. 따라서 단순히 재고량만으로 기업의 책임 여부를 판단하는 접근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동일하게 100만 벌을 생산한 두 기업 중 한 곳은 전량을 판매하고, 다른 한 곳은 일부 재고를 남겼다고 해서 후자가 의도적으로 재고를 만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특히 경찰복이나 군복처럼 공공조달 구조에서는 입찰에 참여한 모든 기업이 동일 물량을 사전에 준비해야 하며, 탈락한 기업은 구조적으로 재고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재고는 경영 실패의 결과라기보다 제도적 구조가 만들어낸 필연적인 산물에 가깝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재고 그 자체가 아니라, 생산 단계에서의 조율 부족과 재고 발생 이후 이를 흡수할 수 있는 순환 경로의 부재에 있다.







의류폐기물인가, 중고의류인가: 모호성과
수출·분류(Sorting)의 중요성

한강진 대표 (그린루프) & 전주한 대표 (오슬로)


전주한 대표는 ‘의류폐기물’과 ‘중고의류’의 경계가 제도적으로 극도로 모호하다는 점이 중요한 문제로 제기되었다. 동일한 의류라 하더라도 어떤 기준으로 분류되느냐에 따라 자원으로 취급되기도 하고, 폐기물로 간주되기도 하며, 이 모호성이 현재의 수거·유통·수출 구조 전반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분류 기준이 불명확한 상태에서는 순환을 전제로 한 정책도, 책임 있는 처리 구조도 성립하기 어렵다.


서울시 의류섬유순환 정책포럼 현장 ©da.dajeong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중고의류 배출량이 많은 국가 중 하나지만, 현재 수출 구조는 실제 재사용 가능성과 무관하게 ‘중고의류’라는 이름으로 의류가 대량 수출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 결과 열대 국가로 패딩이나 방한복이 수출되고, 실제로는 100벌 중 70~80벌이 현지에서 즉시 폐기되는 사례도 존재한다. 이는 중고의류 수출이 국내에서 발생한 의류 폐기물을 국외로 이전하는 통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패널들은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수거 이후 단계에서의 ‘의류 선별 분류의 기준 부재’를 지목했다. 국가·지역별 기후와 소비 특성, 의류의 상태와 소재에 대한 정보가 반영되지 않은 채 이루어지는 수출은 결과적으로 순환을 가장한 폐기를 반복하게 만든다. 얼마나 수거된 의류가 재사용 가능한 중고의류인지, 아니면 폐기물에 가까운지에 대한 명확한 구분,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분류 체계다. ‘중고의류’라는 단일한 이름으로 모든 것을 포장하는 현재의 구조에서는 순환도, 책임도 작동할 수 없다. 반면 이러한 요소를 고려한 선별과 분류가 이루어질 경우, 비용이 다소 증가하더라도 구매 의사는 충분히 존재하며 현지 활용도와 사회적 가치는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강조되었다.






의류폐기물 분류, 그리고 DPP
(디지털 제품 여권)


노힘찬 대표 (윤회·CARE ID)

앞선 논의의 연장선에서, 노힘찬 대표는 의류폐기물과 중고의류를 가르는 문제의 핵심이 결국 ‘분류를 가능하게 하는 데이터’에 있음을 짚었다. 그는 DPP가 단순히 제품 정보를 기록하는 기술이 아니라, 재고 및 사용 후 단계에서 선별, 재사용, 재활용의 정확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의류섬유순환 정책포럼 현장 ©da.dajeong


이를 보여주는 사례로 베를린의 circular.fashion에서 스핀오프된 reverse.fashion이 소개했다. reverse.fashion은 DPP 기반 자동 선별 시스템을 통해 재사용 가능한 제품의 회수율을 높이고, 재활용 공정에서 발생하는 오분류를 줄이며, 다운스트림 단계의 의사결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하는 DPP based sorting 을 실증하고 있다. 이는 중고의류와 의류폐기물 사이의 모호성을 실제 운영 단계에서 해소하는 순환 인프라가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시 의류섬유순환 정책포럼 현장 ©da.dajeong


이를 보여주는 사례로, 베를린 기반의 circular.fashion에서 분리·확장된 reverse.fashion이 소개됐다. reverse.fashion은 카메라 기반 이미지 인식과 AI, RFID를 활용한 자동 선별 시스템을 통해, 수거된 섬유·의류를 특성별로 분류하고 재사용·재활용 경로로 보다 정밀하게 배분하는 접근을 발전시키고 있다.


특히 Digital Product Passport(DPP)에 기반한 분류 체계(DPP-based sorting)를 통해, 수거된 의류를 제품 속성·이력·상태 정보에 따라 자동으로 선별하는 시스템을 실증했다. 이 접근은 재사용 가능한 제품의 회수율을 높이고, 재활용 공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오분류를 줄이는 동시에, 다운스트림 단계(재사용·수선·업사이클·재활용 등)에서의 의사결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한다.


서울시 의류섬유순환 정책포럼 현장 ©da.dajeong


의류섬유 재활용의 DPP 활용은 중고 의류와 의류 폐기물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운영 현장에서 정리하고, 분류의 정확도를 기술·데이터로 뒷받침해 순환을 실행 가능한 인프라로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의류·섬유 순환 정책 논의가 제도적 선언을 넘어 실행 단계로 전환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구체화하며, CARE ID©가 지향하는 순환패션 구현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인센티브 이전에 필요한 것:
재고·폐기물 데이터의 투명화


이번 포럼에서 강하게 형성된 공감대는 투명성이 의류섬유순환 정책의 출발점이라는 점이었다. 재고 규모와 처리 방식, 현장의 운영 실태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인센티브가 먼저 도입되면, 오히려 “만들고 기부하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강화될 수 있다. 따라서 재고 의류 및 의류 폐기물의 처리 현황을 의무적으로 공개·보고하도록 하는 접근이 보다 근본적인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의류·섬유 순환은 데이터 투명성–정책 수단–시장 인센티브–공공 수요가 분절되지 않고 연결되는 통합적 제도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 서울시와 시의회, 현장의 실무자와 참여자들이 함께한 이번 논의는 선언을 넘어, “어떻게 기준을 만들고 운영되는 구조로 만들 것인가”를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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