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차올라서 고개를 드는 건 아이유가 하는 거고

일단 내 보조금부터 찾자

by march

코비드 바이러스가 뉴질랜드까지 널리 퍼지며 사람들의 외출은 줄었다.


안 그래도 여유로운 뉴질랜드의 거리는 코비드 바이러스로 인해 삭막해졌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했고 식당에서는 사람들 간 거리 두기로 인해 한 테이블씩 건너에 자리를 앉았다. 마트에도 가족 당 한 명만 들어갈 수 있었고 그마저도 마트 밖의 줄을 길게 서야만 시간 차를 두고 차례로 들어갈 수 있었다.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에도 점차 퍼지고 있는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결국 뉴질랜드 총리는 자국민 보호롤 위해 국경까지 걸어 잠그는 초강수를 두었다. 해외로 나갔던 뉴질랜드 사람들은 서둘러 본 국으로 돌아왔지만 반대로 타 국적의 신분으로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언제든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분위기였다.


코비드 바이러스의 발원지로 인해 아시아인 혐오와 차별의 피해가 생기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점차 폭력적인 방법으로 아시안 혐오 사건이 연이어 TV에 보도되며 사람들의 긴장감을 증폭시켰다.


의료진, 마트 종사자 등 필수 노동자 외에는 일을 나갈 수 없었다. 건너 건너 들리는 이야기로는 락다운으로 일을 못하고 있으니 워크비자를 가진 사람들의 비자 연장이 이루어지지 않아 추방당하듯 귀국한다는 소식이 많이 들렸다. 나의 워크비자 기간은 아직 일을 할 수 있는 상태이나 바이러스로 온 나라가 멈췄으니 벌이가 없어져 우리 집 가계상황도 덩달아 멈췄다.


식당 사장님께 전화를 드리니 나라에서 가게 문을 닫으라 하니 서로 잘 버티다 락다운이 풀리면 만나자 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남편은 공사 현장의 필수 노동자로 분류되어 다시 출근을 할 수 있었지만 계속적인 우리 가정의 적자로 이민생활을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였다.


코비드 바이러스로 락다운이 길어지자 뉴질랜드 정부에서는 사업자와 노동자의 가계안정을 위해 지원금을 준다는 발표를 했다. 예기치 못한 역병으로 일을 못하게 된 노동자에게 정부에서 돈을 준다는 이야기였다.


정말 숨통이 트이는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파트타임이지만 코비드 때문에 출근을 못하게 됐으니 나도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겠구나 싶어 안도했다.






뉴질랜드 정부의 보조금 지원 발표가 난 뒤, 사업체의 사장님에게 지원금을 받고 있다는 지인들이 하나둘씩 생겼다.


그러나 내 통장은 아직 조용했다. 혹시 내 지원금이 아직 나오지 않았나 싶어 보조금 지급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 주소를 알아내 나의 IRD넘버*를 입력하자마자 내 이름과 IRD 넘버로 이미 지급됐다는 화면이 나왔다.


보조금은 내가 확인 한 날짜의 한참 이전에 이미 지급되어 있었다



나는 사장님께 직접 문의할 수도 있었지만 설마 내 지원금을 받고도 나에게 주지 않았을리 없다는 믿음이 있었다.


'에이, 설마.. 사장님이 설마..그래도 사장님인데 설마....'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있나 싶어 교민 홈페이지를 확인해 보니 이미 지원금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사람들의 글이 많았다.


사장님께 전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건강에 문제는 없으시죠? 잘 지내고 계시나 연락드려봤어요"


"응 그래, March씨도 잘 지내지? 요즘 벌이가 없어서 힘들겠어~"


"맞아요. 빨리 코비드가 끝나야 할 텐데 걱정이에요. 그래서 말인데 코비드 보조금을 아직 입금 안 해주신 것 같아서 사장님께 연락드렸어요."


"아~ March씨가 몰랐나 본데 그건 사장이 종업원한테 주는 돈이 아니야~ 정부에서 사장들한테 종업원 자르지 말라고 주는 돈이야"


"네? 제 IRD넘버랑 제 이름 앞으로 나온 거잖아요. 코비드로 문 닫은 사업체 직원들의 생활비 보조를 위한 돈이라고 알고 있어요. 뉴스에도 그렇게 나오고, 홈페이지에도 그렇..."


"(내 말을 자르며) 그러니까~~ 사장들한테 종업원 자르지 말고 잘 데리고 있으라고~ 고용보장 하라고 주는 돈이라니까! 막말로 내가 아직 March씨 모가지 안 잘랐잖아~ 내가 당신, 다른 식당으로 가라고 했어?? 그래, 이렇게 자르지 말라고 주는 돈이라고~ 그리고 만약에 이 돈이 March씨 돈이면 내가 이 푼돈을 안 주고 왜 갖고 있겠냐고~ 내가 회계사 친구한테도 다~ 확인했어! 그런데 줄 필요 없대! 그러니까 뭘 제대로 알고 나한테 들이대야지~ 주변에 회계사 친구 없지? 나 지금 바빠서 전화 끊어야 하니까 알아서 잘 확인하라고~ 내가 식당에 다시 나오랄 때까지 얌전히 기다렸다가 전화하면 감사합니다 하고 나와~ 사장 돈에 버릇없게 껄떡대지 말고!"


한 푼이 아쉬운 마당에 정부에서 지원하는 보조금 소식을 듣고 그나마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싶었는데 보조금이 내 돈이 아니라고?


종업원 자르지 말라고 사장한테 주는 돈이니 홀서빙 직원은 사장돈에 버릇없게 껄떡대지 말고 얌전히 기다렸다가 다시 나오라는 전화를 하면 감사합니다 하고 나오라고??


손이 벌벌 떨렸다.


홀서빙 직원 모가지 자르지 않는 대가로 정부에서 받은 돈이라고 갑자기 소리를 질러대며 욕하는 사장의 목소리에 눈물이 차올라서 고개를 들기는커녕 내 얼굴에 피가 돌고 양쪽 관자놀이가 뛰기 시작했다.


사장, 너에게는 푼돈일지언정 나에게는 한 달 공과금과 생활비에 보태야 우리 애들이 편해지는 돈이다.


수화기 너머로 악다구니를 쓰는 사장을 보니 이미 난 식당 홀서빙 일은 잃은 거나 다름 없었다.


그럼 이제 내 돈을 찾으러 가는 수밖에.



*IRD넘버 : 뉴질랜드 국세청에서 납세자 정보를 관리하는 9자리의 일련번호로, 뉴질랜드에서 합법적으로 고용되어 일을 하기 위해서 필수로 생성해야 하며 소득에 대한 세금신고와 원천징수세를 내기 위한 번호이다. 쉽게 말하면, 일을 하기 위해서는 IRD넘버를 부여받아야 한다. 세금을 내야 하니까.

이전 18화출근이 즐겁다는 건 다 뻥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