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생활이 뭐가 그리 좋았다고....
여자. 마흔. 직장 경력 15년(자투리 빼서 12년이라 하고 다니지만...)
이직은 쉽지 않았고 창업을 맘먹은 지가 몇 달째다.
꽃을 배우고, 커피를 배우고, 창업박람회를 다니며 귀동냥 삼고 있던 와중에 뜬금없이 헤드헌터에게 연락이 왔다.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듯이 이번에도 몇 군데에서 제의가 들어왔다.
직장 생활에 정말 마음이 없었더라면 그런 제의를 모두 거절했어야 했고, 그런 제의에 흔들림이 없었어야 했지만 내 본심은 아직까지 미련이 남았었는지 들어봄직한 회사에 이력서 제출을 동의했다.
큰 기대 없이 제출 동의한 이력서인데 덜컥 서류 통과가 되었고, 면접일자가 잡히고 난 후로는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열심히 수집하던 창업 정보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합격하고 나면...' 하는 가정이 들기도 했다.
오랜만에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구두를 찾아 신고 면접장을 찾아 나섰다. 모처럼 보는 면접이어서 인지 긴장 섞인 숨을 고르며 면접을 시작했다. 묻는 질문에는 나름 잘 답변했다고 나왔지만 결과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다양한 회사의 면접을 들여다보면, 백인백색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면접 스타일 역시 다양하다.
마음에 들어 압박 질문을 더하기도 하고
마음에 들지 않아 압박을 가해 보기도 하고
너무 마음에 들어 농담을 던지기도 하고
초장부터 아니다 싶어 농담만 하다 끝내기도 하고
마음에 들어야 연봉을 물어보는가 하면, 무조건 연봉은 물어보기도 하고 말이다.
그냥, 면접관 스타일일 뿐....
무사히 면접을 보고 나서도 씁쓸하고도 알 수 없는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취업에 맘을 비운 게 아니었구나 하는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운 깨달음과
어쩌면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내 본심을 들켜버린 것 같은 기분이 뒤섞여 묘한 기분을 연출했다.
'불합격'이라는 단어에는 내성이 생기지 않았다.
창업에 집중했던 나에게 괜한 기대를 불러일으킨 헤드헌터에게도 괜스레 화가 나고, 이 생각 저 생각에 아무것도 손에 잡지 못했던 나에게는 짜증이 나고....
그들에게 부족했을 답변을 더듬어보고 그날의 내 자세를 되짚어보고, 그렇게 기억을 거슬러보아도 정답은 그들만이 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