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이 시작되면, 모두가 배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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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또삐

(학생 설명회 전날, 캠퍼스가 리허설에 들어간다)


Prologue — 이 학교에서는 설명회도 공연이다

이 캠퍼스에서
설명회는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다.

보여주는 자리다.

누가 말을 잡는지,
누가 옆에 앉는지,
누가 먼저 마이크를 쥐는지.

학생들은
말보다 화면을 믿는다.

그래서
설명회 전날은
항상 촬영 전 리허설처럼 흘러간다.


Scene 1 — 오후 4시, 편집실의 침묵

편집실 문이 열려 있었지만
안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타닥타닥 키보드 소리만 남고
평소에 넘치던 잡담은 없었다.

한 학생이
내가 지나가자
마우스를 멈췄다.

눈이 마주쳤다.
고개를 숙였다.

그 짧은 동작 하나에
모든 분위기가 담겨 있었다.

교수님을 보는 게 아니라,
사건을 보고 있다.


Scene 2 — 소문은 이미 예고편을 끝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학생 둘이 속삭였다.

“내일 설명회 있대.”
“박 교수님 주도라며?”
“와… 그거 거의 공개 심문 아니야?”

누군가는
이미 결론을 알고 있었고,
누군가는
장면을 상상하고 있었다.

영상제작 캠퍼스의 소문은
항상 이렇게 번진다.

편집된 상태로.


Scene 3 — 견제의 선택: 정면승부

강의실 앞에서
장견제가 나를 불렀다.

장견제
“박 교수.
내일 설명회,
괜히 판 키우지 맙시다.”

나는 멈춰 섰다.

박양이
“판은
이미 커졌어요.”

그는 잠깐 웃었다.

장견제
“그럼 더더욱
조용히 가야지.”

조용히.
그 말은
네가 물러나라는 뜻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무 약속도 하지 않았다.


Scene 4 — 사린의 방식: 프레임 선점

윤사린은
회의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프린트된 자료가 가지런했다.

윤사린
“학생들이
안정감을 원해요.”

박양이
“안정감이요?”

윤사린
“네.
너무 솔직한 건
불안하거든요.”

그녀는
이미 설명회의 프레임을
‘관리’로 설정해 두었다.

윤사린
“박 교수님은
조금만 톤 다운하면 돼요.”

톤 다운.
그 말은
당신 색을 줄이세요라는 뜻이었다.


Scene 5 — 달래의 보고

해가 지기 직전
달래가 뛰어왔다.

다람달래
“교수님…
학생회에서
내일 설명회
녹화하겠대요.”

녹화.

이 설명회는
그날로 끝나지 않는다.

클립으로 남고,
짤로 돌고,
편집돼서 퍼진다.

나는 짧게 말했다.

박양이
“좋네요.”

달래는 눈을 크게 떴다.

다람달래
“네…?”

박양이
“그럼
더 정확해야죠.”


Scene 6 — 밤, 리허설 없는 준비

연구실 불을 끄지 않았다.

슬라이드는 만들지 않았다.
대본도 쓰지 않았다.

대신
질문을 정리했다.

누가 기준을 정하는가

무엇이 공식 판단인가

학생 보호는 누가 대표하는가


설명회는
대답하는 자리가 아니다.

질문을 공개하는 자리다.


Epilogue — 내일, 촬영이 시작된다

캠퍼스 밖으로 나오며
나는 이어폰을 꽂았다.

내일
수많은 시선이
나를 찍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나는
프레임 안에 들어가는 사람이 아니라
프레임을 흔드는 사람이다.

학생 설명회.

이제
촬영이 시작된다.

컷은
내가 부른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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