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다양한 길을 알려준 모든 이들
다 커서 간 캐나다는 확실한 장단점이 보이는 나라였다. 무한한 단점이 있으면, 무한한 장점도 있다.
무한한 장점 중 하나는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캐나다에서 내가 만난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먼저 대만에서 간호사로 일한 'W'. 타이베이 대형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이다. 이 친구는 실력이 출중해 병원 관계자들이 승진을 시켜주려고 하지만 본인은 크게 뜻이 없었다고 한다. 이 친구를 설득하기 위해 병원 측에서 '1년 휴가'를 제공하되, 다시 돌아오면 승진을 해야 하는 조건을 걸었다(아마 유급휴가였던 걸로 기억한다). 휴가를 받은 W는 어떻게 쓸까 하다가 본인이 평소에 약했던 영어를 보충하려고 캐나다로 왔고 현재는 다시 대만의 병원에서 일하는 중이다.
그다음 고액 연봉의 정부 간호사로 일하다가 때려치우고 캐나다에 온 'M'도 있다. 이 친구는 일을 그만 둘 당시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당시의 연봉을 살짝 들었는데 나 같으면 못 그만둘 것 같은 엄청난 연봉이었다. 심지어 이 친구는 영어를 잘했는데, 더 잘하고 싶어 캐나다로 온 것이라고..
이 친구들 외에도 승무원 하다 은퇴하고 온 브라질 친구, 변호사 하다 그만두고 온 멕시코 친구, 미국에서 공부하다 캐나다로 넘어온 홍콩 친구, 태국에서 기상캐스터로 일하다 영어 배우러 온 친구 등. 정말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모이는 곳이 캐나다이다.
이 친구들을 보며 묘하게 위로가 되었다. 나는 결코 늦은 게 아니구나, 세상에는 다양한 선택이 있구나.
주변인들이 말하는 길만 길이 아니라는 걸, 나는 캐나다에서 알게 되었다. 정말 무수히 많은 갈래와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앞만 보고 걸어가느라 모르지만 잠시만 주위를 둘러보면 알 수 있다. 뛰어가는 사람, 걸어가는 사람, 누워있는 사람, 날아가는 사람, 뒤로 걷는 사람 등.
그 사람들이 가는 방법이 틀리지 않았다. 또 내가 어떻게 가든 틀리지 않았다.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는 걸 나는 캐나다에서 만난 다양한 친구들로부터 배웠다.
한 가지 자랑할 것이 있다. 나는 한국에서도 못 받은 상을 캐나다에서 받은 적이 있다. 바로 '리더십상'.
캐나다에 머무면서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주변 사람들을 챙길 힘이 난다.
컬리지 친구들과 동고동락하며 진실로 이 친구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하나하나의 삶이 다 너무 반짝 거려 보였다.
외국은 특이한 곳이다.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이 보이는 곳이라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까지 인류애가 풍부한 사람이었던가.
내가 클래스메이트 운이 좋은 것도 있겠지만, 이 친구들과 매일 만나다 보니 정이 든 것이다.
'L', 내가 정말 사랑했던 친구인데 이 친구는 온몸에 타투가 있는 멋쟁이다. 콜롬비아에서 L은 어딘가 모르게 구수한 매력이 있고 요리도 잘해 매 점심마다 우리에게 밥을 나눠주었다.
우리가 같이 몰려다니는 무리가 있었는데, 한 달마다 반이 바뀌어서 서로 갈라지더라도 점심밥은 꼭 항상 같이 먹었다. 이것도 L의 공이 크다.
태국, 브라질, 멕시코, 콜롬비아, 대만, 한국 등 정말 다양한 인종이 같이 다니며 학원 정중앙에서 점심을 셰어 하면서 먹는 것. 그것이 우리의 우정이었다.
보고 싶은 친구들이 많다. 그 친구들이 어디서든 건강하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