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_양귀자
1998년 발표한 양귀자님의 모순을 2025년에 읽었다.
단 하루만에, 단숨에.
마지막 작가의 노트에 이렇게 적혀있었다.
“이 소설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읽어 주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바램과는 별개로 나는 단숨에 읽어 버린 것이다. 이 소설은 제목답게 모순으로 끝났다.
“행복과 불행, 삶과 죽음, 정신과 육체, 풍요와 빈곤.
새삼스런 강조일 수도 있겠지만, 인간이란 누구나 각자 해석한 만큼의 생을 살아낸다. 해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사전적 정의에 만족하지 말고 그 반대어도 함께 들여다볼 일이다. 행복의 이면에 불행이 있고, 불행의 이면에 행복이 있다. 마찬가지다. 풍요의 뒷면을 들추면 반드시 빈곤이 있고, 빈곤의 뒷면에는 우리가 찾지 못한 풍요가 숨어있다. 하나의 표제어에 덧붙여지는 반대어는 쌍둥이로 태어난 형제의 이름에 다름 아닌 것이다.”
ㅡ작가의 노트 중에서.
소설 속, 25살의 여자 주인공은 어느 날 삶을 똑바로 살아보기로 한다. 주인공에게는 엄마와 이모가 있다. 같은 얼굴을 하고 같은 날 태어난 쌍둥이 엄마와 이모는 다른 남자와 결혼 후 정반대의 삶을 살아간다. 이모는 이모부와 결혼 후 부유하고 안정된 삶, 누구나 부러워하는 부자집 안주인으로 살아가지만 엄마는 운명의 장난처럼 이모의 맞선 상대였던 남자와 결혼해 가정폭력에 시달린다. 알콜중독이었던 남편은 결국 집을 나가서 행방불명이 되고 엄마는 시장에서 양말을 팔며 억척스레 살아간다. 하지만 팔자 좋은 이모는 단조롭고 지루한 삶을 견디지 못하고 유서 한 장 남긴 채 자살하고, 엄마는 살인 미수라는 죄명으로 감옥에 간 아들과 치매에 걸려 돌아온 남편이라는, 결코 지루할 수 없는 인생의 역경 속에서 오히려 나날이 생기를 더해간다.
“인생은 짧다.
그러나 삶 속에 온갖 괴로움이 인생을 길게 만든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Life is a long journey.”라는 말이 그것이다.
인생은 긴 여행과 같다. 그 여행 속의 온갖 모순들로 인생은 다채로워진다. 결국, 세상 속 가장 심오한 진리는 모순 속에 있는 것 같다.
“해질녘에는
절대 낯선 길에서 헤매면 안 돼.
그러다 하늘 저켠에서부터
푸른색으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아프거든.....“
- 우리들은 남의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아버지의 삶은 아버지의 것이고 어머니의 삶은 어머니의 것이다. 나는 한 번도 어머니에게 왜 이렇게 사느냐고 묻지 않았다. 그것은 아무리 어머니라 해도 예의 의 벗어나는 질문 임에 틀림 없으니까.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 뿐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억울하다는 생각만 줄일 수 있다면 불행의 극복은 의외로 쉽다. 상처는 상처로 밖에 위로 할 수 없다.
-세상의 숨겨진 비밀들을 배울 기회가 전혀 없이 살아 간다는 것은 이렇게 말해도 좋다면 몹시 불행한 일이다. 그것은 마치 평생 똑같은 식단으로 밥을 먹어야 하는 식이요법 환자의 불행과 같은 것일 수 있다.
#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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