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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알이 Jul 31. 2023

말이 가진 여러 빛깔.

23년 07월의 바리스타

단체음료를 부탁받아 수십 명의 직원에게 음료를 제공하고 있었던터라 아주 오랜만에 카페 앞이 붐비고 있었다.

대기열이 많아지고 주문이 밀리자 

"아유 이 집 장사 잘되네..."

"오래 걸리겠다. 그냥 가자."

하는 낯선(?) 말들이 들려왔다.


때마침 음료를 기다리시던, 

외래 때마다 카페에 들르시는 중년의 남성이 웃으시며 큰소리로 한마디 하셨다.

아이고!! 이 집은 좀 바빠도 되어. 올 때마다 놀더구먼.

덕분에 기다리시던 분들이 웃음을 터트렸고,

"역시!! 잘 아시는데요? 우리 카페 너무 놀았어."

뼈를 때리는 이야기였지만 그분의 넉살 좋은 표정과 말투에 조급한 마음이 잠시나마 누그러졌다.





그리 자주 오시는 분도 아닌데....

오랜만에 카페에 들르신 한 어르신께서 커피를 주문하셨다.

"음료 나왔습니다." 

라며 언니가 음료를 건네드리는데 대뜸 어르신께서 한마디 하신다.

아줌마는 왜 살이 안 빠져...? 일이 바쁘면 살찔 틈이 없을 텐데...

구석에 앉아있던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 놀라 고개를 들었는데,

언니가 웃으며 받아넘겼다.

"그러게요. 살이 안 빠지네요. 좀 바빠야 살이 빠질 텐데 그쵸?"


이 정도 응수해 드렸으면 그만하셨으면 좋겠건만, 

"그러니 말이야... 볼 때마다 그대로야."

하시며 기어이 마지막 한방까지 날리고 가셨다.




할머니 한분이 카페 주변을 서성대셨다. 자판기나 편의점을 찾는 눈치다.

한참을 두리번거리시다가 마지못해 우리 카페에서 주문을 하셨다.

"커피 한잔 줘봐."

"블랙커피로 드려요? 아님 우유 들어가는 걸 찾으실까요?"

"블랙."

의례히 듣던 말 짧은 주문이라 대수롭지 않게 주문을 받았다.

 

음료를 드리며 

"맛있게 드세요."

인사를 건넸는데, 듣는 둥 마는 둥 받자마자 한 모금 쭉~ 들이키시더니 퉁명스레 한마디 하고 가셨다.

"별 맛도 없구만 뭘 맛있게 먹으래..."


졌다. 

맛없다는데 뭔 말이 필요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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