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05월의 바리스타
코로나 감염 우려로 병원 내의 모든 정수기 사용을 금지했다.
덕분에 카페 일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물론 정수기 이용이 가능할 때에도 한 발자국만 더 옮기면 볼 수 있었을 정수기를 찾느라 "정수기 어디 있어요?"라는 질문이 일상이었지만 이젠 질문의 농도가 달랐다.
"정수기 막았어요??"라는 잔뜩 성이 난 항의성 질문을 카페에 던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짧게 정수기 사용 못 하게 막았다고 안내를 드렸더니 "누가요?"라는 질문이 돌아왔고,
"코로나로 병원에서 정수기 막았어요. 사용하지 못하세요."라고 답변을 드렸더니, 더 성이 난 목소리로 항의성 질문이 돌아왔다.
아니 그럼 물을 어떻게 먹으란 말이야!!
생수를 사 드셔야 한다고 안내를 드리면, 딱 한 모금만 마시면 되니 한잔만 달라는 부탁이 이어지는데 그때부터 우린 진땀이다. 연세 드신 분들의 물 한 모금 부탁을 매정하게 끊어내는 것도 곤욕이거니와, 코로나로 병원에서 정수기를 막은 마당에 우리가 물을 드리는 것도 아닌 것 같고, 드신 컵의 설거지도 코로나 시국에선 문제가 돼버리니 말이다.
두어 번의 질문이 이어지는 상황은 대게 단순하게 끝이 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물 인심에 대한 토로가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럼 물을 어디서 마셔요?" (생수 구입해서 드셔야 해요.)
"물을 사 마신다고?" (.......)
"세상 참...." (.......)
"물 파는 데도 없구먼!!" (자판기에서도 팔고, 저희 카페도 팔아요.)
"그래서 얼만데!!"
"아이고... 참.... 별일이다."
대부분, 그냥 가신다.
갈증이 나긴 하시나 사드실 만큼은 아니신가 보다 하고 체념을 한다.
"그러지 말고 딱 한 모금만 줘봐. 뭐 그리 야박해.... 장사하는 사람들이...."
뭐라 답해드려야 할까?
저렇게 애원조로 부탁하시는 분들이 우리로서는 더 난감하다. 때론 그분들의 시선과 말투에서는 생수 한 병 팔아 보려는 장사치로 낙인이 찍히는 게 느껴져 기분이 묘해지기도 한다.
"약 먹어야 해서 그런데 물 한잔만 먹을 수 있을까요?"
약봉지를 흔들어 보이는 분들이 자주, 아니 거의 매일 같이 나타나신다. 가장 의아한 분들인 것이, 열에 여덟은 생수를 사드셔야 한다는 답변에 약봉지를 주머니에 넣고 돌아서는 것이다.
시간 지켜 드셔야 하는 약이 아니었던 것일까?
똑같은 대답을 해드리고, 정수기 사용을 금지한 상황에 우리가 물 지급은 못 해 드린다고 구구절절 양해를 드리지만 부탁하는 이와 거절하는 이의 주객전도가 되는 이상한 상황이 항상 연출되기 마련이다.
빈 생수병을 들고 와 채워 달라는 분이 계시는가 하면, 개인컵을 내밀며 물 한 잔 달라는 분도 계시고....
아쉬운 표정들과, 혀를 끌끌 차며 돌아서기도 하는 다양한 분들의 뒷모습을 보면 우리 마음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모든 분들을 매정하게 돌려보내는 것도 아니지만, 어떤 분에게는 물을 드리고 어떤 분에게는 아닌 것이 또 마음이 쓰인다. 물 한 모금이 뭐라고 그리 냉정하게 돌려보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냥 드릴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생기기도 하고, 물 한잔에 야박한 사람이 되어 버린 것만 같아 내내 마음 한편이 씁쓸하다.
방법은 하나다.
코로나가 끝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