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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약속이 없어도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마음이 바빠진다.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본다. 벽에 걸린 시계 초침을 무심히 세기도 한다.
이윽고 해가 뉘엿뉘엿 지고, 거리엔 하나둘 불빛이 켜진다.
순간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다. 지금 집에 가면 뭐하지?
그러면 슬슬 밤 거리를 기웃거리기 시작한다. 마치 먹잇감을 찾는 하이에나처럼.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마음이 허해서다.
무언가를 씹으며 그 허기를 달래야 할 것 같은 기분.
그래서 국물 있는 걸 찾게 된다.
따뜻한 해장국이든, 칼칼한 찌개든, 국물이 있어야 나는 뭔가 채워지는 기분이 든다.
예전엔 그런 시간이 자연스러웠다.
퇴근 무렵 서로 눈빛이 마주치면, 말없이도 텔레파시로 통했다.
“한잔 할까?”
그 말 한마디에 다들 옷을 챙겨 입고 나섰다.
누가 무슨 고민이 있는지도 묻지 않았다. 굳이 묻지 않아도, 술잔 사이사이로 다 비쳐 보이니까.
어느 날은 소주 두 병을 나눠 마시며 아무 말 없이 라면만 먹은 날도 있다.
그 침묵이 오히려 더 위로가 되었다.
그 시절, 우리는 회사보다 사람이 먼저였다.
성과보다도 마음을 챙겼고, 보고서보다도 동료의 얼굴빛을 먼저 살폈다.
서로를 부대끼며, 그렇게 버텨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퇴근길이 조용하다. 모두들 휴대폰만 보며 제 갈 길로 흩어진다.
'회식'이란 말도 낡은 말처럼 느껴지고, 누구를 붙잡고 “한잔 할래?”라는 말이
괜히 부담이 될까 조심스러워진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서 멀어졌고, 혼자 밥 먹는 게 익숙해졌다.
그래도 가끔은 그때가 생각난다.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의 속을 털어놓던 그 밤들.
비록 일이 힘들어도, 사람이 있어 견딜 수 있었던 시간.
요즘은 누군가에게 “같이 밥 먹자”는 말조차 용기가 필요하다.
거절당할까 두려워져 말끝을 흐리게 된다.
하지만 그 작은 용기 하나가, 다시 인간적인 온기를 되살릴 수도 있지 않을까.
오늘도 퇴근 시간이 다가온다. 거리엔 하나둘 불빛이 켜진다.
문득, 오늘은 혼자 말고 누군가와 밥을 나누고 싶다.
그래서 아주 조심스럽게, 마음속으로 한 문장을 꺼내본다.
“한잔 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