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라는 이름 안에서 나를 배우다

by 이현정


나는 결혼을 통해 나를 잃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처음으로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남편과는 연애를 4년이나 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함께하면서 우리는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갔고, 자연스럽게 결혼으로 이어졌다. 그 시절 나는 친정집의 맏딸로, 가족 안에서 책임감이 무거웠다. 부모님의 기대, 동생들을 챙겨야 한다는 의무감 속에서 ‘나’를 챙길 여유는 없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삶을 원하는지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주어진 역할을 해내는 데에 집중하며 살아왔다.

20250627_160534.png

그런 내가 남편을 만나면서 처음으로 누군가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내 기분을 먼저 살폈다. 연애 시절, 그는 종종 내게 물었다.

“넌 어떤 거 좋아해?”, “시간 나면 어디 가고 싶어?”, “요즘은 뭐 하고 싶어?”
그 단순한 질문들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누군가가 나의 ‘취향’과 ‘바람’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그 자체로 낯설고 따뜻했다.


결혼 후, 나는 조금씩 나 자신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남편과 함께 여행을 다니며 내가 자연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해야만 하는 삶’이 아닌 ‘하고 싶은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하루를 설계하고, 나의 감정에 솔직해질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이다.


물론 결혼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 건 아니다. 결혼도 또 하나의 관계이고, 그 안에서 갈등과 조율은 필수였다. 하지만 그 관계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남편은 내게 끊임없이 말해주었다. “너는 네가 원하는 걸 해도 돼.” 그 말은 내게 큰 위로이자 허락이었다.
그 덕분에 나는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나의 진짜 모습을 조금씩 깨워낼 수 있었다.


과거의 나는 늘 누군가를 챙기고,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에 갇혀 있었다. 그러나 결혼을 통해 나는,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있고, 나를 챙기는 것도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라는 걸 배웠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나를 기쁘게 하는 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이기적인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오히려 그런 순간들이 쌓여 나라는 사람을 건강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결혼 생활 속에서 체감했다.


결혼이라는 이름 안에서 나는 나를 잃은 것이 아니라, 몰랐던 나를 하나씩 찾아가는 중이었다.
남편이라는 든든한 동반자와 함께하면서 나는 점점 더 나다워졌고, 삶에 대해 나만의 언어로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의 아내가 되어가는 과정은, 동시에 ‘진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그저 사랑해서 시작한 관계였지만 그 안에서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바라는지를 하나하나 배워갔다.

결혼은 나에게 단지 한 사람과 함께하는 삶이 아니라, 나를 더 잘 사랑하는 법을 알려준 따뜻한 통로였다.

월요일 연재
이전 01화나는, 다시 나로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