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놀이

by Minionii
20251125_170518.png


부지런한 토요일

단풍놀이 한 번 못 하고

가을을 보낼 수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아이 낳기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용문사 은행나무를 보러 가기로 합니다.

아침 8시.

아이들을 깨워 옷만 갈아입히고

그대로 둘러업어 집을 나섰습니다.

아침밥은 김밥을 사서 차 안에서 먹었답니다.

물안개

일교차가 큰 날씨에

부지런히 집을 나선 덕분일까요.

강 위로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보았습니다.

솜뭉치를 넓고 얇게 편 뒤에

강 위에 천천히 흩뿌려 놓은 듯

여기 어딘가 구름을 생산하고 있는 비밀 공장이 있나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침 풍경의 경이로움에 반했습니다.

앞으로도 아침 일찍 나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용문사 은행나무

용이 몸을 튼 모습과 닮았다는 용문산,

신라시대에 지어졌다는 용문사에 도착했습니다.

10시쯤 도착했는데

주차장이 이미 거의 꽉 차있었습니다.

12시 30분쯤 나올 때 보니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차들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어

용문사의 인기를 실감합니다.

용문산 글자 조형물 앞에서 가족사진도 찍고,

아이들은 걸음걸음마다 탐색하느라

일주문까지 가는 데만 한 세월 걸립니다.

" 가자 얘들아, 갈 길이 아직 한참이야! "

일주문을 통과합니다.

이제 시작인데, 아이들은 벌써부터 다리 아프다 힘들다 매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럴 줄 알고 미리 캐러멜을 챙겨 왔습니다.

아직 한참 가야 하니

지금은 딱 하나씩만 나눠 줍니다.

"이거 먹고 걸어 올라가는 거야!"


천하장사

올라가는 길에 만난 커다란 바위 앞에 섭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졌을

구불구불한 바위의 무늬가 인상적입니다.

"아빠 저 바위 들 수 있어?"

둘째의 도발인지 믿음인지 모를 질문을

삼 형제의 아빠는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으랏차차차.

새끼손가락을 바위에 살짝 대고는

온 힘을 다해 드는 척 연기를 펼쳐 보입니다.

우와. 하고 감탄하는 셋째,

긴가민가한 둘째,

속임수를 눈치챈 첫째,

시치미를 떼는 남편까지

박가들의 각양각색 표정에

한참을 웃었습니다.


은행나무와 대웅전

사천왕문을 지나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

용문사 은행나무를 만납니다.

굵고 단단한 기둥과

높게 뻗은 가지,

1100년 이상의 세월을 견뎌온 웅장함을 느낍니다.

대웅전에 올라 경내를 둘러봅니다.

은행나무가 대웅전을 포근히 감싸 안고 있는 듯한 풍경에

사찰의 고즈넉함이 마음속에 스며듭니다.

"이제 내려가자"

도착하자마자 내려가자는 남편을 흘깃 쳐다보며

짧지만 달콤한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막내가 안아달라고 떼쓰더라도

기꺼이 안아줄 수 있을 만큼

마음의 여유가 생겨납니다.

하행길

내려가는 길은 올라갈 때보다 훨씬 수월했습니다.

첫째와 셋째의 손을 잡고

드문드문 단풍길을 걸어 내려갑니다.

같이 좀 가자고 불러도

둘째는 신나게 뛰어 내려가는 걸 보니

아직 더 걸어도 끄떡없겠습니다.

준비해 온 간식 덕분에

막내는 단 한 번도 안기지 않았습니다.

파란 하늘, 붉고 노란 단풍,

졸졸 흐르는 계곡물,

가족과 함께 하는 토요일.

건강하게 나들이를 다녀올 수 있음에

감사한 하루입니다.



작가의 이전글하나도 안 변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