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05월의 바리스타
환자보호자 인 듯한 어머님 한 분이 오셔서 메뉴를 고민하셨다.
천장에 매달린 메뉴판 화면들을 이리저리 서성거리시며 고르지 못하고 계시기에
"누가 드실 음료를 찾으실까요? 추천해 드릴까요?"라고 말을 건넸다.
"제 딸이 마실 건데, 딸이.... 많이.... 아파요....." 하시며 말을 잇지 못하고 목이 메셨다.
어머님은 그 말 한마디 하시고는 눈물을 참아내느라 높이 매달린 메뉴판만 뚫어져라 쳐다보시는데 덩달아 내가 다 울컥한다.
한참을 그리 서 계시다가 호흡을 가다듬으시고는 말을 이으셨다.
맛있는 거 사주고 싶은데 내가 아는 게 없다고, 어떤 게 좋겠냐고.....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환자복을 입고 링거를 꽂은 따님손을 꼭 붙잡고 마치 언제 눈물지은 적 있냐는 듯 어머님이 밝게 웃으시며 카페에 오셨는데, 아직은 너무 어린 따님의 나이와 링거 위로 보이는 호스피스병동 표시를 보고 나니 모녀의 미소가 더 마음 쓰였다.
너와 함께 있는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하시는 것 같기도,
네 앞에서만은 밝은 모습만을 보이겠다는 다짐 같기도 했다.
모녀는 그날부터 매일 카페를 들렀다.
"여기 커피가 너무 맛있어요."
라며 함박웃음을 지어 보이는 따님은 창백한 얼굴을 하고도 미소를 잃지 않았고, 어머님도 항상 씩씩한 모습이시다.
병원에서 뭐 좋을 일 있다고 그리 웃고 다니냐는 핀잔까지 받으며, 엄마와 손 붙잡고 웃으며 다니던 어릴 적 내 모습이 겹쳐 보여 더욱더 감정이입이 된다.
서류 봉투를 챙겨 들고 카페에 오셔서는
"퇴원하시나 봐요?" 말을 건넸다.
"네, 오늘 다른 데로 옮겨요. 여기 커피 생각날 거 같아요."
이 병원에서의 마지막 커피인 듯 한 주문을하며 미소 가득한 인사를 건네주셨다.
병동 특성상 퇴원이 귀가가 아닐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기에 인사를 들으면서도 마음이 무겁다.
두 분의 미소가 오래오래 함께 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인사와 기도를
이 자리에라도 조심스럽게 남기며 기원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