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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온 Mar 09. 2024

나는 고발한다

드레퓌스 사건의 진실,  로만 폴란스키의〈장교와 스파이〉

영화는 광장에서 진행되는 드레퓌스 장교의 군적박탈 장면에서 시작된다. 적국 독일에 군사기밀을 전달한 스파이 혐의로 체포된 ‘유대인 대위’ 드레퓌스의 군복 단추와 계급장이 뜯겨나갔다. 수많이 사람이 그 장면을 지켜보며 드레퓌스에게 욕설과 야유를 퍼부었고, 드레퓌스는 아프리카 기아나의 악마섬 감옥으로 보내졌다. 낮에는 간수의 감시 속에 겨우 숨만 쉬고 밤에는 발에 족쇄가 채워졌다.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벌어진 극적인 드라마의 주인공 드레퓌스 사건을 담은〈장교와 스파이〉의 원제는 ‘나는 고발한다(J'accuse)’이다. 에밀 졸라가 1898년 1월 13일 일간지〈로로르〉1면에 드레퓌스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린 법원의 판결을 비판한 글을 실으면서 붙인 제목이다. 권력과 진실에 대한 한 소설가의 소신 있는 발언은 지식인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얘기할 때 빠트릴 수 없는 글이 되었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스파이 조작 사건의 경위는 이러하다.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J'accuse)’가〈로로르〉신문 1면을 장식하기 4년 전, 알프레드 드레퓌스는 파리에 있는 독일대사관에 군사기밀을 누설한 죄로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았다. 독일군에게 프랑스의 군사기밀이 담긴 문서를 넘기겠다는 메모의 글씨가 드레퓌스 필체와 비슷하다는 것 외에는 어떤 증거도 없었다. 참모본부에서 스파이 징후를 포착해 조사하던 중 반유대주의를 표방하던 한 신문이 이것을 보도하면서 유대인을 매국노로 비난하면서 군부의 결단을 촉구한 것이 이렇게 귀결되었다. 비공개로 재판을 연 참모본부는 뚜렷한 증거도 없이 드레퓌스에게 유죄선고를 내렸다. 


사람들에게 잊혀가던 드레퓌스 사건을 새로운 반전의 드라마로 만든 것은 조르주 피카르 중령이었다. 참모본부 정보부장으로 새로 임명된 피카르 중령은 스파이 사건 관련하여 문서를 살펴보다가 드레퓌스가 무고하게 반역자로 몰렸고, 진범은 페르디낭 에스테라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사령관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군부의 권위가 실추될 것을 우려한 상관은 사건을 들추지 말라고 명령한다. 진실을 보고한 피카르는 아프리카로 쫓겨났다. 드레퓌스의 무죄를 확신한 이들에 의해 다시 재심이 열렸지만 법원은 진범 에스테라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에스테라지가 무죄를 선고받은 이틀 뒤 에밀 졸라는 ‘나는 고발한다(J'accuse)’를 신문에 기고했다.


진실을 말한 피카르 중령은 쫓겨나 감금당했고 에밀 졸라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이 들끓고 시민들의 규탄과 국제사회의 비판이 이어졌다. 궁지에 몰린 프랑스 대통령은 드레퓌스를 특별사면하고 군적박탈을 취소하는 명령을 내렸다.     


드레퓌스가 억울하게 뒤집어쓴 스파이 혐의를 완전히 벗은 것은 1906년, 처음 스파이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지 12년 만이었다. 참모본부가 말했던, 만약 세상에 드러나면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했던 기밀문서는 어디에도 없었다. 드레퓌스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악마섬 일기》을 펴냈고, 에밀 졸라는 드레퓌스 사건을 다룬〈진실〉이란 소설을 썼지만, 실제 사건이 책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드레퓌스를 영화로 만든 로만 폴란스키 역시 유대인이다. 영화〈장교와 스파이〉는 2019년 베니스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장교와 스파이〉가 제45회 세자르상 수상식에서 최다 부문 후보로 오르자 드레퓌스 사건처럼 영화계 관계자들의 입장은 둘로 나뉘었다. 로만 폴란스키의 사생활을 두고서 발생한 일련의 일들이었다.      


폴란스키의 어머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해되었다. 아버지 역시 강제수용소에 끌려갔고, 아버지와 함께 끌려갈 뻔했던 폴란스키는 간신히 탈출해 살아남았다. 강제수용소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아버지와 폴란스키 감독은 다시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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