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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알이 Jun 30. 2023

카페, 창업 사기를 당했다. #4_Final

23년 06월의 바리스타

2018년 무덥던 여름 어느 날 프랜차이즈 카페 가맹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던 사소한 날갯짓은 민사와 형사를 거쳐 항소심에 이르게 되는 나비효과 같은 일이 되어버렸다.

항소가 진행되고 법원까지 방문하여 대질심문을 받는 과정에서, 그에게 걸린 많은 사건을 알게 된 후 우리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구나 하는 깨달음과 설령 그가 피해액을 배상한다 하더라도 우리의 순위는 저~멀리 있음을 인지하게 되었다.


소송을 진행하던 중 프랜차이즈를 연결해 준 컨설팅 업체에 연락을 해서, 이러한 업체인걸 알고 있었는지 지금의 상황을 인지는 하고 있는지를 따져 물었더니 컨설팅 업체는 컨설팅비를 환불해 주었다. 해당 업체의 컨설팅비 반환 조건은 합의서 작성이었다. 본 컨설팅 업체는 카페 프랜차이즈의 내부 사정을 몰랐으며 의뢰인에게 성실하게 아는 만큼의 정보를 제공하였으며, 컨설팅비를 반환할 의무는 없으나 상황을 감안하여 반환해 주는바 소송을 진행함에 있어 컨설팅 업체를 끌어들이지 말라는 합의서였다.

OK.

당신들과는 여기서 깔끔하게 정리하자는 선이 우리도 그어졌다.


잊고 지내다 보면 판결이 나올 거라는 변호사의 조언대로 이제 우리 손을 떠난 일이라 생각하며 소송 생각을 덮어 두었는데, 어느 날엔가 변호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어라, 생각보다 결론이 일찍 나왔나 보네?' 하는 생각을 하며 전화를 받았더니, 항소가 진행되자 프랜차이즈 대표 측의 변호사로부터 연락이 왔다며 그 내용을 전달하고자 전화를 준 것이었다. 프랜차이즈 대표의 어려운 개인 사정을 구구절절 변명한 후 "사기"라는 타이틀을 붙게 만든 반환하지 않은 계약금의 40%를 돌려줄 터이니 합의서를 써달라는 이야기를 전달해 왔다.


"뭐, 40%요? 그럼 그다음은 언제 주겠다는데요?"

"노력하겠다고 하는데, 일반적으로는 더 이상은 못 받는다고 보셔야 해요."

"80%를 반환한다 해도 합의를 해줄까 말까 한데 40%를 받고 합의서를 써주고 마음을 비우라고요?"

"네, 뭐, 당연히 잔금을 줘야 하는 일이긴 한데... 소송이라는 게 그래요. 일반적으로는 일부 금액 받고 합의서 써주고 나면 못 받는다고 보셔야 해요."

"합의서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는데요?"

"어려운 상황에서 40% 금액이라도 돌려주는 노력을 보였으니 선처해 달라?" (헐.........)


상대측에서 제안해 온 금액에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상의 후에 다시 연락을 드리겠다 하고 통화를 마무리 지었다.

동업자인 언니의 의견을 듣고자 통화 내용을 전달하자

"여태 소송에 들인 돈이 얼마인데, 40% 받자고 합의서를 써주진 못 하겠다."

언니도 같은 생각이었다. (이래서 자매인가요?)

우리 의견을 전달받은 변호사는 소송이 걸린 다수에게 던진 미끼였을 거라며 지금 분위기로는 그것만이라도 받으라는 의견이었지만, 거부 의사를 확실히 밝히고 마무리 지었었다.


천만 원대에서 억대가 넘어가는 건까지 십여 건이 넘는 소송건들이 병합되어 진행된 형사소송의 결말은 징역 1년.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허무한 결과였다. 나 혼자 걸린 소송도 아닌 데다가 수억 대에 이르는 소송이 병합되어 함께 들여다봤음에도 징역 1년이란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은 납득이 되지 않았다.


검사 측과 상대변호사 모두 항소를 진행해서 사건은 고등법원행.

어떻게든 형량을 줄여보고자 항소를 한 프랜차이즈 측은 또다시 변호사를 통해 연락이 왔다. 반환액의 60%를 줄 터이니 합의서를 써 달라고 말이다. 사건이 고등법원까지 간 데다 배상의 우선순위에서도 우린 유리한 순위가 아니라는 걸 알았기에 제안을 받아들였다. 상대측 변호사 사무실에 들러 입금을 확인한 후 합의문에 도장을 찍었다. 그 순간에도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던 건 60%를 반환하는 조건으로 선처 호소문에 도장을 찍어주는 일이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 내내 돈 앞에 무릎 꿇어버린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 재판은 항소를 할수록 형량이 줄어든다더니, 아니나 다를까 고등법원에서는 징역 6개월이 나왔다. 형량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응?) 감형의 다양한 사유에는 부양가족의 건강상태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 논리라면 피해자들이 입은 정신적 위해는 왜 감안되지 않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피해자들의 정신적 위해를 주장하지 않은 검사님들을 탓해야 하나?)


그마저도 성에 차지 않았던지, 프랜차이즈 대표는 또 항소를 진행하여 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 갔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불행 중 다행이라 해야 할까? 대법원 항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고등법원의 판결을 확정 지음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이미 지나간 일이니 더 이상 궁금해하지 말라는 주변인들의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난 상대측의 재판결과가 궁금했었고, 소액이지만 수수료 지불해 가며 판결문을 신청하여 확인했다. 당했다는 직감으로 변호사를 찾은지 약4년이 걸려서야 최종 판결문이 나오게 되었으니 난 내 눈으로 그의 결말을 확인하고 싶었다.


우리는 "사기"로 끝난 카페 계약이 무산되고 나서 병원 로비에서 카페를 시작하였고, 코로나를 맞이하였으며, 뉴스에서나 접하고 싶었던 어려운 자영업자가 되었지만 이 카페를 계약하지 않았더라면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사기"로 끝낸 그 카페를 시작하고 말았을 것이며, 카페를 오픈했더니 본사가 망했어요. 를 몸소 체험하였을 터이다.

그럼 우린 천만 원대 사기가 아닌 억대 사기를 당하고 화병에 드러누웠을 거라며 얼마나 다행이냐며 자조적인 웃픈 농담을 하곤 한다.

전화위복이라 하기에는 좀 부족한 표현인 듯하고... 이걸 뭐라 해야 할까....

전화위소화(小禍)라고 해야 하나?


돌려받지 못한 계약금 40%와, 두 번에 걸친 변호사비와, 수많은 수수료를 지불한 대가로

우린 그렇게 큰 화를 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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