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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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이로

부부가 함께 살아간다는 건, 모든 것을 다 나눈다는 뜻은 아니다.

젊은 날엔 하루 종일 붙어 있고 싶었고, 사소한 일조차 함께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세월은 생각을 바꿔 놓는다.

어느 날부터인가 취향도 갈라지고, 좋아하는 것도 달라진다.

같이 보는 드라마도 다르고, 흥얼거리는 노래도 다르다.

때로는 와이파이 비밀번호 하나쯤만 공유해도 충분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부부인데도 왜 따로따로 놀지?”

이런 말을 들으면 순간 서운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게 꼭 나쁜 일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만의 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까운 사이라도 침범하지 않고 지켜주는 거리가 있어야 오래간다. 부부도 다르지 않다.

물론 거리가 너무 멀어져서는 안 된다.


우리 부부에겐 다행히 손녀라는 다리가 있다.

“오늘은 손녀가 뭐 했을까?”

그 한마디면 대화가 이어지고,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손녀 이야기를 나눌 때만큼은 같은 곳을 바라본다. 공통의 기쁨이 있다는 건 얼마나 든든한 일인가.


살다 보면 부부가 언제나 같은 길을 걸을 수는 없다.

때론 서로 다른 길에 서고, 잠시 멀리 떨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길들이 끊어지지 않고 다시 이어질 수 있다면 충분하다.

그 다리가 손녀일 수도, 오래된 추억일 수도 있다.


세월이 흐른 뒤에야 알았다.

부부란 모든 것을 함께 나누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끊어지지 않는 끈을 지켜내는 관계라는 것을.

그 끈이 이어져 있는 한, 우리는 여전히 함께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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