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08월의 바리스타
상가임대차보호법이 10년 보장이라지만 매년 재계약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임대료를 인상하고 사인을 하게 된다. 12월 말이 되면 우리도 또 임대료 인상분이 제시된 재계약 서류를 받아보게 될 터이다.
언니에게 물었었다.
"재계약 할 거야?"
"난 생각 없는데, 동생은 생각 있나?"
언니도 역시나.... 예상했던 대답이 나왔다. 생각이 없긴 나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본사와 컨설팅업체에 카페를 저렴한 매물로 내놓긴 했지만, 딱히 기대를 한 건 아니었다.
카페를 인수할 사람이 나타나면 최상의 그림이겠지만
우리가 지쳐서 나가떨어지는 마당에, 괜찮은 카페라며 과대포장해서 넘길 배짱은 없었다.(이래서 진정한 장사꾼이 못된 걸까?)
주문서와 영수증이 출력되는 포스 용지를 구매할 때가 되었다.
올해까지 하고 철수하겠다는 마음을 먹었으니 한 박스를 구매하게 되면 20% 남짓 사용하고는 모두 폐기처분 해야 할 터였다. 이럴 때 찾아야 하는 것이 당근이리라....
생각보다 포스 용지는 많은 이들이 판매를 하고 있었고, 그중에서도 소량만을 판매하는 건을 찾아서 메시지를 남겼다. 대화가 몇 번 오고 간 끝에 당근 성사를 위해 번화가 어딘가 지하상가로 나갔다.
편의점으로 오라 해서 접견장소로만 생각하고 움직였었는데, 편의점 사장님이 들어오라는 손짓을 하셨다.
어색한 인사를 하고 포스용지를 담아주시는 와중에 내가 넌지시 물었다.
"편의점 운영 중이신데 포스용지는 왜 파세요?"
"아, 매장 정리하려고요."
"그러시구나. 물건 종류도 많아서 정리하시려면 손 많이 가겠어요."
"천천히 정리해 보려고요. 포스용지 어디에 쓰세요?"
"아, 저는 카페 해요."
"포스용지 더 있는데, 더 필요하진 않으세요?"
"아뇨. 충분할 거 같아요."
"이거 얼마 안 되는데, 이걸로 돼요?"
"저도 정리할 생각이라서요."
내 마지막 대답에 서로가 큰소리로 웃어버리는 바람에 어색한 분위기마저 깨뜨려졌다.
접자고 마음먹고 나니,
시간은 더디고 머릿속은 시끄럽다.
'임대료가 조금만 더 저렴했더라면 우린 10년을 버텼을까?'
'코로나가 터지지 않았더라면 우린 10년을 버텼을까?'
해봐야 소용없는 생각들만 꼬리를 물고 늘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