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04월의 바리스타
지금 운영 중인 카페를 하기 전, 모 회사 본사 건물 1층에 입점해 있는 카페를 운영했었다. 많은 건물들이 그렇듯이 건물 입점사에 대해 직원 할인을 해 줘야 하는 조건을 내걸었고, 사내 카페도 아니면서 사내 카페 마냥 다양한 부분에 편의를 봐줘야 하는 카페였다.
개방된 곳에서 회의를 하겠답시고 카페 테이블을 점유하고 앉아 음료 하나 주문하지 않고 회의만 하다 가는 게 다반사였고, 텍스트로 옮기기에도 민망하고 사소한 그리고 다양한 요구사항이 많았던 카페였다.
프랜차이즈 본사 대표는 이제 겨우 카페를 하나하나 늘려가고 있는 초보 사업가였다. 본사로써 관여해야 할 것과 관여하지 말아야 할 것의 구분이 없었고, 본사로써 의무적으로 챙겨야 할 것들에 대해서 무지했었다. 가끔은 지나치게 관대하게 카페 운영을 봐주기도 했고, 때로는 티끌 하나까지 간섭을 하곤 해서 뒷목을 잡는 일이 잦았다. 대표가 근무했었다는 세계적인 대형 프랜차이즈를 자주 들먹이며 다양한(?) 부분을 따라 하고자 했었다.
장사가 되지 않아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게 눈에 띄는 시점에도, 매출 대비 원가율이라던가 매출 대비 원두 소진율 따위는 계산해보지 않고 그저 재료 주문량이 떨어진 절대적 수치만으로 다른 원두 쓰는 거 아니냐는 의심을 했고, 다른 데서 재료를 주문하냐는 질문을 서슴지 않고 던졌었다. 매출 대비 원가율을 월별로 정리해서 던져주며 숟가락으로 떠먹여 가며 이해시키는 그런 일이 반복적으로 잦아들면서 계약기간 종료 시까지 운영하는 것이 자신 없어졌다. 그때 마침 언니와 카페 얘기를 나누던 찰나에 운영권을 넘기기로 결정했었다.
때마침 직장생활을 힘겨워하던 후배가 카페 운영권을 받겠노라 해서는 뜻하지 않게 직장인을 자영업자로 앉혀버린 직장선배가 되어버렸다. 그나마 내가 운영 중일 때와 같은 매출과 이익이 나온다면 후배의 직장생활이 아쉽지 않을 만큼은 되겠다 싶은 계산으로 카페를 넘겼더랬다.
그렇게 카페 운영권을 넘기고, 난 지금 운영 중인 카페를 시작했는데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이상한 이야기가 들렸다. 후배에게 넘긴 그 카페 건물에 사내 카페를 구축 중이라는.....
그 카페는 인근 유동인구가 많지도 않았고, 대형 회사들이 즐비한 골목도 아닌 터라 해당 건물만 바라보고 운영이 되는 카페인데 사내 카페를 별도로 만든다는 건 망하건 말건 상관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심지어 조촐한 사내 카페가 아닌 커피머신과 제빙기까지 갖춘, 1층 카페에서 팔고 있는 모든 음료를 비롯해 간식거리까지 구비되어있는 제법 그럴싸한 사내 카페가 만들어진 모양이었다.
알지도 못했던 일이었고, 짐작도 못했던 일이지만 듣고 나니 황당했다. 마치 사내 카페 구축을 알게 돼서 넘기게 된 사람처럼 안절부절 못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사내 카페는 만들어졌고, 후배의 카페는 매출이 반토막이 나버렸다. 그런 상황에도 건물 직원들은 여전히 음료를 주문하지 않은 체 좌석을 점유하고 담소를 나누다 간다고 하는데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프랜차이즈 본사 대표는 그런 상황을 안타까워하면서도, 건물에 항의 한 번 하지 않았고 사내 카페 운영으로 인한 매출 감소에 속이 타들어 가고 있을 사람에게 왜 이리 재료 주문이 적냐며 재고조사를 수시로 요구하고 있다 한다.
후배가 카페 운영을 적응해 갈 무렵....
그렇다. 코로나가 터진다.
건물의 상당수가 재택근무에 들어가고, 건물은 절간 같은 고요함으로 휩싸였다 한다.
건물주들의 임대료 인하를 이끌어내기 위해, 언론에서 한창 착한 건물주 타령을 하고 있을 무렵. 그 건물 담당자는 카페에 앉아 "우리도 힘든데 무슨 임대료 인하야." 하는 말을 들으란 듯이 읊었고, 몇 달 뒤 임대료 인상까지 단행을 했다.
이쯤 되니 후배에게 카페를 넘긴 난 좌불안석이다.
물론, 뜻하지 않았고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들이 터졌지만 그 카페 얘기를 들을 때마다 괜스레 초조 해지는 건 도둑이 제 발 저린 게 아닌가 싶다.
지금 그 카페가 디딤돌이 되어 성공한 카페 사장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하며....
한걸음 더 성장한 그녀에게 행운이 깃들기를.
먼저, 무탈한 재계약을 기원한다. 화이팅 SJ!!