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대면하니 데면데면

by 범이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직장 내 유일하게 재택근무를 거부하고 출근을 선택한지도 어느새 2년이 되어간다.

스무 명 정도 되는 직원이 사용하기에도 좁지 않은 사무실을 혼자 이용하면서 쓸고 닦고, 환기 시키고, 분리수거도 하면서 이 공간이 공용 공간이 아닌 점점 개인 공간이 아닌가 착각을 할 때쯤 모든 직원들이 출근하는 날이 다가온다.





전체회의


매월 딱 하루. 모든 임직원이 모여 전체회의를 하는 날이면 조용하던 사무실이 시끌벅적해진다. 마치 방학을 끝내고 개학을 맞이한 학생들의 모습 같다.

오랜만에 메신저가 아닌 대면으로 만나게 된 직원들은 자리에 앉아 모니터가 아닌 의자를 돌려 서로를 마주 보고 그동안 밀린 수다를 떠느라 정신없다.

평소 그룹 메신저나 개인 메신저를 통해 충분히 소통한다고 생각했는데 오랜만에 대면하니 할 얘기들이 또 생겼나 보다.


다른 직원들과는 조금 떨어진 자리. 사무실 가장 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는 나는 오랜만에 만난 직원들이 반갑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내 자리에서 떨어진 그 무리 속 수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는 조금 어색하다. 그리고 이런 나를 의식했는지 이윽고 수다에 참여하길 권한다.


"대리님은 주말에 뭐 하셨어요?"

"사무실에는 별일 없었죠?"

"오늘 점심 뭐 먹을까요? 근처에 새로 생긴 데 있어요?"


웃으며 질문에 대답은 하지만 뭔지 모를 어색함이 있다.

재택 근무를 시행하기 전에는 출근해서 직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잘 주고받고 어색한 느낌이 전혀 없었는데 사무실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이상해진 것 같다. 아니 변했다고 해야 할까?


초대한 적 없는 손님들


사무실은 혼자 있을 때 생리현상도 편하게 해결하고, 냉/난방 온도 조절도 내 마음대로 하고, 음악을 듣고 싶고 싶을 땐 스피커로 듣는 등 타인의 눈치를 봐야 하는 오피스가 아닌 자유로운 홈에 가까운 공간이었다.

그러다 보니 오랜만에 출근한 직원들을 볼 때면 내 사적 공간을 침범 당한 느낌까지 들었다.

마치 연락도 없이 내 자취방에 부모님이나 지인이 찾아온 느낌이랄까?

반갑기는 하지만 밖에서 만났으면 좋았을 것 같은... 이 기분을 알만한 사람은 알 것이다.


대면 공포... 까지는 아니지만


거리두기가 사라지고 대부분의 장소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사라졌지만 아직도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특히 MZ 세대라 불리는 학생들 중에는 마스크를 벗은 자신의 얼굴을 부끄러워하고 심지어는 마스크를 쓴 모습이 자신의 진짜 모습이라 생각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대학생 10명 중 7명이 대학 캠퍼스 안에서 마스크를 계속 쓰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마스크를 벗지 않는 것이 익숙함을 넘어 두려움이 되었고, 당연하게 생각하던 일상의 모습을 잃어버린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든다.

나 역시 학생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대화하기를 좋아하던 내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 출근하고, 혼자 업무를 보고, 혼자 퇴근하는 게 편하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편해진 게 아니라 익숙해진 것은 아닐까? 그리고 혼자가 익숙한 사무실에 출근한 직원들을 보고 어색함을 느낀 것은 아닐까?


불편함은 잠시


오랜만에 대면해 잠깐은 데면데면해도 점심시간 함께 식사하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편해지고 즐겁다. 그리고 어색함이 사라지니 나도 질문을 한다.


"주말엔 뭐 하셨어요?"

"지난번에 소개팅하셨던 건 어떻게 됐어요?"


뒷북이다. 나만 어색해하고 불편해하던 오전에 이미 다 나눈 이야기라고 한다. 하지만 주변에서 너무 재밌다며 다시 얘기해달라고 하니 마치 처음 이야기하는 듯 신나서 소개팅 썰을 들려주는데, 듣는 사람들도 처음 듣는 듯이 리액션을 하는 모습에 웃음이 터졌다.





혼자 출근해 혼자 일하고 혼자 퇴근하다 보면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만족하고 있는데, 웃고 떠드는 이런 점심시간이 가끔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의 만남에 데면데면하는 시간이 남들보다 길지만 그래도 가끔씩 이렇게 모여 다 같이 회의하고 일하고 떠들 수 있는 시간이 즐겁다.


그렇지만 부디 자주는 말고 가끔씩 잊힐 때쯤 출근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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