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01월의 바리스타
민사 소송의 무력함을 깨달은 후, 여기까지 오니 오기가 생겼다. 변호사 역시 이러저러한 사항을 토대로 해서 형사 소송이 가능한 사항이라 의견을 주었고 우린 형사 소송이라도 해 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소송을 드라마로만 배웠던 걸까?
변호사 비용만 있으면 소송이라는 게 되는지 알았다.(세상 물정을 이렇게나 몰랐으니, 사기를 당했나 싶다.)
소송은 진도가 나갈 때마다 무언가 확인이 필요할 때마다 제출해야 할 서류들이 있었고, 새로운 비용이 발생했다. 서류를 출력하고 스캔하는 소소한 일부터 속기사 비용, 인지세, 송달료, 가압류 공탁금, 그리고... 민사 변호사 수임료, 형사 변호사 수임료.... 이러다 사기당한 원금만큼 소송에 쓸 수 도 있겠다 싶었다. 민사소송에 형사소송까지 진행하다 보니 변호사 비용이 가장 큰 부담이었다. 자칫하면 사기당한 금액보다 소송에 들이는 비용이 더 커질 판국이었다. 사기당한 금액을 보면 소송에 더 큰돈을 쓸 수 도 있으니 웬만하면 소송으로 가지 않도록 해보라는 변호사의 충고가 떠오르며 무릎을 쳤다.
아, 이 얘기였구나....
형사 소송이 접수된 후, 난생처음 변호사를 대동해 경찰서에 가서 조서 작성을 하고 거짓 없는 진술이라며 꾹꾹 지장을 찍어주고 나왔다. 민사 소송이 진행될 동안 한 번도 연락이 닿지 않고 나타나지 않던 피의자는 강제성을 띄는 형사소송의 소환에는 곧장 나타났다. 민사를 진행하는 동안 주소지 변경으로 수없이 반송되었던 등기와 재발송으로 인한 진행 지연을 생각하면 헛헛한 웃음이 나올 정도로 차질 없이 경찰 조사를 받고 갔다고 한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흐른 후 형사 소송의 결과는 의외였다. 우리가 제기했던 '사기'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돌려받지 못한 계약금의 환수 유무를 떠나, 법리적 해석으로 승소를 장담했던 변호사도 당황스러워했다. 민사소송기간 동안 우리에게는 잠적 상태였던 프랜차이즈 대표는, 형사 소송이 진행되자 본인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여러 자료들을 경찰에 제출했고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으나 '사기'는 아니다.라는 판결이 나왔다. 우리 역시도 많은 증거들(여기에 상세히 적지는 않았지만)을 제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피해자가 이렇게 무력할 수밖에 없고 가해자의 정당성 입증이 이렇게도 용이하구나 하는 사실이 계약금을 받은 후 잠적했을 때 보다 더 큰 허무함으로 밀려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뭐가 남았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변호사는 항소를 제안해 왔고 자신했던 승소에 대한 미안함과 지인 찬스가 더해져 항소장을 비용 없이 작성해 주겠노라 하였다. 항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이야기하였지만 우리로써는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다.
다행히 항소가 받아들여졌고, 담당 검사실이 배정되었다.
그렇게 수개월이 지났는데 아무런 진척이 없어서 궁금하던 찰나에 검찰로부터 연락이 온건 담당 지검 변경. 피의자가 걸려있는 소송이 몇 개가 더 있는데 그걸 한 지검으로 다 같이 보려는 이유라 했다. 소송하다 지쳐서 포기한다는 이야기들이 떠올랐고, 그 심정이 이해가 갔다. 새로운 지검으로 사건이 배정되었고, 사건에 대한 피로감을 들은 변호사는 형사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이제는 딱히 할 것이 없으니 잊고 살다 보면 결론이 나 있을 거라 했다.
그러다가 또.... 뜬금없이 변호사가 연락이 왔다.
"대질 심문을 하겠다는데요?"
"네?!?!?!?!?"
"굳이 대질 심문까지 할 사건은 아닌 것 같은데, 검찰에서 연락이 왔네요."
"제가 꼭 가야 해요?? 좀 무서운데요??"(정말 좀 긴장되었다. 잊고 살면 된다면서요......)
"대질 심문할 만큼의 사건은 아닌데, 좀 의외긴 해요.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형식적일 거예요."
그날이 왔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검찰청사에 발을 디뎠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2년 만에 프랜차이즈 대표와 나란히 앉았다. 검찰에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여러 질문과 답변들이 오고 가는 동안, 프랜차이즈 대표에게 걸려있는 다양한 소송과 진행사항에 대해서도 뜻하지 않게 알게 되었다. 검찰에 가기 전 우리 가족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대표를 보게 되면 언성이 높아질까? 그러다 보면 험한 말도 나올까? 잘 참을 수 있을까? 하는 이야기들을 나눴었는데, 막상 마주 앉아 그 사람에게 걸려있는 다양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피의자에 대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표현이 적당 할지 모르겠으나, 꼬이고 꼬인 당신의 인생에 대해 측은지심마저 생겼다. 주민등록상으로 확인되는 나이로는 거의 동년배의 인생을 살았을 법한데, 이렇게 다른 상황으로 앉아있음이 묘한 기분으로 느껴졌다. 내 필력으로는 감히 표현할 수 없는.....
다행히도 항소에 대한 검찰의 결론은 프랜차이즈 대표의 혐의가 받아들여졌고 법원으로 넘어갔다.
2018년 여름, 카페 계약서에 도장 찍었던 '사기'사건은 민사, 형사, 항소를 거치며 2년 6개월의 시간이 흘러버렸다. 이러다 지금 하고 있는 카페 계약기간이 끝나겠다는 농담을 할 만큼 생각지 못한 긴 시간이 소요되었고, 우린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