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얇은 귀가 펄럭펄럭...
카페를 열어보자는 결심이 섰을 뿐, 6하 원칙에 준하는 사항은 아무것도 결정 난 것이 없다.
공부하는 셈 치고 프랜차이즈 박람회를 기웃거리고
주최사가 다른 또 다른 프랜차이즈 박람회를 다녀오며 하나씩 배워나가고 있다.
지난번 창업 상담을 받았던 브랜드도 눈에 띄고, 이번에는 또 다른 브랜드를 찾아 상담을 받아 본다.
언론에서 떠드는 자영업자의 위기나 프랜차이즈 업계에서의 만행들은 마치 가짜 뉴스인 것 마냥 수많은 성공사례와 대박 난 매출만이 박람회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번 박람회 기간 동안만 특별 이벤트로 진행된다는 많은 기획 이벤트들은 지난 1월 박람회에서도 보았고 들었던 행사들이었고, '그럼 그렇지.'하는 웃음을 짓게 만들기도 했다. 인터넷에서는 같은 주제의 행사들로 주관사들만 변경되어 한두 달 간격으로 박람회장만 변경시켜 진행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다양한 박람회 무료 참석을 위한 사전등록 절차를 밟다 보면 신청자 통계를 위한 다양한 설문이 진행된다.
아주 기본적인 연령/성별/직업/거주지역/관심분야/박람회를 알게 된 경로 등등.
설문을 쭈~욱 진행하다 말고 멈칫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직업 선택란에 학생/회사원/자영업/창업 준비자/무직 등등의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데 굳이 '주부'라는 선택지가 별도로 있는 설문이 간혹 있다.
"주부"라는 말이 낯설다.
괜한 나의 자존심일까?
어딘가에 가입을 하고, 어딘가 접수를 하는데 굳이 직업 선택란이 있고
전문직, 회사원, 학생, 취업준비자, 창업 준비자, 무직 등등의 선택 사항을 나열해 두면서 굳이 '주부'는 별도의 항목이다. 주부이면서 무직이기도 한 창업 준비자인 사람은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단일 선택지인 그 질문지에서 멈춰 서길 몇 번이다. '창업 준비자'와 '무직'의 경계는 어디쯤이며, '무직'과 '주부'는 어디에서 달라질까?(이 사회가 주부를 하나의 직업 선상에서 존중을 해주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창업 준비자', '주부', '무직' 무엇에다 체크를 해야 하나 망설이다가 때로는 창업 준비자가 되기도 때로는 주부가 되기도 한다.
내가 갖고 있는 '주부'라는 어휘에 대한 편견이겠지만 접할 때마다 낯선 그리고, 불편한 단어이다.
개인 카페만을 염두에 두고 있다가 박람회를 다녀오고 나면 '프랜차이즈 창업도 나쁘지 않겠는걸?' 하는 생각이 들고 친구와 함께 맘에 드는 카페를 다녀오면 또다시 '역시 개인 카페지~!'하고 마음이 기운다.
직장생활만 하던 우물 안 개구리가 망망대해를 보고 놀란 기분이랄까? 그 드넓은 곳에서의 두려움과 막막함을 감추기엔 난 아직 우물을 벗어나지 못했다.
집에서 놀고먹는 쉼의 시간을 온전히 쉼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몹쓸 성격을 갖고 태어나서는 지난 11월 퇴사 이후로 오롯이 쉼에만 집중한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 전적으로 자발적인 바쁜 시간을 가지며 무언가를 배우고, 누군가를 만나며 '백수', '할 일 없음'을 지우려고 애쓰는 듯한 시간을 보냈다. 화훼 수업을 두 강좌나 들었고, 학원 동기들과 졸업식 꽃다발을 밤새워 만들어 팔며 장사를 맛보았고, 유럽 바리스타 레벌 1,2를 끝냈다. 그제야 생긴 처음 같은 시간적 여유에 이틀이 머지않아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수업도 없고, 약속도 없는 어느 날부터 가장 큰 규모라는 인터넷 동호회를 검색해서 가입을 하고 그곳에 올라온 플라워 카페 매물과 카페 매물을 하루 종일 뒤적거렸다. 수많은 매물 중에서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권리금, 임대료를 찾아야 했고 그중에서도 상권이 좋아야 했고, 출퇴근이 가능한 거리여야 했고.... 따질 건 너무 많았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아서 컨설팅 업체와 통화를 한 후, 몰래 카페에 암행을 나가 보았다. 커피도 한잔 마셔보고, 건물 내와 인근의 분위기를 살펴보고서는 '해보자' 라고 마음을 먹었다. 결정장애가 있긴 해도 결정된 사안에 대해선 추진력 있는 편인지라, 성격 급한 사람이 성공한다는 어느 책 제목에 용기라도 얻었다는 듯이 맘에 드는 카페 자리를 발견하고는 짧은 고민 신속한 결정을 내버렸다. 글로 배운 창업이 이리 무섭다.
바리스타 학원에서 커피 배운 게 고작이면서도 무슨 배짱으로 덜컥 카페를 인수해버렸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집에 있지 않겠다는 생각, 어디론가 출근을 해야겠다는 조바심이 나를 그렇게 등 떠밀었을까?
다음날 바로 계약서를 썼고 일주일 후부터 인수인계를 위한 카페 출근을 결정지었다. "왜 이렇게 급하지?"하는 의문과는 별개로 상황은 그렇게 떠밀려가듯 흘러가는 듯했다.
정신 차려보니 카페 사장이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