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
나는 평범한 사람이다. ‘평범하다’는 말속에는 묘한 아이러니가 있다. 누군가는 그 말에서 위안을 얻을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종종 그 말이 무겁게 다가왔다. 특별하지 않다는 사실은 내 존재를 희미하게 만들었고, 마치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듯한 느낌이 나를 따라다녔다.
내가 살아온 세상은 이미 복잡하고 어려운 일들로 가득했다. 부모님은 생계를 걱정하셨고, 나는 그저 눈치를 보며 자라야 했다. 학교에서도 나는 늘 조용했다. 달리기를 하면 꼴찌였고, 그림을 그리거나 노래를 불러도 누구의 찬사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친구들 사이에는 눈에 띄는 아이들이 있었다. 공을 던지면 정확히 스트라이크를 넣는 아이, 연필만 들면 살아 있는 것처럼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 그들 옆에 서 있는 나는 마치 그림자 같았다. 함께 있지만 희미한 존재, 스스로 작아지며 나를 더욱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왜 나는 아무것도 잘하지 못할까?” 이 질문은 오랫동안 내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울렸다. 때로는 마음을 돌처럼 단단하게 만들며 내 걸음을 무겁게 했다. 내 시선 속 세상은 흑백영화처럼 무채색으로 보였고, 밝은 미래라는 단어는 너무 멀어서 손이 닿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도 나만의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다른 사람들처럼 번쩍이고 멋진 것은 아니었지만, 나만의 ‘총’ 같은 것이 필요했다. 내가 가진 것은 아주 작고 보잘것없어 보였지만, 그것이 나를 지켜주는 방패이자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 총은 바로 '글'이었다.
처음에는 공책 한 귀퉁이에 마음을 적는 것에서 시작했다. “나는 왜 이렇게 작을까. 왜 이렇게도 부족할까.” 그렇게 글을 써 내려가다 보면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졌다. 말로 하지 못한 것들이 글자 속으로 스며들면서 내 안의 독을 천천히 빼내는 듯했다.
글은 강했다. 누군가 나를 얕보거나 세상이 나를 몰아세울 때, 글은 숨 돌릴 공간을 만들어줬다. 나를 지켜주는 울타리였고, 나처럼 작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주는 조용한 무기가 되어줬다.
내 총은 사람을 겨누지 않는다. 오히려 나를 지키고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 도구다. 나는 여전히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분명히 안다. 내가 가진 총이 무엇인지. 그것은 종이에 자리 잡은 단어들이고, 마음을 정리하는 문장들이다.
세상은 여전히 어렵고, 때로는 나를 몰아세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조용히 내 총을 꺼낸다. 누군가는 알아차리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내게 그것은 분명한 생존의 도구다. 나는 이 총으로 살아간다. 사람을 겨누지 않지만, 나를 지키고 누군가의 마음을 지킬 수 있는 총.
그리고 오늘도 나는 조용히 단단한 마음으로 이렇게 말한다.
“나도 총이 있다. 나는 이걸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