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 '지로나(이강인 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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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지로나(Girona)'
바르셀로나 근교 도시로 알려져 있는 지로나로 향했다. 방문의 주요 목적은 저녁에 있을 마요르카 이강인 선수 직관 이지만 아기자기하게 멋진 지로나란 도시를 여행하는 즐거움도 하나의 이유였다.
지로나... 스페인어로는 히로나, 헤로나(?)로 발음하는 것이 맞겠다. 영화 ‘왕좌의 게임’ 촬영지로 유명세를 탔고 전지현이 나온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도 이 곳에서 찍었다고 한다. 왕좌의 게임을 다 보긴 했지만 장면장면 마다 장소가 떠오르진 않았다.^^;
바르셀로나를 떠나 지로나로 가는길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스페인도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고속철 렌페(Renfe)가 있고 앱을 통해 사전에 예약하면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바르셀로나 ‘산츠(Sant)’역에서 약 4~50분 정도 후 지로나역에 도착했다. 보통은 당일치기 관광객이 많다고 하는데 축구 경기가 끝나는 시간이 밤인 관계로 하룻밤을 지로나에서 보내기로 결정했다. 솔직히 지로나 호텔이 저렴한 편이라 비용도 절반 넘게 세이브 할 수 있어 장기여행을 하는 나로서는 좋은 선택이기도 했다.
점심 시간쯤 도착해서 호텔에 짐을 맡긴 후 지로나 시내 구경을 나섰다. 많이 찾아보고 다니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지로나에 왔으니 ‘에펠 다리’, ‘대성당’, 아기자기한 골목 골목을 돌아다니는 것은 필수 코스였다. 기차역에서 도보로 20분이면 지로나의 명소 ‘에펠 다리’가 나타나고 그로부터 쭉 걸어가면 성당을 지나 지로나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좋은 성곽까지 다다르게 된다. 산책 코스로 약 1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중소도시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고 언덕 위에서는 벅차오름도 생겨났다.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다. 높은 곳에만 가면 뭔가 뿌듯하고 울컥하고 오만가지 감정들이 떠오르게 된다. 그 동안 살아온 세월에 대한 소회 때문인건가. 아니면 앞으로 살아가야 할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건가. 항상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컨셉으로 살아온 나지만 가면 갈수록 불안감만 커진다.
여행 이야기로 돌아와서 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난 바르셀로나보다 지로나가 더 좋았다. 사람사는 냄새가 난다고 해야될까(?) 유럽 특유의 골목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고 가물어서 물은 얼마 없지만 흐르는 강물과 아름다운 다리들. 작은 피렌체가 연상되기도 했다. 더 없이 좋은 부분은 카페도 많고 젤라또 집도 많아서 힘들면 잠시 앉아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너무나 좋은 환경을 갖춘 점이다. 저녁에 나와서 와인 한 잔 하면 좋을텐데, 축구를 보고와서 과연 그정도 체력이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도심에서 축구장 까지는 걸어서 40분 정도… 꽤 먼 거리다. 다행히 숙소가 가는길 중간 쯤 위치했기 때문에 잠깐 들러 개인정비 후 축구장으로 향했다. 지로나 지역 축구팀 지로나FC는 전통적인 약팀으로 기억되는 팀이다. 과거 강등권 싸움을 치열하게 했던(?) 백승호 선수가 잠시 뛰었던(?) 작은 클럽팀 중 하나로 기억하고 있다. 라리가 순위표를 봤더니 8위(?) 올해 유난히 성적이 좋은 시즌이다. 또한 최근에 강팀들 상대로 계속 승리하고 있는 상승세의 팀이기도 했다. 마요르카가 순위도 낮고 원정이라 불리한 경기가 예상되었는데... 과연
지로나 홈경기장 ‘에스타디 몬틸리비(Estadi Montilivi)’는 지금까지 내가 가 본 축구 경기장 중에는 규모가 가장 작으면서 가장 아름다운 경기장이었다. 경기장 한 가운데 앞자리를 50유로라는 저렴한 금액에 사전예약 할 수 있었고 경기 관람은 좋은 날씨, 과하지 않은 훌리건(동네 주민들 모임이라고 보는편이 맞겠다) 모든게 완벽했다. 이강인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직관 온 대한민국 국민들을 적어도 30명은 만날 수 있었다. 20대 초반의 어린 Z세대들을 비롯 어린 자녀를 보여주기 위해 방문한 가족팬 나처럼 뭔가 리프레시를 위해 찾아온 3~40대 K직장인 팬들까지 다양한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경기는 슬프지만 사실 재미는 없었다. 조직력이 좋은 지로나를 상대로 마요르카는 공격기회를 잡기도 쉽지 않은 경기였다. 즉, 이강인 선수가 공을 잡는 횟수도 적은 짜증나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옮겨라 강인아 ! 도저히 안되겠다 ! 전체적인 움직임을 볼 수 있는 경기장 관람을 보고나니 마요르카의 현재 선수 수준으로는 개선의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경기는 후반 PK동점골을 만든 마요르카에 잠깐 희망을 가졌으나 바로 역전골을 허용하고 2대1로 패배했다. 경기는 재미 없었지만 선수들의 움직임을 가깝게 볼 수 있는 좋은 좌석, 그리고 완벽한 날씨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장을 나가 바로 원정팀 버스가 나오는 문으로 달려갔다. 싸인을 받을 수 있을까?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여러 기대감을 가지고 선수들을 기다렸다. 전반적으로 지쳐보이는 이강인 선수는 선수들 중 가장 늦게 나왔고 기다리고 있는 우리들을 향해 앞에까지 걸어나와 감사인사를 전달했다. 경기도 지고 원정인데다 국내팬들이 많아 싸인을 해주지는 못했지만 끝까지 매너있게 인사해 준 듬직한 대한민국의 미래 이강인 선수가 자랑스러웠다. 내년에는 꼭 좋은 클럽에 가서 더 성장하기를 기원해 보면서 숙소로 돌아왔다.
이번 시즌이 마요르카에서 뛰는 마지막으로 예상되는 강인 선수를 보기 위해 이 먼길을 돌아온 나란놈... 내 스스로도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난 미국에서는 NBA 직관을 통해 꿈을 이뤘고 김민재, 이강인 선수 직관을 통해 유럽에서도 또 다른 꿈을 이뤘다.
당초 6월초까지 유럽에 머무를 예정이었으나 집안 사정이 생겨 5월 중순에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번 여행의 기록도 거의 끝이 보인다. 스페인에서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오게 되었고 다음편은 다시 이탈리아 여행에 대해 추가로 적어보려고 한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